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보단 미래청사진에 매달려야

과거사보단 미래청사진에 매달려야
민심(民心)과 점점 더 이반되는 현 정부의 독선과 무능
과거사 청산보다는 국가의 청사진 마련에 몰두해야


현 정부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실적평가에서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말 잔치를 많이 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동아일보는 현 정권의 전반기 성적표를 묻는 여론조사를 하였다. 국정운영부분에 대해서 국민의 68.2%는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반대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5.0%에 머물고 있다. 정권이 임기 말로 다가 갈수록 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대의민주주에서 다수결이 차지하는 여론정치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의 진입에 있어서 절대조건은 경제적 풍요로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약 10년 동안 중병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사청산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정치개혁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장에 대한 동력(dynamics)을 만들지 못하는 지도력은 나라가 갖고 있는 비젼과 건강성마저도 잃게 만들 것이다.

기존의 선진국은 물론 선진강국의 꿈을 실현하려는 많은 국가들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고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서 구체적인 방법론 개발에 국가의 통치권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을 때, 한 때 신흥경제개도국으로 성장동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한반도의 대한민국호는 과거사 청산과 남북문제에 과도할 정도의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미국의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에 참석한 국내인사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 식’의 국가경영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한 일간지가 진지하게 전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2004년 말에 미래예측 보고서인 ‘2020 리포트’를 발표했고 호주나 영국도 각각 2020, 2050년까지 각국의 미래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었다. 독일은 민간기업인 바스프가 2015년까지를 정밀하게 예측한 국가사업계획을 발표했으나 우리나라는 과학기술부가 2030까지 기술 발전상을 예측한 보고서가 거의 유일한 정부차원의 미래 보고서라고 한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상의 다양한 변화와 전략을 담은 보고서가 부재한 우리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차원에서 “선진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 반해 한국은 과거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한 것을 정부가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통일 이후의 한국상을 총체적으로 담은 ‘미래국가전략보고서’ 하나 변변히 내어놓고 있질 못한 우리 정부의 위상이 너무나 초라하다. 국민이 미래의 변화와 발전에 대해 숙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바른 정보와 정확한 분석을 제공하는 정부의 기본적인 기능도 작동하고 있질 못한 것이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현정부는 집권 후반기 역점추진과제로 ‘정치분야의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으로 정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가장 중점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경제회생임에도 국민들이 가장 후 순위로 꼽은 ‘지역구도 해소’를 현 정부는 우선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받들고 섬겨야 할 정부의 기본인식이 이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고위전문관료집단은 말 한마디 못하고 권위주의 시절의 잔재인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부정적인 관습을 실천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참여정부의 전환점을 맞아 “참여정부의 정책은 눈 앞 성과보다 미래의 길을 열었다”고 보도한 국정브리핑내용이 국민들의 체감국정성적표와는 정 반대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경제상황악화와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장 큰 실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의 기본토대인 한미관계와 한일관계에서 공고화의 길과는 반대로 갈등과 불신의 씨앗을 키워 놓았다. 상대국의 결점과 부당함에 대한 정당한 지적과는 별개로 국익을 위한 관계의 공고화는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실천과제인 것이다. 아직도 현 정부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과거사청산이란 구시대적 이슈를 정권 후반기의 주요 과제로 책정하고 있다.

국민들이 각종 여론조사나 적절한 여론전달 창구를 통하여 현 정부가 우선순위로 국정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소수의 정파가 원하는 바 대로 국정을 끌고 가는 것은 독선(獨善)과 편견(偏見)의 늪이 매우 크다는 증거이다.

무엇보다도 애국지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현 정부가 과거사청산이라는 무기를 지렛대로 자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에대한 의문제기이다. 지난 8.15행사에서 정부가 보호해야 할 정통애국세력들의 집회는 무시되고 오히려 민족공조라는 명분으로 친북좌익들의 집회는 용인되는 현대판 좌우익갈등의 아픔을 정부의 공정치 못한 태도가 부채질 하는 격이 되었다.

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기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의 남북화해무드나 남북교류의 활성화는 국가의 건강성을 크게 훼손하는 아주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지금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그려내는 미래지향적 국정철학을 실천하는 실용적이고 강한 정부를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나아가야 할 전체적인 지표를 마련하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어야 할 현 정부는 지금도 과거사를 바로 잡는 다는 명목으로 갈등과 불신의 판도라상자를 열려는 잘못된 정책으로 소중한 경제적 재 도약의 기회를 점 점 더 축소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강하게 걸려있다.
2005-08-23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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