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의 도도한 흐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인류사의 도도한 흐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뒤늦게 동참한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
인류역사의 인권에 대한 도도한 물결을 수용하는 정부가 되어야

오늘 아침에 ‘청와대가 북한의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보도는 그 동안 10여 차례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 필자에겐 내면에서 울리는 잔잔한 감동 그 자체이다. 필자는 어제 금요일부터 오늘 아침일정을 나라를 걱정하는 한 정치모임의 워크샵에서 보내면서 아침에 마련된 특강시간에 연사로서 ‘북 인권 및 핵 문제를 보는 정당한 한국민의 시각에 대한 강연’을 끝내고 접한 신문의 보도이기에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그 동안에 유엔의 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결의문을 2003년, 2004년, 그리고 2005년에 각각 3차례나 채택을 하였는데 우리 정부는 매번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혹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기권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을 제기하는 각종 단체 및 선진민주정부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동안에 과거 오랜 세월 남북관계에서 경험한 북한 김정일 정권의 예측 불가능한 태도나 돌연적인 사태전개등에 반추하여 볼 때 북한체제의 뜨거운 감자(hot potato)인 핵 문제와 더불어 체제불안의 주요인으로서 폭발적인 반체제 운동으로 번질 수 있는 북 인권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큰 부담이요, 걱정이긴 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인권문제를 우리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의할 때 북한이 반발하여 남북관계와 북 핵 문제해결에 찬물을 끼 얹는 구실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렇다고 등산하는 사람이 갈 길이 가파르다고 정상에 오르는 것을 포기할 순 없질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가 뒤늦게 나마 보편적 양심에 기반 한 민주주의 정부로서 바로 우리 지척에서 하루에도 수 백 명 씩 굶어죽고 있는 북한의 처절한 기본적 생존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이 남북관계를 풀어간다는 것은 먼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그 절차 및 방법적 측면에서 역사적 대의를 거스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 수 없다.

이젠 정부에 다음과 같은 주문을 하고 싶다.

기왕에 다소의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북한인권실태 조사라면 그 범위와 깊이를 역사적인 철학과 소명의식을 십분 담아내는 다짐으로 광범위한 연구사례로부터 미시적인 북한사례로 연결하여 국가의 인권위원회가 체계적인 업무를 관장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특수한 사항만 청와대의 특별 팀에서 맡았으면 한다.

그 동안 국가의 인권위원회가 탈북자실태 조사를 위한 팀 구성과 약간의 작업은 있었으나 청와대가 주도하여 정부차원에서 실태파악에 나선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대북정책 조정 문제와 북한 인권 실태 파악을 분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통일부가 NSC가 아닌 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주도로 팀을 구성한 것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 늦게나마 국제사회의 북 인권을 겨냥한 양심세력의 부름에 어느 정도 부응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때로는 우리 인간들이 계획하고 의도한대로 역사가 흐르기도 한다. 남북관계의 특성을 감안한 우리 정부의 고민과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인권문제를 거론함이 없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먼 역사적 맥락에서 한 시대를 후손들이 평(評)할 때 특권층을 위한 업적차원의 접근이었는지, 아니면 역사의 기층 민중인 대다수의 국민들의 아픔을 헤아린 정책 이었는지를 판가름 하는 후대 사가들의 중요한 판단 지침이 될 것이다.

현 정부는 바로 이러한 역사의 도도한 요구와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비록 많은 시간이 걸리고 다소의 걸림돌이 튀어 나와도 탄압 받고 고통 받는 대다수의 북한주민이요 우리 동포인 북한 인민들에게 오늘은 힘들게 인권의 사각 지대인 독재체제하에서 고통 받고 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희망의 씨앗을 잉태할 수 있다는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대 결단을 요(要)하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모처럼 뒤 늦게라도 인류양심세력의 절규를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북한의 선량한 시민들에 대한 인권파악노력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지 말고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인류역사의 인권사(人權史)에 기록될 만한 공헌을 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2005-07-09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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