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알아야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알아야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로 등극한 인디아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화무쌍한 국제정치의 현실

1960, 1970년대에 인디아는 제3세계를 이끌어가는 비동맹 세력을 상징하는 대부로서 미국의 대외정책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가치중립적인 자세를 갖고서 활동한, 국제정치무대에서 비주류의 핵심 국가였다. 7년 전인 1998년 5월 12일에 인디아가 핵무기 장치를 하루 전에 테스트한 것을 알고 있던 미국이 매우 불쾌한 어조로 인디아의 핵 실험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당시는 인디아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방해물처럼 인식되던 시기였다. 당시의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노골적인 비난을 하면서 인디아에게 핵(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19일에 만모한 싱(Manmohan Singh) 인디안 총리와 백악관에서 단독회담을 갖은 후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인디아의 역할과 위상을 적극적으로 치켜 세우면서 이제는 인디아도 평화적인 목적에 핵을 사용할 만한 자격과 지위를 갖춘 것으로 격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핵 강대국들이 갖고 있는 핵 주권을 용인 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도 발표한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파격적인 핵 강국의 모든 특권을 용인하고 향후 핵 관련 시설의 추가적 개발 및 사용에 적극적인 협조까지 약속한 이면에는 국제정치경제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로서의 지렛대(leverage)를 새롭게 만들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인디아가 미국의 이러한 의도대로 기존의 5대 핵 강국의 대열에 진입하는 특권을 대가로 미국이 의도하고 있는 역량과 의도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할 카드가 될 수 있느냐 일 것이다. 환언하면, 어떻게 인디아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가치창출을 적극적으로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인디아 정부도 와싱턴에서 기대 이상의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지구촌시대의 전략적 파트너(global and strategic partner)로서 무슨 수단으로 미국의 요구를 미국과 동맹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과 더불어 충족시키면서, 아시아에서의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새로운 판을 어떻게 짜서 미일(美日)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동반자로 형성하는 문제가 남게 되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신 세력균형(new balance of power)내의 역학구도를 이해하고 일본과 더불어서 중국을 견제하는 양 날개(twin wing)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었다.

그 동안에 미국의 관리들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것에 대한 대비책 마련으로 많은 고민을 해 온 것이 사실이고, 더군다나, 최근에 급격한 군비지출의 증강을 통한 군대의 현대화 작업이 가져온 군사력 확장이 그 동안에 유지되어온 아시아에서의 군사력 세력균형에 급속한 변화를 어떠한 방향으로 가져올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왔다.

중국의 주변에 중국을 견제하는 또 다른 아시아의 강국의 등장은 중국의 아시아에서의 독주(hegemony)를 막아내는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최근에 인디아도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증강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인디아와 인접한 국가인 주변부의 버마나 네팔, 그리고 파키스탄을 봉쇄하고 견제하는 곳에 많이 사용하고 있기에 내심 초조해 하고 있던 중이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인디아로서도 미국이 이번 인도 총리 방미기간 중에 보여준 기대이상의 대우가 그리 기분 나뿐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잠재된 또 다른 걱정이 중국의 공산당이 인디아내의 공산당과 합작하여 인디아의 국내정치에 깊이 개입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베이징의 예측할 수 없는 정치 공작일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선 미국의 강력한 지원과 협조를 매개체로 중국을 잠재적으로 견제하는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국과 손잡고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利得)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인디아로서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여 아시아에서의 맹주자리(hegemon)를 중국이 독식하지 않게 일본과 더불어 견제하고 억지하는 신(新) 세력균형구도를 잘 소화하고 갈지 두고 볼일 인 것이다.
2005-07-31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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