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통합앞에 가로 놓이 산보다 더 큰 과제

민족의 통합앞에 가로 놓이 산보다 더 큰 과제
민족적 동질성과 정치이념적 이질성
민족 통합 앞에 가로놓인 큰 산보다 더 큰 과제

오늘 아침엔 남북교류가 비교적 활성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증명하는 두 가지의 역사적 사실들이 마음속에 아른거린다.

비록 60년간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쌓고 살아온 남(南)과 북(北)의 한 민족이지만, 순수한 민족적 감정 안에 녹아있는 보편적 인간의 아름다움을 확인 할 수 있는 소중한 한 장면을 연상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한국의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23일 평양의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7000여명의 북한주민을 향해서 행한 특별공연에서 북한의 관람객이 보여준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보편적인 배달겨레의 민족감정이다.

또 다른 한 장면은 겉과 속이 다르게 아직도 변함없이 우리사회에서 민족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순수한 국민들의 감정과 순수성을 이용하여 진행중인 북한 지도부의 안타까운 정치적 연기와 지속적인 통일전선전술의 전개이다.

한 신문의 보도사진은 23일자로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표단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사회민주당 대표는 웃음과 포옹의 멋진 장면을 영화처럼 연출하고 있다.

상반된 두 가지는 북한 일반 민중의 탈(脫)체제.이데올로기 선상에서의 순수한 감정표출과 대비되게 정치적 복선을 깔고 전개되고 있는 북한체제 기득권 층의 능란한 선전.선동술이다.

조용필씨가 직접 체험한 것을 전하고 있듯이, 처음부터 평양시민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체제의 경직성에서 이완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끝내 눈물을 흘리는 관객 앞에서, 한국의 수 퍼 스타는 공연무대 위에서 수 천년 동안 누적된 민족적 동질성과 배달민족의 영혼의 순수성을 교감을 통해서 느끼는 엄청난 경험을 한 것이다.

필자가 시(詩)를 즐겨 쓰고 읽는 시인으로서 상상해 보아도 이 감동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크고 큰 것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이렇게 내재된 민족적 자산이야 말로 앞으로 장기적인 프로그램과 교육을 전제로 남북의 통합을 긍정적이고 바른 방향으로 추진하는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우군(友軍)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민족적 공감대가 체제와 이념을 넘어선 보편적 사회를 향해서 나아가는 통합의 촉진제(facilitator)가 될 것이다.

정 반대로 실체도 없는 형식적인 어용정당인 북한의 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인 김영대와 평양의 공항에서 얼싸안고 웃는 모습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민노당의 김혜경 대표와 그 일행의 방북은, 필자와 같은 지식인에게는, 김정일 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는 북측 정치인들의 표면적 웃음과 통합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과 걱정을 자아내게 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

북한주민 억압체제유지의 유일한 출구인 민족공조에 기댄 남북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협력 확보 및 북한의 주체적 민족주의 전파를 실천하고 있는, 아직도 본질적인 측면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북한의 반(反)역사적이고 반(反)민주적인 정치체제와 보이지 않는 체제경쟁의 어두운 터널에서 아파하고 있는 우리들이 아닌가?

21세기에도 녹지 않고 있는 냉전의 찌꺼기가 아직 한반도에 가득하다는 현실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너무나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체제경쟁에서 이미 우리가 북한의 체제를 이겼다고 섣부른 결론을 낼 수가 없는 현실이고, 한반도가 갖고 있는 냉전적 잔재의 무거움이 한 민족 전체의 웅비(雄飛)를 힘겹게 가로막고 있는 기가 막힌 현실이 아닌가?

공연장에서의 한민족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노래를 향한 주민들의 울음과 열광은 수 천 년의 한(恨)과 기쁨을 같이 누려온 한 민족의 얼과 정신이 고작 60년의 인의적인 장막과 장벽으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중요한 사례이다.

