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이 성공하는 필요조건을 생각하며

신당이 성공하는 필요조건을 생각하며
신당창당의 역사적 정당성과 한계
일반지역주의를 뛰어넘는 역사철학을 담아내야

요즈음 필자가 고향인 충청도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는 소문과 함께 구체적인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많이 감지되고 있다. 지방화 및 분권화가 민주주의 발전의 척도가 되고 있는 현시대의 조류가 이야기 하듯이 정치행위의 근본 동기인 권력을 통한 특정정치세력의 정치철학 구현행위가 지방이라고 해서 폄하할 아무런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에서 정당이 대한민국이 처한 역사적 철학을 담아내고 현시대의 시대정신(時代精神)까지 포괄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지역정당이 되어야 한다. 정당이 훗날 역사가들의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은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된다고 판단된다.

설사 특정지역의 맹주가 중심이 되어서 추구하는 특정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특정정치지향에서라도 결코 당을 만드는 명분과 범위를 스스로 조그마한 지역적 이슈와 지역이기주의라는 협곡(峽谷)에 가두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특정지역의 민심(民心)을 대변하는 것은 그 지역의 정치세력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상위의 개념인 국정의 방향과 나라의 모습을 새롭게 그리려는 애국시민들의 의지를 무시하고 국가적 문제점을 지역에 국한시켜 출발하는 것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는 기본적인 실수를 하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서부터 안보 및 경제 그리고 정치,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창조적인 발전을 위한 파괴가 아닌 파괴를 위한 파괴처럼 인식이 되고 있는 진정한 개혁성을 이야기하는 정치가 되질 못하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생산성 있는 개혁이 진행 중이 질 못하다. 전방부대 총기난사사건에서 보듯이 국가의 기강은 흐트러져 있고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져 줄 민생경제는 이미 바닥을 친지 오래다.

집권여당의 실정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실정에 대한 대안(代案)을 마련해야 하는 야권 역시 여당의 사촌 같은 미지근한 노선으로 명확한 대여(對與) 정책적 대비점(對比店)을 형성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정치혐오증만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기력하고 일신(一身)의 보신(保身)이 나라의 안위보다 앞선다는 기성정치인들의 판에 박힌 이미지를 재현만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층의 무사안일 태도 못지않게 이 땅의 미래의 주역들인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냉철한 분석에 기반하여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조명하지 못하고 대북문제에 관한 한 근거 없는 낙관론(樂觀論)에 빠져있다. 젊은이들이 탈(脫)이념의 세계적인 조류인 보편적인 흐름에만 묻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한반도 안보위기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새로 태어날 정당은 이러한 국가적 문제점에 대한 분명한 철학적 처방을 담아내고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정책구상 및 대국민홍보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동맹체제관리에서도 현 정부는 확실한 지향점도 없이 불신과 불안감의 폭과 깊이만 더 깊어가는 ‘말따로’ ‘행동따로’의 애매한 정책노선으로 국민들에게 착시현상(錯視現象)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민족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노선(路線)을 담고 그 기반 위에서 지방의 특수한 상황을 잘 대변하는 풀 뿌리 정당이 되어야 그 정치력의 파장이 크고 깊을 것이다. 그래야만 그 정당의 생명력이 단단해 질 것이다.

얼마 전에 끝난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북핵 문제의 본질은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북한에게 물자만 주는 한쪽에 치우친 명분을 주는 것으로 끝났는데도 본질을 벗어난 소수정파적 접근으로 도배된 지나친 홍보가 우리국민들에게 정확하지 않는 북한관(北韓觀)을 심어주고 있다. 남북문제의 본질을 김정일의 가부장적 독재정권보다는 외세의 침탈 및 자신의 기득권에만 관심이 있는 수구보수세력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이런 저런 방송매체의 보도가 왜곡하고 있다.

