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읽을 줄 아는 고독한 결단을 촉구한다

역사를 읽을 줄 아는 고독한 결단을 촉구한다
북핵 포기로 한민족(韓民族)이 같이 살길을 찾아야
회담을 위한 회담으로 몽니를 부릴 때는 이미 지난 것을 알아야

막판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 4차 6자회담의 결말이 북한측의 ‘버티기식’ 태도에 의해서 성공여부를 점치기가 어렵게 되고 있다. 중국의 정부가 제출한 4차 초안에 대해 다른 4개국은 수용의 뜻을 밝혔지만, 유독 북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을 강하게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제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라 북한내부의 심각한 고민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 동안에 북한의 협상태도관련 우리정부도 북한의 이기적인 협상자세를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차원에서 “북한이 태도는 변했으나 행동은 그대로다.”라고 회담장의 어려움을 토로 한 적이 있다. 미국도 “회담이 더 이상 전전이 없으면 여기에 더 이상 머무를 일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2차 초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밝혔다.

북한이 지금 원하는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서 ‘선(先)체제보장에 대한 포석을 확실히 하고 핵 폐기만을 먼저 수행하기 어렵다’는 자체협상 마지노선에 묶여있는 것 같다.

북한이 무슨 사정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사실은 이젠 명분을 축적할 만큼 한 미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의 다음 행보가 문제시 된다.

만약 4차회담이 실패한다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UN안보리로 북핵 문제를 회부하거나 PSI와 같은 다른 수단으로 경제제재에 돌입할 것이 확실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질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잃어버린 북핵은 대한민국의 안보나 경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기에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그러한 징후는 이 곳 저곳에서 이미 읽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1일자로 의회의 승인도 없는 상황에서 대북(對北)강경론자인 존 볼튼 유엔대사 지명자를 임명한 것에서도 다음 수순을 생각하는 미국정부의 의중을 잘 읽게 된다.

미국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도 북한이 ‘막가파식’의 자기 고집만을 놓고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경우에 미국의 제재를 위한 수순에 제동만 걸면서 대북(對北)제재를 반대하는 노선을 고수한다는 것이 경제성장을 위한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전 같지는 못할 것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수정안은 평화적 핵 이용권을 포함하고 있으며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상응조치로 대북 안정보장과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인 전력공급, 그리고 공급 시까지 중유제공을 동시적으로, 병행적으로 상호 조율된 조치에 따라 진행시키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고 한 언론이 전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최대한 같은 민족을 위한, 민족감정을 잘 포용하는 정책으로 협상장(場)에서의 관용과 협조를 보여왔음을 북한도 똑바로 알아야 한다.

북한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한 권리를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넣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협상전략의 마지노선을 깰 수 있는 정황이 아니란 판단이 들기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 정부도 일말의 핵 의혹을 부추기는 북한의 협상 내용엔 절대로 동의해서도 안된다.

필자는 그 동안 수십여 차례에 걸쳐서 기고한 칼럼 및 시론을 통해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왜 핵을 편히 포기 못하는지에 대하여 명확한 분석을 해서 독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아왔다.

‘시간벌기용’ 전략의 채택으로 ‘리비아식의 해결’보다는 미국 및 국제사회로부터 주민들의 희생이 뒤따르는 다소 어려운 경제제재를 받더라고 ‘파키스탄식’의 핵 보유국으로 갈려는 기본전략의 존재를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북의 입장을 필자 나름의 프리즘을 통하여 추측하고 경계해 왔다.

이 번 제4차 회담의 협상과정에서도 필자가 제기해고 예측해온 북한의 전략.전술엔 변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수(手)를 다 알고 있는 미국의 강경파들이 기대이상의 강경 제재논리를 더 확산(擴散)시키는 악수를 두는 회담이 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핵 폐기가 먼저냐 아니면 체제보장 및 경제원조가 먼저냐’의 문구조정상에서의 입씨름으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논리싸움이 국제정치무대의 최 강자를 상대로 한 힘겨운 갈등구조에서 약자(弱者)가 승리하는 세계사의 진기록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은 최후의 통첩으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처음부터 외치고 있다. 그 것은 다름아닌 ‘일단 모든 핵 및 핵 시설들에 대한 포기 의사를 밝히라는 것이다(The U.S. wants North Korea to abandon its nuclear ambitions before any concessions are made)’. 그러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비록 강자(强者)의 논리이긴 하지만 북한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보상 및 대가도 여기에 있기에 현실적인 결단을 마지막으로 기대해 본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논리싸움으로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할 구석도 막혀있는 형국이다. 이제 필자는 크게는 한민족을 위해 작게는 고통 받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고 결단을 내려 달라는 것이다.

물론, 이 결단은 공산주의를 빙자한 북한의 가부장적 전제정권인 김정일 왕조를 지탱하는 혈족들과 군의 핵심간부들 그리고 노동당의 핵심 고급당원들에겐 그 동안 아낌없이 누려온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내어 놓아야 하는 조그만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선택(choice)이라는 것도 우리가 알아야 할 시점이다.

필자도 이야기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위해서 이제는 대의(大義)를 위한 마지막 결단을 내리고 개혁.개방으로 가는 국제사회의 과감한 보상조치들을 놓고 모든 협상력을 가동하라’고 말이다.
2005-08-04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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