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표현의 자유와 작품의 이념성

예술표현의 자유와 작품의 이념성
창작의 자유권이 역사적 사실왜곡까지 용인 될 순 없어
분단국가에서 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창작의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나?
대단한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가 예술적 순수성을 옹호하는 그룹과 우리사회 보수층의 친북반미(親北反美)를 고무하고 있다는 반론 논쟁이 가열되는 것에서 우리사회의 냉전적 유산을 확인하고 있다.

이 논쟁에 참여하고 있는 한 네티즌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떤 저의로 이같이 했는지 다음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속은 느낌이 들었다”는 자신의 느낌을 적고 있는 것에서 냉전구조가 청산되지 못한 한반도에서 안보문제의 중요성을 민족화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흐름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 보수 신문의 언론인이 기고한 글에서 “영화가 끝난 후 같이 관람을 한 초등학생 딸이 미국이 참 나쁜 나라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가랑비에 옷 젓는 것처럼 반미(反美)의식의 어린 유아의 의식에게까지 침투하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김태성 홍보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속의 동막골은 순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상향이고 이념 사상 등의 이유로 순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동막골에서 순수를 찾아가는 과정을 묘사했으며, 한국 전쟁은 그 소재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반대로 일간지 기사에 소개된 한 보수논객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영화는 동막골의 평화를 파괴하는 주범이 미국의 ‘B-29 폭격기’로 묘사되는 사실에서 역사왜곡의 큰 아픔을 보았다”는 주장은 안보위협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은 우리에게 위험한 오판을 줄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 보수 논객은 그의 글’웰컴 투 동막골 한국전쟁 왜곡’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동막골의 정적과 평화를 깨트리는 주된 외세는 ‘B29 폭격기’가 아니라 소련제 ‘T34 탱크’이고 중공군의 ‘꽹과리’ 여야 했다. 전쟁을 도발한 북한측으로서는 ‘B29가’ 무서운 존재였지만 이를 한반도에 개입해서 동막골의 평화를 깨트린 주된 외세로 규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 일간지가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박광현씨가 “순수한 문화예술적인 시각에서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성을 통해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를 받는 다”는 이야기로 지 친 현대인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치유를 받기를 바란다는 주장이 본인의 주된 의도보다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역사적 무게를 담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사실은 영화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큰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영화제작과정에서 현 우리 사회의 반미친북의 흐름을 의식해서 상업주의적인 시각에서 제작한 의도가 있다면 이 또한 심각한 반(反)역사적이고 반(反)민주적인 사실왜곡의 역사적 오류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관람객이 45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국민적 흥행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 영화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하고 단지 상상과 구전으로 한국전쟁을 전해 듣고 있는 신세대들에겐 역사적 사실의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왜곡된 미국관(美國觀)을 줄 것이 분명하기에 순수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갈등의 편견을 덮을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한 영화평론가가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모든 것을 면죄 받을 수 있는 마음속의 고향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이 같은 영화에 이데올로기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모순”이라고 한 주장에서 예술인으로서의 순수성을 읽을 수 있지만, 한반도 주변의 불안정한 안보상황과 우리사회 갈등구조의 아픈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결여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코 예술의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폄하 코 져 하는 의도가 아니라 아직도 북핵 등 여러 갈등요인이 평화적 안보환경의 토대를 가로막고 있는 한반도의 이중적 상황전개에 대한 냉철한 현실주의자로서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아니 할 수가 없다.

아직도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과 가중되는 경제난을 남한과의 적극적인 민족공조논리로 타개하려는 선전.선동에 매진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아야 한다.

최근에 일본의 N 방송기자가 자신이 북한이 제작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남전략과 관계된 입수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제3자가 보기에도 현재 남한 내 친북(親北)단체들의 주장이나 구호는 본 문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활동원칙과 방향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는 논평이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한 보수 사이트에 소개된 이 지침서가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실현을 위한 대중투쟁의 조직과 지도방법]이라는 제목으로 2003년 제작, 현재까지 남한 내 친북세력들의 활동지침서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은 결코 ‘냉전청산이니’ ‘민족화해니’ 들먹이면서 가볍게 지나칠 사안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남조선혁명 준비기’란 제목으로 이 지침서를 분석하고 있는 이 보수논객의 사이트 글은 “특히나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을 투쟁의 기본군중으로 삼아 이들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 나갈 것에 대한 내용은 눈 여겨 볼 만하다”는 주장에 순수예술의 영역을 잠지 유보하고 우리 모두가 전환기적 한반도에 둥지를 틀고 있는 현실적 아픔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 보수논객은 자료가 꼽은 이 세 주체는 실제 남한 내 친북운동단체나 남북한 공동행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문건을 분석한 김수연 기자는 “결국 북한은 지금도 변함없이 현 시기를 ‘남조선 혁명의 준비기 대중투쟁’으로 보고 있으며, 남한 내 주력군인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들을 중심으로 투쟁사업을 벌여오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적고 있다. 김기자는 얼마 전 8.15민족 대 축전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투쟁의 판을 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적고 있다.

난세(亂世)에서 나라의 안보가 흔들리면 예술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평화로운 시대처럼 보장되지 못할 것이다. 조선노동당의 김일성 부자 찬양 및 반미(反美)노선과 따로 가는 예술의 자유를 갖고 있질 못한 북한의 경직성을 현실적으로 조명하고, 분석하여 우리사회내의 우국지사들의 이러한 우려를 ‘수구꼴통’이니 하는 도그마적인 의식으로 난도질하질 말고 겸허하게 스스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우리 모두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2005-08-25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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