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에 대한 처절한 뉘우침과 사과를 동반해야

6.25에 대한 처절한 뉘우침과 사과를 동반해야
벌어진 한-미 틈새를 민족공조로 몰고 가는 북한
6.25의 주범인 북한의 참회 없는 현충원 참배는 무의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 핵(核)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는 북한이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논란에 있어서 노골적인 북한 편 들기 발언이 의미하는 것이 매우 큰 것을 우리 국민들이 잘 알아야 한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둘러싸고 한.미가 정면으로 부닥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에 정동영 장관이 “북한도 일반적인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당연히 갖는다.”고 말한 것에 대한 응답으로 미국측의 6자회담 수석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평화적 핵(核) 이용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이 정도로 심한 이견(異見)이 노출되면 아무리 외교적인 봉합으로 속내를 감추려고 해도 앞으로 한미공조의 틈새(schism)를 메워야 할 중요한 과제 앞에서 전문가로서 걱정부터 앞서게 되는 것을 우리 모두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미(韓美)간의 북핵 공조체제 균열에 대해 정부가 아무리 입을 다물고 봉합하려고 해도 와싱턴의 한국문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히 한미간의 이견(異見)을 어떻게 극복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난상토론과 의견 교환을 통해 고민들이 여기 저기서 보여지고 있다.

미 국무부의 애럴리 대변인도 한국 시각으로 11일 새벽에 미 국무부의 정례브리핑을 통하여 “나는 미국정부 입장에서 말 할 뿐이다. 북한의 민간용 핵 시설 보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고 경수로 문제는 애초부터 고려할 가치가 없었던 것”이라고 잘라서 말함으로써 사실상 정 장관의 발언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한미공조의 틀을 넘어선 남북간의 민족공조 프로그램들에 대해 통상적 외교적인 언급으로 내심을 숨기고 있지만 앞으로 사안(事案)별로 갈등의 여지가 많이 있는 것을 우리 국민들도 잘 알아야 한다.

남한과 북한의 민족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이야 겉으론 태연하지만 우리 정부가 냉전이 절정기에 있을 1950년대에 미국이 깊숙하게 냉전전쟁의 한 축으로 개입해서 공산권과의 일대의 혈전을 치룬 한국전쟁의 역사적 평가에 기반 한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북한측의 선전선동을 민족화해와 민족의 한 풀이로 담아내려는 우리 정부의 성급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심각 하게 생각해 볼 일인 것이다. 앞으로 북 핵을 풀어가는 여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속내를 고려 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성숙함도 필요한 시점이란 필자의 판단이다.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민족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하물며 인류역사의 보편적인 흐름과 반대의 길을 가면서 억지로 체제유지를 위한 주민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북한을 보는 우리 정부의 성급하고 낙관적인 견해를 어떻게 걱정하지 않는단 말인가?

필자가 오늘 아침에 이 곳 대만의 대북 시에 국제회의 참석차 와서 이러한 글을 계속적으로 써야만 할 정도로 우리 사회내의 곳곳에 잠재된 불안한 기운을 잊지 못하고 있다. 한국내의 조급하고 성급한 친북(親北) 물결에 대한 경계심 고취차원의 목소리를 계속 내야만 한다는 걱정과 당위성을 국내의 지각 있는 인사들은 잘 알고 동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북한이 6.25에 대한 공식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진실과 통한의 뉘우침을 담은 사과절차가 없이 북한의 8.15 경축대표단이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는 행위는 자칫 남(南)과 북(北)의 평범한 국민들에게 북한의 김일성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목적으로 행한 무력도발의 잔인성과 반(反)역사정을 묻히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음에 우리 모두 경계를 요하고 있음이다.

통일원의 이봉조 차관이 이야기 한 바대로 북한과 우리 정부의 신뢰감과 민족화해의 깊이가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큰 파장과 다른 해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북한대표단의 참배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지도 않기에 더욱더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6.25를 ‘민족해방전쟁’으로 신성시 하고 있는 북한의 정치체제의 본질에 대한 변화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제적인 고립을 탈피하는 방편으로 민족간의 감정을 활용하고 있는 위험성(danger)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인식(認識)과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막 말로 해서 항상 전략과 전술로 남북문제를 재단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과 기타 정보의 흐름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번의 참배를 그들의 구미에 맞고 정치적으로 요리하여 체제유지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남한의 친북(親北) 세력을 지원하는 계기로 삼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대북문제로 분열되어 있는 우리 사회내에 존재하는 사상적으로 이질적인 집단간의 이견의 깊이와 갈등(葛藤)은 더욱더 깊어 갈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대북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노정(路程)된 미국과의 벌어진 틈새가 더 벌어질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출발’이라는 통일부 차관의 감상적이고 순진한 발언은 앞으로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날이 되면 얼마나 위험한 대북관(對北觀)의 노출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검증과 국민들의 동의의 절차라는 민주성을 답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과오로 얼룩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측의 이러한 참배 제의를 받아 들인 것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서 아무 곳에도 기댈 곳이 없는 북한의 독재체제에게는 우리 사회내의 반북(反北)의식을 약화시키고 북한식 통일전선전술의 전개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남아있는 한미동맹(韓美同盟)의 틀을 허물어 가는 매우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그 동안에 물적으로 제공해온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해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시행하라는 엄격한 상호주의(相互主義)의 적용을 주장하는 우리사회내의 목소리는 반(反)민족적인 것으로 매도하면서, 유독 북한의 체제선동이 지향하는 상호주의는 우리 대표단의 방북 시 김일성 시신 조문 요구 및 기타 지역 참배요구로 연결될 것이다. 전쟁의 책임에 대한 사과와 인정을 비켜가고 북한이 입버릇 처럼 선전선동에 이용하고 있는 ‘외세에 의존하고 있다’는 남한의 반북(反北)세력에 대한 선전선동의 장(場)으로 크게 활용이 될 것이다.

지금 휴회중인 6자회담에서 북핵과 연관시켜서 거론중인 ‘대북적대시 정책의 포기’와 ‘평화협정체결’을 더 논리적으로 가다듬고 선전선동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사전에 정지 작업하는 차원에서 보는 견해도 매우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국내의 여론이 분열되어 국민들의 건전한 판단력을 흐트러트리려는 북측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정부라면 대(對) 국민홍보를 적절히 시행하여 마치 ‘북한이 민족통일을 조건 없이 추진한다’는 식의 잘못된 대북(對北)인식을 불식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정부 대북정책 수장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북인식을 국민들이 아무런 걸름 장치도 업이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인데 한미간(韓美間)의 공조 틈(gulf)이 더 벌어지는데 촉매제(facilitator) 역할이 될 수 있는 북 대표단의 국립묘지 참배허용을 관련 정부부처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부정적인 여파를 차단하는 후속대책이 하루 속히 세워지길 바란다.

국제 회의차 대만의 대북 시에 체류 중에
2005-08-13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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