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보편개념과의 힘겨운 대응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보편개념과의 힘겨운 대응
민주주의 물결 앞에 고민하는 중국과 러시아
인권과 물질적 풍요로움을 염원하는 시대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음을 알아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일에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코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노선으로 채택하고 있는 일방적 국제주의(unilateral internationalism)에 대한 견제차원에서 ‘21세기 국제질서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아마도 두 정상의 속내는 냉전의 종식을 선언한 거대한 소련제국의 붕괴 이후에 세계의 정치.경제.안보.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독주(unilateral leadership)를 하고 있는 초 강국 미국을 견제하고픈 의도를 갖고 공통의 분모를 찾아 미국을 향한 가장 낮은 단계의 반기를 든 것이다.

이 공동선언문의 내용으로는 ‘모든 국가들이 각국의 특성에 맞게 발전방법을 찾고 국제문제에서 동등한 참여를 보장 아야 하며, 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일방적인 행동을 피하고 독재정책이나 군사적 위협과 무력사용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문구자체의 논리성이나 당위성차원의 시각에서 두 국가나 선언한 내용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에서 자국의 국민들에게 얼마나 훌륭한 정치제도나 경제제도로 자국민의 인간적인 삶을 잘 충족시켜 주고 있느냔 아주 소박한 관점에서 이 두 국가의 고민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들이었던 현재 그루지아, 우즈베키스탄 등의 독립국들에게 민주화 물결을 전파하고 시민의 자유를 확대하는 국제적인 운동을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장 소중한 인권개념을 무기로 민주주의의 확산을 미국 대외정책의 골간(framework)으로 정하고 국제정치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냉정한 국가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현실주의 정치의 장벽을 넘을 수 없는 이 공간과 시간속의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패러다임의 현주소를 부정하면 안 될 것이다. ‘주권국가 특성에 맞는 발전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자국의 압박정책 및 강권 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약소국들의 바람과 소망이 무참히도 무시되고 있는 바로 자신들 등잔 밑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자신들의 이중적 잣대는 어떻게 보아야 하고, 더 나아가 그러한 문제에 대한 지진한 고찰은 어디로 간 것인가?

여러 내용 중 에서도 대만문제 및 체첸 제등에 대한 양국의 철저한 나눠먹기식 계산이 적용된 ‘각국의 정책에 대한 이해 및 상호지지 약속’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편의주의적 접근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바로 이 두 국가가 취한 국제질서에 대한 공동인식 및 대처가 강국과 빈국, 약자와 강자, 그리고 가진 와 가난한 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는 진실과 이해에 기초한 역사적 선언이 아니라, 특정한 국제정치상황에서 강국의 권력층이 권력의 의지대로 가려는 길에 방어벽처럼 보편적 정서를 담고 시의 적절한 명분으로 세계사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힘이 두려워서 만들어낸 역사적 소품이요 미봉책인 것이다.

필자가 미국을 무조건 칭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러시아와 중국의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분석의 장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가난과 탄압 그리고 편견의 늪에서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두 강국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눈앞에 펼쳐진 국제정치의 파워게임에 매몰되고 있는 우리 현대문명의 한계이기도 한 것이다. 자기들 보다 더 강자인 미국에 전략적 동반자로(strategic partner)서 맞서는 파워게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냉전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미국이 결점도 많이 있지만 전세계에서 모범적인 민주제도를 개발 정착하여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사회를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는 초 강국(super power)으로 있는 지구촌에서 공동체가 가야 할 이념과 철학적 토대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비되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적 파워게임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고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해서 폭정의 종식을 수행하는 방법과 절차에 대한 반감을 보인 측면에서 현실주의 파워게임의 가장 저 차원적인 대응모델인 것이다.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현재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민주주의 및 사회구성체의 생성 및 운영의 논리보다 더 자국의 백성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고 정신과 물질의 균형된 구조 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에 기반한 신선한 고차원의 대응논리를 우리 모두는 건전한 비판적 시점에서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 중에서 유엔의 역할 강화와 개혁, 국제안보를 위해 테러집단 자금 원 추적, 극단주의 세력의 발본색원 등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은 미국을 제도적으로 견제하는 것이 필요함과 동시에 주변의 약소국들이 특정한 수단과 게임으로 자기들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세력권내에서 국제적 명분을 거스르는 테러단체를 지원한다거나 북한의 예에서처럼 핵 개발을 통한 자국의 독재체제를 강화하여 독자적인 목소리를 키워가는 등의 자국들의 이익에 반(反)하는 행동에는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이중적인 태도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는 힘에 기반한 파워게임의 연속이고 이를 잘 활용하고 문제점과 위기순간을 헤쳐가는 전략과 전술은 각 나라의 역량의 문제이지만 인류사의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고 인간을 존중하는 확고한 철학으로 무장한 처방만이 어느 나라의 대외정책이든 종국에는 승리 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2005-07-03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客座敎授,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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