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총수의 부적절한 발언

공직자 총수의 부적절한 발언
총리가 보는 시대적 흐름이란?
공직자의 총수로서 형평성을 잃은 발언은 자제해야

지난 8월 8일에 이해찬 국무총리가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북한 대표단이 참석하는 8.15 행사 때 보수단체의 시위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접하고 “남북관계에 또 다른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고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인공기를 소각하는 세력들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환언하면 “정체가 불분명한 단체들이 이런 행위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불법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여기서 총리가 언급한 정체가 불분명한 세력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되 묻지 않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있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한 마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 총리가 이야기하는 시대적 흐름이 무엇이고 이 총리가 바르다고 보는 시대적 흐름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2004년 10월에도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 허위 사실 유포나 헌정 지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단호히 대처하라고 지시하여 그 뒤 얼마 후 한 보수단체의 실무 책임자가 구속되기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동안에 맥아더 동상철거를 주장하며 행동에 옮기겠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남북 평화공존 단계에 오는 데에 50년이 걸렸는데 이 시점에 와서 정체가 불분명한 단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부적절한 시국인식이 균형 잡힌 국정수행을 위해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걱정이 된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 분열상을 굳이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생존의 토대이자 존립근거인 안보문제가 아직도 대북(對北)화해와 협력의 물결로 녹아날 정도의 신뢰성이나 성숙도가 전혀 미비한 시점에서 한 시민단체의 장도 아닌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가 하는 발언의 무게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을 축으로 형성된 한미동맹이 군사.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직도 상당부분 우리나라의 국제사회 속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지탱해 주고 있는 현실적인 토대인 것을 모를 리가 없는 국정의 책임자가, 지난 달 10일 한총련 등이 포함된 7000여명의 시위대가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행위의 위험성을 지적했어야 했다고 본다. 설익은 남북화해를 앞세워 일부 보수우익수단체들의 애국적인 외침을 경고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보수단체도 평화스러운 집회를 위해 노력을 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실천이 요구되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어느 국민이 신뢰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남북교류와 남북협력을 반대한단 말인가?

이 총리는 북한의 모순과 폐쇄성으로 인해 자행되고 있는 인권탄압 및 기아 등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인류양심세력의 비판 및 개선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북한의 인공기가 상징하고 있는 것이 독재가 김정일에 의해서 억지로 유지되고 있는 철권정치 및 낡은 이념을 지탱하는 경직성 이외의 다른 상징성이 있는 것인가?

오늘도 외부의 도움 없으면 자국민을 굶어 죽일 수 밖에 없는 북한체제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인지는 잘 알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과 다름없는 체제를 남북화해와 협력의 이름으로 미화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제임스 모리스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9일자로 서울의 프레스센터에서 행한 기자회견을 통하여 처절한 북한사회의 식량난을 지적하고 북한사회의 식량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대대적인 외부세계의 지원을 호소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 정통성 수호를 주장하는 애국세력들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일정부분 인정치 않으려는 세력에 대항하는 외침에 대하여 보호는 못할 망정 만약에 있을 인공기 소각행위에 대한 법질서 파괴 및 처벌을 운운하는 자세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한 번 더 심사숙고(深思熟考) 해 주기 바란다. .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북한의 참모습에 대한 겸허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대북(對北)정책마련을 위한 진지한 대화를 각계의 전문가들과 다시 시도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의 부적절한 처신과 대처를 훈계해야 할 입장에 있는 총리가 묵인하는 가운데 정부가 인류양심세력의 목소리를 남북관계의 특수성, 내재적 접근 운운하면서 방관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총리는 이 시대의 진정한 시대흐름의 진실이 문제가 있는 북한정권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양심세력들의 외침을 잘 귀담아 듣고 9일 시민.인권 단체들이 발표한 ‘북한 인권선언’의 핵심내용에서 시대정신(時代精神)을 읽어야 할 것이다.

각종 시민단체 및 북한인권운동 관련기구 들이 주축이 되어서 마련된 북한 인권선언문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참상에 침묵하는 것은 우리의 양심과 도덕성을 포기하는 정신적 자살행위이고 정부는 앞으로 더욱더 북한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주 어야 한다’는 권고를 하고 있다.

필자가 보는 시대의 흐름과 총리가 보는 시대의 흐름이 매우 다른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2005-08-10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