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먹튀’ 덫에 걸리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뜻하지 않는 암초에 걸렸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주간사 우선협상대상자인 골드만삭스가 주간사 적격성문제에 대한 거센 여론의 반발로 전격 포기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그동안 정·재계와 시민단체, 노동계는 매각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할 경우 중국 조선소 지분을 소유한 골드만삭스가 대우조선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할 수 있다며 적격성 문제를 제기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양판조선소 지분 20%를 매입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6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조선사인 룽성중공업의 지분을 대부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골드만삭스에 중국 조선업체 지분 투자로 인한 기술 유출 문제 등 시중의 우려를 반영해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체의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도록 요청했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국제관례에 어긋난다며 전격 주간사 포기 의사를 밝혔다.
골드만삭스사가 왜 갑자기 주간사 계약을 포기했는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히 골드만삭스가 막대한 반대급부를 챙기면서 중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조선기술을 유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간사 계약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기술유출 우려로 인한 골드만삭스의 이해상충행위 가능성을 제기하는 국내여론에 압박을 느껴 주간사계약을 포기했다면 골드만삭스가 중국조선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이 결국 대우조선해양 주간사로 선정될 것을 미리 알고 투자했다고 인정하는 자기 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다시 일고 있는 골드만삭스의 ‘먹튀’ 논란에 대한 여론의 부담감과 정치권에서 제기 되고 있는 청와대 관련 악성루머로 인한 부담감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냐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주간사 적격성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골드만삭스의 ‘먹튀’ 논란을 불러 일으켜 상당한 부담감을 주었다.
지난 1999년 골드만삭스는 외환위기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진로의 매각주간사 계약을 할 것처럼 하며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한 후 입수한 내부정보를 토대로 진로가 채권변제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진로와의 매각주간사 계약 체결을 포기한 골드만삭스는 페이퍼컴퍼니 회사인 세나인베스트먼트를 통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진로채권을 헐값에 인수, 이자 등으로 원금을 충분히 회수한 뒤 진로를 파산으로 몰았다. 골드만삭스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3300억원대 진로 채권을 확보한 후 진로를 하이트맥주에 매각해 1조20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정치권의 외압이 있지 않았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특혜로 골드만삭스가 매각주간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는 악성 루머로 인한 부담감으로 주간사 계약을 포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기술유출 가능성 문제가 정치권까지 확산된데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이재용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여서 우선협상자 선정에서 특혜가 있지 않았냐는 악성 루머가 돌고 있어 골드만삭스가 어쩔 수 없이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재용 대표와 관련한 악성루머에 대해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대표가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를 맡게된 것은 골드만삭스가 인수한 멕케리IMM자산운용의 대표를 맡고 있어 인수로 인해 자연스럽게 유임됐을 뿐 특별한 목적을 위해 스카웃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주간사 계약 포기 이유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우라기 투자한 중국조선업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아오라거나 이들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무한책임을 지라는 산업은행의 요구는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지나친 조건이어서 매각 주간사 계약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일정이 한두 달 늦춰지게 됐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