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의 주유소 프랜차이즈, 또 ‘책상머리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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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의 주유소 프랜차이즈, 또 ‘책상머리 행정’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08.03.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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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합·전자상거래 실패 경험 무시, 즉흥적 발상
[석유가스신문/이지폴뉴스]

유통단계만 추가 오히려 기름값 인상 요인 제공

대형 할인마트의 주유소 사업 진출을 촉진하겠다던 정부가 이번에는 주유소들이 모여 석유유통 프랜차이즈를 구성하는 것을 돕겠다고 나섰다.

대형 할인 마트의 브랜드를 석유 유통 시장에 접목시키고 공동 구매까지 주도하며 정유사에 대한 바잉 파워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대형 할인마트가 석유 유통 브랜드를 도입하고 시중의 주유소들이 가맹점으로 참여해 기름 공급에서부터 판촉 등의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그 핵심이다.

일본 원매사 제도와 유사한 개념으로 정부의 계획대로 프랜차이즈 사업이 도입될 경우 정유사 과점 체제의 석유 유통시장은 굴지의 대형 할인 마트와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다.

석유를 정제하고 판매하는 ‘정유기업’과 정제 시설 없이 유통망만 구축해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기업’이 혼재되는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인데 그 현실 가능성은 밝지만은 않다.

2000년대 초반 석유유통시장에서 유사한 형태의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공동 브랜드까지 도입했던 구매 조합

주유소 프랜차이즈 방식은 1997년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 이후 석유수입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태동된 석유공동구매조합과 그 기능이나 운영 형태 면에서 상당히 닮아 있다는 평가다.

정유사로 한정되어 있던 석유공급시장에 석유수입사들이 진입하면서 주유소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공동 구매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한 때 전국적으로 10 여개 지역의 조합이 형성되기도 했다.

특히 2001년에는 전국적인 석유 공동구매 조합들이 모여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정식 등록된 석유판매업협동조합 연합회까지 결성하며 바잉파워를 행사했고 참여 주체도 주유소는 물론 석유일반판매소 사업자들까지 포함해 전국적으로 1600여 곳의 석유유통사업자들이 가입하는 등 외형적으로 상당한 파괴력을 갖추기도 했다.

연합회는 또 공동 브랜드도 도입해 회원사중 희망 주유소에 전파하는 등 공동 구매와 공동 브랜드를 통한 일종의 석유유통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도했다.

정유 과점 체제에서 일종의 실험적인 유통방식이 시도됐던 셈인데 그 끝은 화려하지 못했다.

지역 조합이나 연합회가 희망하는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기존 소매유통망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는 정유사 입장에서 굳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구매조합에 공급해줄 필요가 없었던 데다 저유가 기조가 힘을 잃으면서 석유수입사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자 조합의 역할 역시 자연스럽게 퇴색하게 됐다.

일부 공동 구매 조합에서는 국내 최대 종합상사로 석유수입업에 진출한 삼성물산과 연계해 석유수입대행계약까지 체결하기도 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석유 수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 바잉 파워 추구했던 석유 B2B

석유전자상거래도 한때 새로운 석유 유통 메커니즘을 제시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끝내 빛을 보지는 못했다.

2000년 대 이후 전자상거래 붐을 타고 석유 B2B를 표방하는 업체들이 한 때 7~8개에 달했다.

오일펙스를 중심으로 넷오일, 사이버페트로, 오일팝, 예쓰오일, 오일체인, 엔페트로 등 석유 전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시장에 진입했던 것.

이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정유사나 석유수입사 같은 석유 공급자와 주유소 등 석유 구매자 사이의 거래를 알선하고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찾아 왔고 일부 업체들은 공동 브랜드까지 도입하며 거래 주유소 유치에 주력했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출자를 약속하며 석유 전자상거래 전문 업체로 출범한 오일펙스는 ‘댕큐’라는 자체 브랜드를 도입하고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주유소 설립을 추진했지만 빛을 보지는 못했고 회사 문을 닫았다.

