성급한 결론에 목멘 우리정부

성급한 결론에 목멘 우리정부
남북장관급회담의 한계와 착시현상
아직도 성급한 결론에만 의존하는 우리정부

그 동안에 남북간에 합의해온 여러 선언 및 합의문 들이 발표 당시의 현란한 수사(修辭)와 들뜬 국민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합의 사항의 철저한 점검은 물론이고 훗날 약속파기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정부의 단호한 태도를 본적이 없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은 이점을 매우 이상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북한의 체제선동선전도 이제는 그 바닥을 드러내어서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고 우리 정부의 환각적인 ‘우리민족공조론’도 우리의 최대 현안인 북핵 해결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질 않고 있다. 말 잔치만 요란하고 성과가 없는 햇볕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지도부는 이러한 우리정부의 우려와 환대를 이용하여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의 공조대열을 흐트러뜨리는 미묘한 선전.선동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오로지 마련된 회담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열악한 북한의 경제사정 운운하며 더 많은 물자를 가져가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필자가 보기엔 버릇을 잘 못 드려도 한참 잘못 드린 것이다. 소수의 몰염치한 특권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전형적인 예인 ‘남한인질론’의 허황된 포로가 되어서 대다수의 북한인민의 기본권마저 짓밟고 있는 패륜적 정권과 놀아나는 소인배적 대북정책의 틀에 함몰되어 있다.

미국정부의 한미정상회담을 요청하는 문서까지 무시하는 지경까지 다다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노골적인 미국 무시행위에 더해서 통일부는 법무부가 반대하는 한총련과 같은 친북 그룹을 굳지 북한으로 보내서 반미(反美)구호를 외치는 북한의 조직화된 대남전사들에게 이용을 당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한 술 더 떠서 이 나라 외교의 방향타를 조율해야 할 외교부가 권력층의 비위를 맞추느라 외교적 관례에서도 벗어나는 현실보다 말과 논리가 앞서는 민족공조 놀음에 희생양이 되고 있는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우리정부는 오늘도 지금 진행중인 남북장관급회담을 통해 북한이 사탕발림식으로 던져주는 ‘장성급 회담 정례화’, ‘추가 이산가족상봉의 추진’ 등을 운운하며 실제적으로 북핵 해결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북측이 노리고 있는 공허한 시간 벌기를 허락하면서 국민들에게 마치 한반도의 긴장이 해소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착시현상(錯視現象)을 계속 주고 있다.

이 곳에서 김정일 장군 운운하면서 민족자주를 지상명제로 외치고 있는 북한의 회담대표는 분명히 왜 북한이 이러한 무모한 소모전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답답한 마음으로 97년도나 98년도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식량난을 해결 할 물자를 얻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결국에는 지키지도 못할 이런 저런 합의를 흘리면서 우리국민들의 순수한 민족감정에 기대어 반미(反美)감정을 일으키고 민족공조가 좋다는 현실성이 없는 메시지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소문으로 들리는 북한내부의 식량사정은 사람이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 북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민들에 대한 김정일 정권의 폭정(暴政)이 구한말의 굶주리고 있는 백성들의 주요 착취의 수단이었던 환곡 늑대보다 덜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독재자의 폭정을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는 미국이 북한의 회담복귀를 방해하고 있다는 우리정부의 부적절한 대북인식(對北認識)이 조장하고 있는 우리 안보근간의 흔들림 현상도 보인다. 대다수 북한인민의 처절한 희생을 대가로 유지되고 있는 김정일 정권의 대남전략전술이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의 존재를 이런 식으로 우리정부가 평화 및 번영이라는 추상적이고 애매한 이름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으리라 굳게 믿는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계속적으로 정치철학이니, 소신 있는 민족주의 정권으로 포장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 나라 역시 이러한 정치집단이 권좌에 있는 한에는 일정시간이 경과한 후 국제사회의 냉정한 평가를 면할 수가 없을 것이고, 종국에는 인륜을 무시하는 어설프고 설익은 공산독재주의자와의 불행한 공조가 몰고 올 민족적 재앙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정부는 말로는 할말은 하고 잘못된 것은 얼굴을 붉히더라도 지적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눈치 보기 식 회담진행을 계속하고 있는 현 정부를 보면 이제는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전략과 전술도 기본적인 명제의 건전성과 영원성이 설 때만이 명분을 얻을 수 있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나무의 몸통에 대한 수술을 생각 않고 가지만 갖고 논(論)하는 회생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 및 폭정종식’을 외치는 미국의 대외정책기조는 우리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는 주요한 명분으로 작동하고 있고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북한의 핵도 단호한 미국의 응징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기에 우리정부의 어중간한 논리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음에 유념하길 바란다.
2005-06-23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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