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의 불신보다 한미간의 신뢰강화가 문제

북미간의 불신보다 한미간의 신뢰강화가 문제
북미(北美)간의 불신보다 한미(韓美)간의 신뢰가 문제
외교부 및 통일부 장관의 교체로 단호한 대북(對北) 핵 원칙을 세우고 어중간한 중재자 역할을 버릴 시점임을 알아야

언 듯 보기에 회담전략의 노선으로 북미(北美)간의 중재자역할을 자임한 우리 정부가 북한이나 미국으로부터 다 호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선전을 해 왔으나 제4차 6자회담이 휴회가 된 이 시점에서 결론적으로 문제 해결을 앞당기는 촉진제(facilitator) 역할에서 아주 미미 했음이 증명되고 있다. 우리정부의 애타는 심정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동조나 이해가 매우 적었다는 결론이다.

북핵(北核) 불용에 대한 분명한 원칙의 천명을 넘어선 우방과의 공조로 북한의 기만술을 사전에 차단하는 압박정책까지 가겠다는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의 부족이 북한정부로 하여금 미국의 단호한 북핵 불용의지를 희석시키는 여지를 준 것이 확실하다.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제대로 된 양보하나 얻어내지 못하는 현정부는 무엇이 두려워서 북한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고 있는 것인가?

자기들 뜻대로 따르지 않으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그 들의 어처구니 없는 협박이 두려워서 인가?

인류의 역사를 보아도 전쟁은 힘에 기반한 단호한 전쟁 불용의지 및 준비태세가 예방하고 제압하는 것이지 거짓 공갈이나 협박에 굴복해서 사태를 바꾼 것이 아님을 모른단 말인가?

외교적으로 북핵 마지막 타결의 기회가 북한측의 억측이나 과도한 주장으로 파국으로 치달으면 그 가장 큰 피해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란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

미국과의 공조로 마련된 외교적 지렛대가 북핵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질 못한 위정자들이 담당부서의 책임자로 있다면 이는 정말로 큰일이 아닌가? 같은 민족이라는 감상적인 명분과 국제정치의 주요 안보현안(懸案)을 해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란 구분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의 책임자들이란 말인가?

우리정부의 이러한 아주 미지근한 태도는 이 번 회담과정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밝혀졌다.

회담장에서 북한측이 제안한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 동안 그렇게 속아온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모호성’이란 개념을 동원하여 적당히 넘어갈 것을 권고 했다가 북한과 미국 양쪽으로부터 모두 거부당했다는 한 언론의 지적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북한 방문 시 독대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담판을 매우 긍정적인 북핵 해결의 신호탄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북한이 우리 정부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감사하게 생각하는 듯한 ‘국민 홍보전’을 전개하였지만, 지금 6자회담 4차협상의 전반부가 끝난 시점에 북한이 우리 정부의 200만KW 송전제의에 대해 보인 반응은 기마 막힐 정도로 너무도 당연하다는 식의 이기주의적인 반응일 뿐이다.

회담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북한은 우리 측이 국민들의 막중한 세부담을 전제로 제한한 대북송전제의를 심각한 우리측의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이 정도는 핵 동결의 대가로 치부하고 핵 폐기의 대가로는 경수로의 완공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對北)핵(核)외교를 얼마나 안이하게 전개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단 적인 예이다.

이쯤 이면 지금 대북(對北) 핵 외교 및 대미(對美) 핵 문제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외교부 장관 및 통일부 장관을 전격 교체하여 회담을 새롭게 끌고 갈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 정도로 북한에 대한 호의적인 인물 및 친북(親北)적인 태도로서 북한 측의 입장을 점검했으면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우방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 제 우리 정부는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합의한 북 핵 폐기의 범위를 ‘핵 관련 프로그램으로 규정’ 한 선에서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핵 무기 관련 프로그램’으로 바뀌지 못하도록 얼굴을 붉히더라고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양면전술(兩面戰術)을 구사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 양면전술이 성공하는 기본조건은 우리의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의 완전한 신뢰감에 기반한 정책공조의 범위와 강도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만에 하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실수를 한다면 북한은 과거에 ‘북-미 제네바합의’의 틀을 깨면서 그들이 버젓이 국제사회를 기만하였던 사실과 우리 정부와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약속을 헌 신짝처럼 포기하였듯이 ‘평화적 핵 활동’이란 명목으로 원자로를 계속적으로 가동하는 활동을 통하여 언제든지 핵 개발이라는 강공(强攻)으로 전환할 여지가 농후하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용납 치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마련 할 때가 된 것이다.

북한은, 필자가 수십여 차례 과거의 칼럼을 통해서 우려 했듯이,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자기들의 기준으로 끌어 올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모든 바람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측의 대북(對北)호의가 계속적인 무시와 무반응으로 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국민적인 자존심마저 희생하면서 더 이상 북의 요구를 들어 줄 명분과 시간적 여유도 다 소진된 것이다.

미국과 한국도 같이 핵 무기와 관련된 일체의 모든 반입, 배치, 사용 등 의 활동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우리 정부의 설익은 협상자세로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의 어설픈 ‘중재자 역할’의 자임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순진한 생각이 정 반대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잃어 버리는 악 수를 둘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아진 점도 우리가 잘 알아야 한다.

북한의 의도와 전략이 이처럼 분명히 드러난 이상 우리 정부는 한미공조의 틈새를 좁히는 전략으로 빨리 전환하여 그 동안에 중재자 운운하면서 쌓인 한미(韓美)간의 불신감을 해소하는 곳에 휴회기간을 보내는 것이 한반도의 안보불안감을 줄이고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당기는 주요 정책적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제는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바꾸려는 설익은 우리 정부의 단독 접근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달을 때도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남(對南)선전활동에 모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북한은 남한내의 친북(親北)세력들에게 미국을 핵 타결의 가장 큰 걸림돌로 규정하는 선전활동에 주력할 것이다. ‘평화적 핵 활동도 못하게 하는 미국’이란 구호로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우리 국민들에게 미국이 한반도 평화 파괴의 주범이라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논리를 펼 칠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정부는 오는 29일 6자회담이 재개될 때까지 우리 국민들에게 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문제 삼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한미공조의 굳건한 복원을 전제로 한 대북(對北)핵 포기 정책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반도의 비핵화에 합의 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는 주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 국민들이 좀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깨고 나간 배경과 이유, 남북이 1992년도 합의한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을 무시하고 계속 핵을 개발해온 절박한 이유, 그리고 1994년의 북미-제네바합의가 북한의 고집과 핵 개발로 파탄에 이른 정확한 이유를 국민들이 알아야겠다.

더군다나 앞으로 지연술로 이 6자회담을 지리 하게 끌고 갈 의사가 분명한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더 냉정한 대북(對北)인식을 촉구하고 한미공조의 틀을 복원하는 외교적 노력이 관련인사들의 인적 쇄신을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는 점도 우리국민들이 잘 알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2005-08-08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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