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이 빠진 남북합의사항을 보며

핵심이 빠진 남북합의사항을 보며
6.25에 짚어본 남북관계
남북장관급회담의 알맹이 없는 결과를 보며


남북장관급회담이 3일동안 진행되어 12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종결되었지만 웬 지 과거의 틀에 박힌 의전적 회담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서 우리 정부의 홍보성 성과언급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시원치가 않다.

특히나, 6.25 55주년을 맞아 생각해 보는 남북관계는 전쟁중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의 행방을 다가오는 8월에 적십자 회담을 개최하여 확인한다는 합의가 있어도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보아서 실질적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을 떨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정동영 장관이 큰 성과 운운하면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주장한 김일성 전 주석의 비핵화에 대한 유언까지 돌이켜 보면 우리측이 요구했던 7월중에 북한이 6자회담에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간곡한 요청’대해 서 끝내 답변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임으로서 혹시나 했던 국민들의 기대는 역시나 라는 다소 비관적인 관점에서 북의 비핵화에 대한 계산된 지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남북회담 합의일정에서 자세한 협의가 이루어 지겠지만 평양에 방문한 우리 대표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면담 및 그의 언행을 보고 평했던 시원시원하다는 사람됨됨이에 대한 뒷이야기를 뒷받침 할 만한 획기적인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아서, 우리가 북측에 식량만 더 제공키로 하고 이것을 지렛대로 얻어낸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해소할 만한 성과는 없는 샘이다.

국민의 정부 이후 햇볕정책을 모토로 그 많은 현금과 물자를 이런 저런 명목으로 제공해왔지만, 정작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당당하게 요구해야 했었을 납북자 및 국군포로 생사확인의 수준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북한당국의 의지가 2002년 9월 4차 적십자 회담에서 확인된 사항을 재확인 하는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점을 상기할 때, 말이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남북관계의 한계를 재확인 한 것이다.

2004년 말 현재 542명으로 추산되는 국군포로와 486명으로 추산되는 납북자들의 가족들에게 우리 정부의 더 단호하고 원칙적인 의지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남기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정부가 우리 국민들에게 근거도 없는 낙관적이고 감상적인 대북관(對北觀)을 심어주고 이를 뒷받침 할 만한 성과가 없는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6.25의 참상을 생각하는 우리 국민들에겐 북측이 회담장에서의 김정일 위원장의 체면대결 없애란 지시에 따라 보인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제외하면 우리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핵 문제 접근에서 남북한 모두가 총체적 진실에 기반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크게 살려주지 못한 것이다.

필자가 칼럼에서 자주 다루었듯이 지난 6.10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미국 및 국제사회의 단호한 북핵 해법을 놓고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지도부의 ‘시간벌기 전략’이 어느 정도 이 대화과정에 녹아 있음을 부인해선 안 될 것이다.

북한은 그들의 의도대로 쌀 40만톤을 얻어가는 실제적이 성과가 있었지만 우리정부는 이를 지렛대로 실질적인 실천적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 반쯤은 실패한 회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반도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북핵을 중심으로 한 위기상황이 여전히 북측의 형식적인 수준의 언급을 제외한 명확한 회담복귀일정에 대한 확약의 부재는 우리 정부가 현재 대북접촉에서 홍보성 성과를 나열하고 있음에도 알맹이가 빠진 회담이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아직도 안보문제에 관한 한 남북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6.25의 아픈 동족상잔의 추억을 기리는 바로 이 아침에 온 국민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05-06-26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