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아픔과 한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라

민족의 아픔과 한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라
김정일 위원장 북핵 문제 대결단을 내려라
민족과 역사의 이름을 존중하는 인물이 되길 바란다

지난 주말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의사를 전하는 언론매체들이 제시한 앞으로의 회담 전망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북핵의 최대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일단은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은 안도감과 앞으로의 회담결과에 대한 궁금 등으로 어수선한 상태이다.

이 번에 북한의 지도부가 회담복귀라는 결단을 내린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이 체제유지를 위한 외세와의 대결이 과거처럼 강성노선의 추구와 갈등의 구조만으론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난, 이념적 사회주의의 몰락, 시대착오적인 왕조체제유지의 상당한 명분과 정당성이 점 점 더 엷어지고 있는 정보화물결의 첨병인 지구촌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만홀로’ 주체적인 쇄국노선으로 버텨온 과거의 대외정책의 추구가 가져온, 먹을 것도 없는 최빈국으로 전락한 한계와 체념의 결과물이기도 한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북한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큰 형님 격이었던 중국의 지도부들은 등소평이 집권한 197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김일성 일가에게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개방 노선을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으나, 종교적 교조주의로 사상무장을 강화하고 일체의 외부정보를 통제하는 우민화 정책을 통한 왕조체제 유지의 핵심근간인 폐쇄적 국가운영을 벗어 던지는 모험을 정권유지의 덫에 걸려서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민족해방의 주 대상인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장으로 어느 정도의 만족스러울 만한 부와 자유를 누리는 모범적인 개발민주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했지만, 반대로 북한은 폐쇄고립노선의 고수 및 이미 낡은 이념적 패러다임에 함몰되어서 경제성장의 동력은 다 잃어버리고 아사자가 속출하는 가련한 국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남한 및 세계자본주의 체제와의 생존경쟁에서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이념적 명분은 외세의 침탈로 얼룩진 우리의 역사적 정서를 십분 활용한 외세배격을 명분으로 다듬어온 주체사상이었으며, 이러한 민족정서의 배양이 곧바로 김일성/김정일 전제왕조체제의 강화로 이어지게 되는 불운한 역사가 북한에서 이어졌고, 사상적 통제체제를 공고화하여 거센 개방과 민주화의 물결에 정면으로 대응해 온 것이다.

그러한 북한의 경직된, 종교적 수준의 도그마로 무장된 체제는 무모한 생존전략의 핵심으로 핵 개발을 통한 체제보장에 모든 국력을 쏟아 부어오고 있기에, 여기에 걸림돌이 되어온 미국을 위시한 ‘국제핵비확산체제’의 상징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상대로 한 힘겨운 시소게임을 벌이면서 기만전술로 어느 정도 핵무기의 개발 및 보유를 잠정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갖게 된 것도 부인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동안 북한 스스로 핵 보유 성명을 발표하는 단계에까지 오면서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몇 번의 속임과 지연전술에 놀아나면서 나름의 북한체제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및 정책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북한이 무모한 체제생존전략으로 선택한 핵 놀음이 매우 위험한 함수를 지니고 있는 역사적 증거인 것이다. 논리성과 대등성만으로 본다는 북한의 핵 보유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현실성과 대의적 측면의 함수관계가 문제인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확고한 원칙인 ‘북한이 핵 동결을 넘어선 완전폐기로 이어질 때만 북한이 원하는 경제지원도 체제보장도 정상적인 외교관계수립도 가능하다’는 일관된 전략이 시간의 한계성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의 지도부로 하여금 제2차 핵 게임을 위한 회담장 복귀를 선언하게 된 것이란 판단을 해 본다.

문제는 우리정부의 중대한 지원제의가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이 우리 정부가 이번에 북한의 회담복귀를 위해 일정부분 기여한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북한의 태도변화 유도를 위하여 터무니 없이 많은 액수의 지원과 협력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의 회담 과정을 더 지켜보며 논(論)하기로 한다.

필자가 보기엔 미국의 일관된 원칙과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기존의 핵 문제에 더해서 북한의 인권문제는 또 하나의 다른 카드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는 유효한 카드로서 미국의 손안에 쥐어져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더 이상 국제사회 및 우리 민족에게 전개해온 핵을 이용한 기만전술을 과감히 포기하고 투명하고 정직한 협상자세로 국제사회의 신임을 축적하여 우리정부를 매개로 최대한으로 핵 포기를 대가로 지불되는 전리품을 챙겨야 한다. 체제생존의 핵심전략을 핵을 이용한 대결과 협상의 전술에서 과감히 전환하여 핵 포기 및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통한 경제건설과 합리적인 체제변혁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쉽고도 간단한 북한체제의 생존전략이 김정일 정권 및 현 북한체제의 양립가능성과 맞물려서 섣불리 개혁으로 갈 수도 없는 지도부의 고민을 모르는 우리정부도 아니기에 더더욱 답답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핵 정국이다. 앞으로 연구하고 토론해야 할 우리 민족의 대 숙제이다.