석유공동구매 조합과 마찬가지로 전자상거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석유 가격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쓰오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석유 수입업까지 병행했지만 내수 시장에서 정유사의 가격 경쟁력이나 브랜드 로열티에 대응해 주유소 사업자들을 설득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석유 공동구매 조합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실패 요인은 결국 주유소들이 희망하는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석유를 수입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역설적으로 정유사의 내수 공급가격이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대기업 수입사도 못하는 석유 프랜차이즈

그런 면에서 대형 할인마트를 이용한 석유 공동 브랜드 사업 역시 정부의 즉흥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일 뿐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 유통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역시 정유사에 비해 기름 가격의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구매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어 왔고 특히 석유수입업에 진출한 일부 대기업들 조차 석유 유통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수 시장의 바잉 파워에만 의존하는 대형 할인마트들이 석유의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급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남해화학이나 STX 처럼 석유수입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직 간접적으로 석유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부분 직영 또는 특수 관계인 위주의 네트워크 확보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남해화학의 석유유통 브랜드인 ´NC오일´을 도입한 주유소 전경

전국적으로 1백여 곳의 계열 석유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남해화학은 ‘NC오일’이라는 주유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주주인 농협의 후광으로 거래를 맺고 있는 주유소들의 상당수가 지역 농협 주유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종의 석유 프랜차이즈인 남해화학은 석유수입업에도 진출한 상태로 이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되면 공동 브랜드 사용은 물론 석유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일반 자영 주유소들의 참여는 극히 미미하다.

국내 최대 석유수입사였던 타이거오일을 인수하며 석유수입사업에 뛰어 든 STX 그룹 역시 일종의 석유 마케팅 컴퍼니로 분류되고 있다.

STX의 기업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데다 전국적으로 40여개에 가까운 석유유통망까지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석유 수입 사업까지 뛰어든 상태로 석유 공동 브랜드를 전파하기에 안성마춤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금껏 석유 수입 실적을 전혀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수입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석유수입 담당자는 “석유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유사보다 낮은 가격대의 기름을 레귤러하게 계속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유가 구조 시스템에서는 석유 수입 전문 대기업들이 나서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가 철저한 익명을 요구한 배경은 정부가 할인마트를 대신해 대기업 석유수입사에게도 석유 프랜차이즈 사업을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또 “예를 들어 정부의 발상처럼 이마트가 주유소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그 이미지에 맞게 기름가격이 정유사 계열 보다 낮아야 되는데 대기업 석유수입사도 하지 못한 사업을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확실한 소스(정유사 또는 국제 석유 시장의 공급자)도 없고 그런 경험도 없는 회사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바잉파워를 행사해 저가 납품을 유도하며 최저 판매가격을 지향하는 이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의 경영 전략은 공급원이 제한적이고 수입 경제성 조차 확보되지 않는 석유유통시장에서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량 구매로 바잉파워를 행사하는 것이 대형 할인마트의 영업전략인데 전국적으로 충분한 석유유통 체인을 확보하고 있는 정유사 입장에서 굳이 할인마트에 석유를 공급할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할인마트가 주도하는 석유유통 프랜차이즈가 설립된다고 해도 정유사 입장에서 거래 계약을 맺고 있는 기존 주유소들보다 낮은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령 그럴 여력이 있더라도 거래 주유소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인마트 같은 유통 사업자들이 석유 프랜차이즈에 진입할 경우 오히려 기름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유통 마진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할인마트 사업자들이 중간 도매 개념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유통 마진을 정유사와 프렌차이즈사, 주유소가 나눠 가질 수 밖에 없어 오히려 기름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에너지가격실장은 “내수 석유 유통시장에서 경쟁을 더욱 촉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유사 대비 수입 가격의 경제성을 갖는 것인데 국제 석유가격이 급등하고 국제 선박 수송 비용까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석유와 내수 판매 가격 사이의 수익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렇다고 정부가 석유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만 프로핏(profit)을 주는 것은 기회의 균등 입장에서 쉽지 않을 것인 만큼 결국은 석유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려는 해당 기업의 선택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입 석유 가격이 정유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부족하고 정유 기업 역시 내수 유통망을 팽개치고 대형 할인마트 등에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석유를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비춰 보면 이번 대형 할인마트의 석유 프랜차이즈 진출은 ‘빛좋은 개살구’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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