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갈등의 가치관속에서

혼돈과 갈등의 가치관속에서
X파일, 연정론(聯政論) 그리고 노숙자
혼돈(混沌)과 위선(僞善) 속에서 신음하는 서민층

한반도 주변의 힘의 역학관계(power dynamics)에 대한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6자회담이 우리정부의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과는 반대로 북미간의 줄다리기로 점철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국내정치의 모습은 새로운 희망과는 거리가 먼 비상식과 위선의 전주곡(前奏曲)으로 다가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속에 불을 지르는 것 같다.

우리 정부의 외교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정확한 이해를 구하고 국력결집의 민주적 절차에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어도 먹구름처럼 다가오고 있는 안보.경제 지형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 들고 있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국내정치는 X파일, 연정제의 등으로 온 신문의 지면을 할애 하면서 당파의 이득을 저울질 하고 있지만, 정작 이 나라의 주인들인 백성들의 아픔과 무기력감 그리고 불안감에 대한 관심은 뒷전처럼 느껴져 서글프기 그지 없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다양성의 철학적 토대 위에서 다양한 의견의 차이를 수용해내는 유연성(flexibility)을 갖춘 체제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글을 공공연히 사이트에 올리고 선전선동에 이용하는 것 까지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용서해야 하는 것인지 정신적인 공황감(恐慌感) 마저 느낄 정도의 가치관의 혼돈 속에 우리국민 거의가 휘몰 되어 있다.

불법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다 공개하면 나라가 파국(破局)으로 치달을 정도의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모 인사의 주장에서 과연 국민들은 이 나라의 지도층과 위정자들에게서 어떠한 믿음과 존경심을 일구어 낼 수 있는가?

이 나라가 그 정도로 자리에 향응하는 권위도 상실하고 부패 했단 말인가?

엄연히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국가통치 및 행정집행의 모든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강성이 무슨 사연으로 어떻게 왜곡되어 왔기에 나라가 누란에 처할 엄청난 내용이기에 다 소각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에겐 혼돈 속에서 가치관의 정립을 다시 생각해야 할 국가경영의 대 위기란 생각까지도 들게 만드는 발언이요, 사건들이다.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점철되고 있는 이 난세에서 국론을 모으고 힘을 합쳐 북핵 위기를 비롯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대 과제가 현 집권당 및 행정부의 어깨에 달려 있지만, 갑자기 대통령은 ‘당원동지들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을 빌어서 야당인 한나라당에 권력의 큰 폭을 이양하겠다는 연정론(聯政論)을 펼치고 있다.

필자가 아무리 보아도 지금은 연정이니, X파일이니 등 의 국내정치적 이슈가 국민들의 혼란스럽고 불편한 마음을 달래 줄 카드가 아니다. 겸손하게 국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진정으로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수렴하여 이를 차분하게 정책에 반영하는 진지한 노력을 보일 때에 내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초석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제도가 나빠서 이렇게 국가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국민들의 방향상실감까지 만들어내게 되었는가?

이리 저리 살펴보아도 지역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키 위해 선거제도 개정을 전제로 야당에 던진 내각제 수준의 연정제의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실효성도 아주 낮은 정치적인 함의(含意)를 갖고 있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 충정을 이해한다 해도 시기와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X파일로 주미대사 와 전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도마 위에 올라서 우리사회내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공직과 정치권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사회적 기강의 공동화(空洞化)를 어떻게 보상하고 추스려야 할지 암담한 마음이 앞선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대북(對北)관계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설정하고 북핵의 본질을 간파한 거국적 대비책 마련에 매진하면서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민생경제의 파고(波高)를 극복하는 일에 온 정치권 및 행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는 정부가 모범을 보이는 대(對) 국민운동을 전개할 시점인 것이다.

