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구조적 제약요인에 대한 분석이 더 선행되어야

6자회담의 구조적 제약요인에 대한 분석이 더 선행되어야
종속변수(從屬變數)로 전락하고 있는 대북전력지원
6자회담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하는 구조적 제약성을 인식해야

한국을 방문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우리정부의 독자적인 200만KW의 대북전력지원안(案)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앞으로 열릴 6자회담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환언하면 표면적인 6자회담 당사국 및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이 제안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실을 맺으려면 우리 정부의 원칙적인고 단호한,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상호주의(reciprocity)의 엄격한 적용을 대북정책에서 시행한다는 입장을 공표해야 한다.

이보다도 다자주의(multilateralism) 해결방식으로 진행중인 6자회담에서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과 더불어서 그 동안에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중심이 되어서 내 놓은 제안들과의 연관성을 만들어내고 조율하는 힘겨운 작업이 남아있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정부의 외교적 능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완전하게 핵을 포기해야만 체제안전보장을 한다’는 미국의 흔들리지 않는 기본원칙에 북한이 어떤 태도로 임할지도 큰 변수인 것이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밖에 없는 경제지원보다도 우선순위로 체제보장을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당분간 좋은 분위기에서 우리정부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는 긍정적 효과가 미국을 상대로 한 체제보장 협상과정과 어떻게 맞물려 갈지도 큰 변수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회담재개를 촉진하는 촉진제 역할측면에서의 대(對)북전력공급안(案)의 역할이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결국은 북한이 우선순위로 보고 있는 체제보장협상결과에 따라서 성사여부가 판결이 나는 북핵 문제 해결의 한 종속변수란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6자회담장으로 복귀하는 북한측의 태도와 의도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정부도 그 동안 미국이 제시한 안에 대한 공식적인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상이 아니라는 것이 냉정한 전문가들의 시각임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전략적 측면에서 당초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지렛대(leverage)를 많은 부분 구조적인 문제로 계속 행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필자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미국의 CNN은 서울에서 행한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의 원칙적인 대북전력지원에 대한 환영의사를 전하고 있을 뿐, 북한의 태도를 보면서 협상을 진행한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는 상황임에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던 대북경제지원의 규모와 방법이 세상에 다 알려지면서, 이제 북한의 주된 관심은 미국과의 담판을 통한 체제보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앞서 자발적으로 대북전력지원은 우리정부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마당에 그 동안에 중단되었던 대북중유공급에 대한 부담이 어떻게 조율될지도 큰 과제로 남게 되었다.

최근에 우리사회내의 가중되는 민생고(民生苦)를 생각하면 수십 억 달러가 소진되고 있는 대북지원사업의 정당성과 국민적 합의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측면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야당이 나라의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적절히 견제하는 차원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그 여론을 대북지원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한 언론사에 의해서 공표된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가 대등하게 나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 동안에는 업무의 특성상 보안을 전제로 모든 일을 진행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잠시 유보했다지만 지금부터는 한 정권을 넘어선 역사적인 대북지원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특정정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될 사업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의 대(對)국민 홍보 및 동의절차가 필수조건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정부는 혹시나 단기적 성과주의 및 북핵 문제의 절박성에 매몰되어서 정부내의 관련부처와 기술적으로 문제점이 무엇인지 검토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점검할 때가 된 것이다.

여기에 더 중요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6자회담에서의 성공적인 타결에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오늘도 연일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 즉 플루토늄 과 우라늄, 을 포기한다는 북한의 전략적 결정이 있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는 검증이 가능할 때만이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도 경제지원도 가능할 것이란 단호한 메시지이다.

북핵 문제에서의 독립변수는 핵을 포기한다는 북한지도부의 전략적 결정이고 이를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실천할 미국정부의 의지인 것이다. 우리정부의 대북전력지원은 애초부터 구조적으로 종속변수로 상술한 두 변수의 향방에 따라서 그 성공여부가 결정 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언론들이 마치 우리정부의 대담한 지원이 북핵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것 같은 분위기로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고찰을 등한시 하는 것은 국민들의 바른 시각을 위해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하루 빨리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적게는 자신과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을 위해, 그리고 더 크게는 우리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위해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적당한 선에서 시간 끌기를 하는 기만술이 보인다면 이거야 말로 근세사에서 한반도의 가장 큰 비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2005-07-14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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