앞으로의 보편적인 남북통합의 길로 다가가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조용필 씨의 평양공연과 매우 대조적으로 아직도 거짓과 위선으로 보편적인 세계사적 흐름을 거부하면서 독재체제유지를 위한 폐쇄성의 질곡에서 백성들을 굶어 죽이는 반(反)인륜적 정권유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북한의 지도부의 시대착오(時代錯誤)적 행태에서 한반도의 아픔과 좌절을 아니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와 같이 진실을 전달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지식인들 치고 우리 민족의 아픔과 어두운 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진정한 진보(進步)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없이 수구적 좌파 놀음에 일조하는 역사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힘겨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북한의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의 조선노동당 이외의 정당이 있을 수 없다는 상식적인 판단까지도 묻어 버릴 수 있는,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의 정당교류를 명분으로 연출하고 있는 남북간의 허상의 정당대화채널이 우리 국민들에게 자칫 북한사회의 왜곡된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착시현상(錯視現象)을 줄 수 있는 함정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제4차 6자회담의 결말이 나오는 시점으로 급하게 달려가는 한반도 주변의 시간적 제한성과 공간적 갈등구조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단순한 남과 북의 민족문제 이상의 복잡하고 중층적인 판단과 분석을 요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의 담론(discourse) 속에는 이 제 세상이 바뀌고 우리나라의 위상이 커져 ‘북한은 남한에게 절대로 군사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주한 미군은 미국의 국익 때문에 한반도에서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논하는 사람들의 흐름들이 많이 보인다.

과연 그럴 것인가?

스스로의 도그마(dogma)에 빠져서 혹은 스스로 정한 협소한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행하는 소인배(小人輩)적 발언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물의 흐름과 같이 변화무쌍(變化無雙)한 국제정치무대에서나 남북간의 불안정한 체제구조에서 볼 때 필자와 같이 현실주의(realism)에 기반한 국제정치인식의 패러다임(paradigm)을 옹호하는 지식인에겐 참으로 위험하고 우려스런 단정적 견해요, 도그마 속의 해석이란 생각이다.

남북문제의 급격한 확장과 발전이 검증장치를 통한 철저한 검증과 상호주의의 잣대도 저버리고 흘러갈 정도의 단순한 사안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지나치게 민족공조에 함몰되어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외세배격의 흐름에 힘을 더하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놀음의 이중성을 간과하는 역사적 과오(過誤)를 저지른 다면, 미국이 해방 이후 적극적인 개입과 조언으로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해온 긍정적인 역할 및 앞으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스스로 폄하하고 사장(死藏)시키는 실책을 하게 될 것이고, 과장된 모습으로 다가오는 민족이라는 허상의 구호를 핑계 삼아 눈앞에서 어른 거리는 국가의 치명적인 이익을 잃어버리는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다.

민족의 보편적인 순수성을 밝혀준 조용필 씨의 공연사례가 ‘우리가 앞으로 믿고 함께 가야 한다’는 커다란 민족적 명분을 주는 것이라면, 지금 민노당과 북한의 사민당이 정당교류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있는 편향된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감정적인 민족적 구호는 북한이 지난 8.15행사에서 보여준 ‘주한 미군 싸그리 몰아내자.’ 혹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에 묻혀있는 아주 교묘한 북한 식의 민족해방전략.전술의 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그들의 불순한 의도에 말리지 않아야 한다는 한 연약한 지식인의 고뇌와 우려를 전달하고자 한다.

민족문제의 큰 틀을 좌익실험주의 및 모험주의로 몰고 가는 평양의 전술.전략에 동조하는 협소한 논의에 국한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로 평양의 민중들이 가슴속에 한으로 간직하고 있는 보편적인 배달민족의 순수성 및 열정에 접목시키는, 진정한 한민족의 비젼을 담아내는 통찰력 있고 남북통합문제의 모든 구석 구석을 면밀하게 잘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지도력과 국민들의 일치된 국론통일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공명정대한 휴머니즘(humanism)을 한반도의 배달민족의 정신에 접목하는 노력들은 북한이 아직도 망상에서 못 벗어나 외치는 전술차원의 외세배격을 겨냥한 ‘미군철수나 우리민족끼리’와는 다소 거리가 먼 실용주의적인 면에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21세기 지구촌 시대의 담론들을 잘 소화하는 한반도에서의 보편적 시민사회 창출은 남북(南北)의 실용적인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민족적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강성대국의 소망을 실천하는 배달민족 모두의 역사적 책무요, 21세기에 다가오는 반드시 이룩해야 할 민족적 과제인 것이다.
2005-08-24 박태우 시시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