필자의 고향인 충청도에서 진행중인 가칭 ‘중부권신당’이 이러한 국가의 중차대한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비젼과 처방을 담아내는 정강이나 정책이 없이 지역패권주의(regional hegemonism)에 기대 감정적 소 몰이 식 여론정치를 하게 되면, 단 한번의 선거을 치르고 나서라도 초라한 집단으로 전락하여 소인배들의 ‘자기살림차리기 장(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이왕에 할 바에는 분명한 역사철학과 국정운영의 지침을 마련하고 지역의 주민들이 주축이 된 지지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밑으로부터의 상향식 정치가 추구하는 바른 정치철학을 지향하는 이념적 좌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균형발전’ 이니 ‘지방분권’이니 수사(修辭)성 국정이념이 현실화되어도 중앙에서 지역의 특정한 흐름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치적 지향점이 형성이 안 된다면 설사 특정 지역에서의 한 정당이 창당이 되어도 임시적 편의에 의한 특정정파의 부름을 거부할 수 없는 심부름 꾼 정당으로 전락함과 동시에 그 영향력과 범위가 축소되어 정계개편의 파고에 수시로 묻히는 연약한 서생정당(書生政黨)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설사 한 정당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창당되고 운영되어진다 해도 그 관심영역과 조직구도는 전국을 다 담아내는 전국정당의 모습이어야 한다. 바람직한 전국정당의 모습이 된다는 것은 적재적소의 훌륭한 인재들을 선발하고 받아 들여서 누가 보아도 새로운 인물들이 중심이 된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판을 어느 정도 경험한 필자는 학자로서도 한 정치집단이 성장하여 성공적인 권력창출을 하기 위해선 훌륭한 인재가 가장 우선적인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자금력과 조직은 인재가 찬 다음에 고민해도 늦질 않다. 아무리 목표가 훌륭하고 좋은 명분으로 시작하는 정치행위라도 그 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식견(識見)과 이 식견을 정책으로 전환하는 능력 있는 인재가 부재한다면 그 정당은 소인배 및 정치꾼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는 사사로운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독불장군은 절대로 성공을 할 수가 없다. 비록 나와 다소 다른 정치적 견해와 정치적 득실 면에서 상충되는 영역이 있어서 다소 불편할 지라도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서로 단결하고 협동하는 큰 그림이 필요한 것이다. 국정을 운영하는 이념적인 좌표가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주 만나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합의점을 마련하고 이를 성실히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창당을 통한 특정지역의 염원을 담아내는 정치행위에서의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위해서 지적하였듯이 어느 지역에서의 정치행위에 대한 철학적 소신으로 무장한 신념을 펼치기 위한 굳건한 전선의 형성이 필수 및 충분조건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만들어 낼 제대로 된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사리(私利)에서 과감히 벗어나 대도(大道)와 정도(正道)를 간하고 이를 설파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동지(同志)를 규합하고 독려하는 것은 지도자의 매우 중요한 덕목(德目)인 것이다. 지도자는 끝까지 자신이 약속한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성공하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용기와 배포가 반드시 필요하다. 권자(權者)앞에서 항상 아첨이나 하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언사(言辭)로 하늘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정치꾼들이 자질이 없는 자리에서 배제되고 각자의 역할에 맡는 자리매김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신당창당에서의 성공의 요건이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이 어려운 시점에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이념을 내걸고 정치를 한다는 것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의 욕심과 명예욕을 뒤로하고 언제라도 홀홀 단신이라도 역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난세(亂世)에서 편을 가르고 험담으로 자기만의 이기적인 목소리로 철학도 없이 당을 만들고 소리(小利)에 함몰된 모습으로 국민 앞에 다가서선 안 된다. 새로운 비젼과 새 정치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내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라의 안위를 구한다는 신념이 현실화되는 필요조건들을 다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큰 일을 하는 덕목이 첫째도 단합이오, 둘째도 단합을 통해서 새로운 국가 및 지역의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필자가 고향인 충청도에서 뜻이 있는 분들이 모여서 나라를 위한 한판의 정치활동을 준비 중 이라면 상술한 부분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지고 나라와 지방의 진정한 발전에 주춧돌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05-06-26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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