북한이 표면상으로 결정한 명목적 회담복귀의 주된 이유인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것이나 6자회담의 틀 내에서의 양자회담 개최 가능성은 내심 복귀를 결정한 김정일 정권의 고민을 십 분의 일도 대변하고 있질 못한 것이다. 복귀의 진짜 이유는 한계에 다다르면서 인내심에서 고갈된 상태로 가고 있는 미국이 마련해 논 강경책에 대한 두려움 및 현실적 대응여건의 부재일 것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또 다시 이 번에 개최되는 4차회담을 시간 끌기의 장(場)으로 이용 하려는 의도가 입증되었을 때에, 중개자역할을 자임하면서 상당부분 회담장으로 북한을 유인해 내는데 기여한 우리 정부의 난처한 입장과 급작스럽게 전개될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전술의 본격적인 시행일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북한은 그 동안 남한을 인질로 잡고 미국과의 대결에서 긴장수위를 높이는 주도 면밀한 핵 전술을 전개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기대 이하로 냉정했고, 이와 반대로 민주주의 증진법의 제정, 북한인권문제의 국제적 이슈화 등의 북한의 지도부를 겨냥하여 점진적인 목조이기가 진행되는 과정을 매우 고통스럽게 지켜보아 온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북한의 지도부는 6자회담 참가를 통한 시간 끌기 및 협상을 지연시키면서 비밀리에 완전한 핵 보유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반(反)민족적 목표를 책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은 피해야 김정일 정권도 생존할 수 있고, 우리 대한민국도 안정적 안보환경의 조성을 통한 제2의 경제도약을 준비하는 희망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세계사의 보편적 민주주의 물결에 의해서 북한의 대다수의 주민들은 종국에는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민주적으로 큰 명분과 가치를 담아낸 남한의 정치체제에 의해서 보살펴 질 것이다. 일정기간의 교류와 협력의 시간을 통한 진정한 한민족의 정통성 및 정체성에 대한 스스로의 깨달음의 시간이 다가오면 그 역사적 물결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바로 이러한 파국을 막아보려는 김정일 정권의 시대에 역행하는 정권유지노력이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정성을 조장하고 있는 주 요인 인 것이다.

이젠 우리정부도 과거의 균형 잡히지 못한 대북관(對北觀)에서 빨리 탈피하여 현실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하고 체제보장에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서부터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주문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미국을 위시한 우방들과의 내용이 있는 정책공조가 마련되고 민족적 특수성에 기반한 설득과 압박의 카드를 적절히 잘 활용해야 한다.

사실 그 동안에 ‘어떻게든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조건 없는 대북지원으로 이어지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는 무리수를 둔 측면도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체제적으로 경직되고 대결과 갈등의 노선의 확장을 통한 체제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의 정권이 진정으로 변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진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우리정부의 현실적 위상과 능력은 지금 미국과 북한의 핵 게임에 효과적으로 개입하여 주도적인 해결사 노릇을 하기가 수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북한이 말을 주고 받는 수준의 외교전에서 신뢰성에 기반한 행동으로 이행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이 번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계속 거부하고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는 등의 기만술로 회담장을 이용한다면 우리정부가 그렇게 우려하는 사태로 남북대화가 무기한 경색되는 악수를 초래할 것이고 국제사회가 마지막으로 제공하고 있는 외교적 타결을 통한 해결에 대한 전망을 다 부수고 압박과 제제를 통한 강경책으로 전환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크나 큰 걱정이 든다.

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주문하고 싶다.

이제는 한민족의 이름으로 유한한 정권의 협소한 이득을 뒤로 하고 대다수의 북한인민들과 앞으로 전개될 21세기의 강성대국 통일대한민국을 위해 완전한 핵 포기를 통한 국제사회의 신뢰성 회복 및 전폭적인 지원에 정권의 운명을 걸어 보라고 말이다.

미국을 위시한 6자회담 참가국들도 더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으로 마련된 대화의 장(場)에서 최대한 북한정권을 설득해 보라고 기도할 뿐이다. 명분을 갖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데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다면 이거야 말로 정말로 한반도의 큰 재앙이 될 것이다.
2005-07-11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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