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성과 변혁의지가 결여된 선동적 구호의 허구성을 알아야

진실성과 변혁의지가 결여된 선동적 구호의 허구성을 알아야
주한미군이 통일의 방해물인가?
진실성과 변혁의지가 결여된 민족구호는 통합의 방해물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과 관련된 구호들이 ‘8.15 남북 대 축전’을 전후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분단의 한(恨)을 간직하고 있는 남과 북의 만남 자체를 폄하하고픈 이 땅의 지식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순수성과 진실성이 결여된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일관성 있게 등장하고 있는 반미자주(反美自主)의 구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민족공조의 함정을 경계하는 것은 이 사회를 이끌고 있는 정부 당국자와 지식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국립묘지 참배는 참으로 좋은 일이다”라고 한 대통령의 남북화해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이해 할 만하다.

본질적인 문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합과 통합으로 끌고 가는 통치자의 큰 포석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북측이 전략.전술 차원의 일관성을 갖고 선거로 바뀌고 있는 특정 정권을 초월하여 계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남한체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의 대남(對南)전술에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심각한 인식과 더불어서 경계의 마음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은 시종일관 ‘민족공조’를 강조하는 분위기로 “우리민족끼리 및 미군철수” 주장을 반복하는 불순한 정치적 책략(策略)을 실천하고 있어 보인다.

오늘 한 신문의 사설은 우리사회가 마치 김정일 정권의 홍보마당으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소위 범청학련(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의 남측본부 홈페이지에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영도 따라.. 불퇴전의 용기를 가다듬고 있다’내용의 글까지 올라있어도 우리 사법당국의 제지나 조사는 없다는 다소 우려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친북(親北)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모순을 낳고 있는 현실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를 우리 정부 어느 당국자도 목소리를 낼 정도로 깊이 있게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 현실에서 걱정의 마음을 죽일 수가 없다.

바로 이러한 행사장의 요란함 뒤에 숨어져 있는 진실에 대한 목소리를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일부 언론들은 굳이 사안의 중대성에 맞게 편집하지 않고 구색 맞추기 수준의 짤막한 논평 및 보도가 전부인 것 같다. 이러한 측면에선 일부 방송매체들의 직무유기도 한몫 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 김일성대 교수를 지내고 현재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재직중인 조명철 씨는 북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사로써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북측이 지금 외치고 있는 구호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성의 문제를 제기했고 남북통합의 노력이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소위 한반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미.일.중.러 4강의 문제도 된다는 사실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외치고 있는 ‘우리민족끼리의 대상에는 현재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이거나 북 체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배제된 독선(獨善)의 논리가 깊게 깔려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가 위치한 주위의 조건이나 보편적인 통합의 조건은 도외시하고 국제사회에서 심각하게 고립된 현실을 타파하는 수단으로 많은 물자 및 현금지원을 얻어내고 있는 남한과의 위조된 ‘찰떡공조’를 통하여 앞으로 전개될 북 핵 협상 및 한반도의 평화협정체제 확립에 적극 활용하려는 숨겨진 의도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위장된 감동과 순수한 감명이 혼합된 남과 북의 만남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역사성도 부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전세계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대한민국체제의 존립근간인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해온 자본가 및 재벌들의 부도덕성에 대한 반성 및 개혁을 넘어선 성장의 동력(dynamics)까지 꺼트리고 있는 평등과 분배를 선호하는 반(反)시대적 구호들은 반드시 제지되고 걸러져야 하는 것이다.

서울의 한 복판에서 ‘남북 화합의 장(場)’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반(反)국가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정부가 화해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로 방관내지는 무시하는 행위는 통치권의 차원을 넘어선 국법무시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조국통일 가로막는 주한미군 몰아내자’는 구호는 일부 반정부시위의 규모와 파장을 넘어선 남북의 통합된 목소리로 둔갑하여 미국민들의 반한감정(反韓感情)을 더 자극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의 현실에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가랑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감성적 구호와 잔치가 다 없어진 이후에도 남북간의 체제와 철학의 차이는 하나도 좁혀짐이 없이 그대로 한반도의 상공에 걸려있다.

서로가 인정하는 가치관의 부재와 생활방식의 차이가 몇 번의 만남과 흐느낌 그리고 훈련된 관리들의 정례적인 만남으로 극복된다는 순진한 발상은 국민들에게 하나도 득이 되질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이 받들고 있는 주체사상에 기반한 인민민주주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깊고 넓다.

결국은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는 자유민주주의로의 통합을 위한 북한체제의 변혁과 개혁이 숙제일 터인데, 지금 김정일 정권의 위상과 속성상 감히 남북이 터놓고 이야기 할 시점도 아니다.

남쪽은 환한 광명의 대 낮에서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있지만 반대로 북쪽에서는 어두운 터널의 한 복판에서 통제와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고 있질 못하다.

그렇다면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기다리는 끈기와 포옹의 정신을 갖고 북한의 잘못된 체제가 대 결단을 내리는 날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이 현존하고 있는 이상 임기로서 권력을 위임 받은 특정정파의 남북화해 및 민족협력에 기댄 상황논리만 지나치게 존중하면서 법의 잣대를 무르게 하고 있는 경.검찰의 직무유도 훗날의 역사가 냉정하게 심판을 할 것이다.

앞으로 남북문제는 구호나 일시적인 연출된 만남의 이벤트 성 행사 보다는 오히려 온 민족과 국민이 다 느끼고 참여하는 광범위한 실질적 진전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문제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전제조건이 북한체제의 독재성과 폐쇄성을 개혁하는 곳에 있다는 냉정한 국민들의 깨달음이요, 정부 당국자들의 객관적이고 소신 있는 대북(對北)인식일 것이다.
2005-08-18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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