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신은 공동체의 건강성에 있음을 알아야

민주주의 정신은 공동체의 건강성에 있음을 알아야
시장경제도 수정자본주의를 수용한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리인 점도 담아내는 토지제도가 되길


필자는 농촌출신이다. 땅의 소중함을 체험으로 알고 보낸 유년기가 생각난다. 한치의 거짓과 속임이 없이 농민들이 노동을 한 만큼 돌려주는 정직과 신뢰의 대명사가 토지라는 생각을 해 보곤 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土地)라는 대하역사소설이 지닌 무게와 깊이는 항상 가슴속 깊이 묻고 살아가고 있다.

최근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놓고 우리사회내의 진보와 보수진영간의 논쟁이 매우 뜨겁다. 필자도 몇 일 전에 한 컬럼을 통하여 ‘시장경제주의라도 천민자본주의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언 듯 듣기에는 마치 자유로운 시장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처럼 들리는 오해의 여지도 있을 수 있으나, 글을 쓴 본래의 목적은 건전한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동체윤리가 작동할 수 있는 책임의식과 시민의식을 갖춘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정부가 추진중인 토지공개념(concept of public land ownership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토지 소유권과 처분권을 제한 하는 것으로서 우리 헌법의 23조에서도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법적 타당성에 비추어 보아도 부(富)의 치나 친 편중이 공동체의 건전한 참여의식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과,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재능과 노동에 의한 노력보다는 땅 투기를 통한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리는 천민자본주의 행태로 귀결될 수 있는 나쁜 풍토를 척결하는 취지에서 정부가 적절한 선에서 정책적 처방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급속한 근대화.사업화로 상징되는 경제발전과정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정경유착(政經癒着)과 탈법.불법으로 부도덕하게 축적한 부(富)를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이 기득권세력의 특권적인 부의 축적 및 확대재생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절제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주문해 왔지만, 오히려 창의성에 기반한 건전한 제조업을 통한 기업활동보다는 부동산을 통한 투기에서 얻는 개발이익에 목을 메고 있는 일정비율의 기업인들이 있는 현실을 부정해선 안 된다. 국토가 좁은 현실에서 토지공개념의 적절한 정책적 활용을 통해 부의 편중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건전한 기업윤리의 창달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땅을 통한 투자 및 개발이익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헌법상에 보장된 ‘사유재산권 보장원칙’과 상충되는 측면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기에 적절한 선에서의 토지이용성측면의 공공성확보가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마련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법 집행의 타당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이 8월말에 내놓을 부동산대책이 토지보유세 강화 및 토지개발의 공공성 확대, 적정한 선에서의 개발이익 국고 환수 같은 개념으로 국한된다면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큰 상처가 없이 헌법정신의 테두리 안에서 법을 집행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문제는 특정정파의 기한 및 정치적 이득과는 별개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차분히 연구하는 자세로 입법과정에 국민들의 의견도 반영하는 절차상의 정당성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헌법도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개정하는 것이고, 더 큰 역사발전의 과정에서 대다수의 국민의 의견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기본원리 측면에서도 국민투표로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는 법안이라면 시장경제의 테두리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택되는 것이 역사발전의 기본법칙에도 맞는 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장의 효율성과 경제활동의 자유만 강조하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가 일정수준의 개발단계에 이르자 여러 가지의 모순을 잉태하게 되고 국가는 적절한 개입을 통하여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해 온 자본주의 발달의 역사적 사실에서도 토지공개념관련 정책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케인즈 학파가 주장한 것처럼 국가가 종래의 자유방임주의를 포기하고 계급을 초월한 입장에서 자본주의의 결함을 제거하는 정책을 채택한 덕에 자본주의의 뿌리가 뿌리를 내려 오늘처럼 자리잡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순수경제학자들이 누진과세와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사회 여러 계층의 소득을 평준화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모순이나 곤란을 제거하고 사회전체의 유효수요를 증대하여 불황을 회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J.K 갈브레이스 가 ‘대항력의 이론’에서 주장한 독점기업에 대한 견제논리도 토지의 과다한 집중을 국가가 적당한 개입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생각해 볼 근거는 된다는 생각이다.

갈브레이스가 주장한 ‘독점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소비단체.국가 등이 독점기업에 의한 거대한 독점이윤의 획득을 방해하는 대항력으로서 나타난다’고 보는 측면에서 토지공개념의 유용성을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수정자본주의의 근간인 국가가 자본주의적 모순이나 계급대립의 조정자(調停者)로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이 문제를 더 적극적인 해석을 통하여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우리사회의 가진 자(者)와 갖지 못한 자(者)의 계층적 위화감 및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사회병리현상에 대한 치유책으로서 기반시설 부담금 등 개발이익 환수 강화, 토지보유에 대한 과세강화, 그리고 시가에 근접하도록 공시지가 조정, 종부세 등 대상 확대가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는 과격한 정책으로 매도하는 것은 기득권 및 가진 자(者)의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필자의 소견이다.

1989년의 노태우 정부시절에 정부는 토지관련 부작용 및 건전한 기업윤리 진작차원에서 개발부담금제, 토지초과이득세제 및 택지소유상한제를 골격으로 하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여 법안까지 통과되었으나 위헌 및 헌법불일치 판정, 또는 당시의 경제사정 등의 이유로 시행을 할 수 없었던 경험을 살려서, 공공성강화 및 사회계층간의 위화감 및 상대적 박탈감 해소차원에서 시행해도 큰 무리수가 따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대정신(時代精神)을 담은 토지공개념의 부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하는 두 가지의 사항이 있다.

혹시나 현정부가 정파의 이득을 겨냥하여 선동적인 자료의 공개 및 활용을 통한 정책적 포퓰리즘(populism)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경직된 사고로 사회공동체의 건강성을 무시해온 일부 보수 및 기득권층의 잘잘 못은 엄격히 가리지만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는 순수한 자본가들의 명예와 재산축적과정에 대한 타당성을 사회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윤리의식의 부재로부터 나올 수 있는 대다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회구성원의 존재의 의의와 가치를 등한시 하는 졸부나 투기꾼들이 시장경제 운운하면서, 마치 국가의 간섭이 전무한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처럼 기득권 및 특권유지에 매몰되어서 순수한 차원의 정책적 보완책 마련도 매도하는 금권이기주의가 발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술(上述)한 극단적인 두 가지의 결함이 잘 보완되고 온 국민이 원하는 정당한 토지이용정책이 마련되면, 이 것이야 말로 대한민국이 낳은 토지관련 2005년도 현대판 수정자본주의(修正資本主義)의 옥동자(玉童子)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2005-07-19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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