아무리 우리 사회의 민주적 유연성이 선진화되고 성숙되었어도 체제문제 및 가치문제에서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 경험이 적고, 교육의 기회가 적었던 청소년들과 일부 국민들에게 오판(誤判)의 여지를 줄 수 있고 남북대치상황을 망각하게 하는 국내 일부 세력들의 경거망동(輕擧妄動)을 경계하고, 우리나라의 현 헌정체제에 대한 비판적 논쟁을 자제시킬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을 담아낸 정도(正道)와 방향성(方向性)도 제시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체체 유지의 토대인 국정철학마저 우리의 체제를 부정하는 흐름에 짓눌리어 자유방임(自由放任)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사이에 우리 국민들이 불안한 생각까지 들게 되는 심각한 사상적 혼돈기(混沌期)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의 지성이라 할 만한 한 인사가 언론을 통해 행한 체제모독적 편견(偏見)을 우리 정부가 용인해도 되는 것인지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은인이 아니라 민족의 원수이며 맥아더는 전쟁 영웅이 아니라 역사속에 던져 버려야 할 전쟁 광이자 민간인 학살자이다.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안에 끝났을 것이고 우리가 겪었던 살상과 파괴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6.25는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다.” 등의 균형감각을 상실한 주장을 통하여, 편견(偏見)의 산물이요, 시대정신(時代精神)에 정면으로 반(反)하는 글을 올린 한 인사의 사상적 문제점에 대한 검증이 없이 그 냥 넘어 갈 수 없는 중대한 이유를 정부가 규명하고 자제와 재발방지를 권고하는 역할이 없는 오늘 대한민국호는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언고 우리가 가꾸고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미래의 자화상(自畵像)인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결핍을 고백하고 자성(自省)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위험천만한 역사인식(歷史認識)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일부 한국사회의 현실을 더 똑똑히 보아야 한다. 우리 현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는 사회적 균열현상에 대한 대책과 치유를 방관하고 있는 현 정부의 직무유기도 이젠 국민들이 문제 삼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단호한 의지가 부족한 것처럼 처신하면서 국정의 파탄을 한탄하는 집권당이 국민들에게 어떠한 희망을 줄 수 있는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언고 생각해 볼 일다.

우리 국민들이 그 나마 자유민주주의 편에서 누리고 있는 이 경제적 부(富)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고 부정확한 시대인식을 어느 특정세력의 왜곡된 사상적 프리즘으로 재단하고 있는 오류(誤謬)를 모르는 국민들만이 있다면 앞으로의 바람직한 우리모두의 공동체를 위한 이 나라의 건강성을 진단할 때가 된 것이다. 극단적인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기아선상의 고통을 넘지 못하고 모든 개인적인 권리와 시민으로서의 자유를 국가에 헌납하고 체제유지의 도구로 전락한 북한체제를 미화하고 있는 시대의 이단적인 사상과 흐름을 이 정부가 방관하고 묵인 하는 것 또한, 국민들이 위임하고 있는 국민을 위한 국가권력 행사의 신성한 의무를 저 버리는 악수(惡手)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도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국내정치의 혼란과 어두움을 부추기는 도청테이프 공개 문제, 연정제의 그리고 건전한 자유민주적 국민가치관의 형성에 독침처럼 다가오고 있는 왜곡된 선전선동을 용인할 만큼 한가로운 시점에 있질 않다.

분명한 원칙과 지침을 갖고 북핵부터 해결하고 내치(內治)에도 적용해야 하는 위기와 혼돈의 시대인 것이다.

어제 시내의 한 지하도를 건너다가 아 주 새로운 사실 하나를 보게 되었다. 필자가 자주 건너 다니고 있는 이 지하도안에 평소 같으면 서너 명의 노숙자가 맨 바닥에 신문을 깔고 칼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제 본 노숙자는 10여명이 되어서 우리정부가 서민들의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참여정부의 경제적 빈곤이 낳고 있는 서글픈 민주주의의 허상(虛像)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야권도 이러한 민생경제의 실패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점 또한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어제 같은 심정이면 이렇게 국내적으로도 정부가 돌보아야 할 많은 극빈층 및 방랑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정부의 겸허한 정책적 과오를 인정하라는 외침이라도 하고 싶었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의 동포에게 전력과 쌀, 그리고 비료를 보내고 우리 체제의 우수성을 암암리에 홍보하려 해도, ‘등잔 밑이 어둡다’는 현실을 치유치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 또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 아니 할 수 없질 않는가?

헌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건전성을 훼손하려는 일부의 세력들에게 단호한 자제명령을 내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길거리를 방황하는 백성들에게 더 큰 관심과 치유책을 내는 선정(善政)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믿음과 지지가 나오게 될 것이다. 연일 정치적 사건의 공개 및 통치자의 일방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권력 이양론’ 등이 서민들의 멍든 가슴에 아무런 치유제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5-07-29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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