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원하는 상생정치는 연정으로 해결이 안되

국민들이 원하는 상생정치는 연정으로 해결이 안되
한국정치의 병폐는 제도가 아닌 올바른 인물부재에 기인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相生)의 정치는 연정론과는 거리가 멀어

노 대통령의 연정론(聯政論) 제의를 논의할 여야 영수회담을 수락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이다.

일단은 노 대통령의 진의(眞意)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있질 못한 국민들이 야당의 대표를 통해서 한 번 거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과연 지난 6월 하순부터 줄기차게 제기해 온 연정론의 진짜 의도와 장단점을 논리적으로 공박하고 헛 점을 부각시켜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논란의 매듭을 가져 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이다.

야당대표의 역사적 책임은 적어도 표면상으로 ‘지역주의 기득권을 내 놓으라’는 노 대통령의 정당한 정치개혁의지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국정의 우선순위가 연정이 아닌 민생경제와 다급해진 안보문제라는 것을 역으로 부각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연정이 다급한 문제가 아니라 현 정권이 국정의 우선순위를 잘 못 책정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토대가 될 철저한 대외상황인식 및 국내정치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내의 연정관련 논쟁(論爭)이 찬반(贊反)으로 나뉘어 노 대통령의 연정구상을 분석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정작 한국정치의 참 문제는 제도의 탓이라기 보다는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자질 및 도덕성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판단된다.

연정을 통한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고 이념적으로 다소 문제점을 보여온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과거사진상규명법 같은 법을 만들어서 여당의 정치적 구상을 위한 정치판갈이를 하려는 의도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고 다시 재고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인사는 일간지에 기재된 컬럼을 통하여 국민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이 과거의 ‘승자독식형 다수결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로부터 ‘국민통합형 협의 민주주의(consociational democracy)’로 가야만 하는 협의주의 모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연정론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이 주장은 협의주의의 핵심이 대연정 및 비례대표와 같은 권력분점을 통해서 국민통합을 실현한다는 이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순수한 학술적인 접근에서의 정당성은 인정할 수 있어도 한국정치의 토착화된 병리현상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순진한 이론적 고찰인지 알게 될 것이다.

반대진영에서 논쟁을 하고 있는 다른 인사는 역시 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하여 한국정치의 모든 악(惡)을 지역구도에서 찾고 있는 노 대통령의 독선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제도의 개혁이 지역구도의 극복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상당한 비약일 것이고 지금 우리사회의 병리현상(病理現象)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오히려 선거제도 변경으로부터 오는 혼란과 비용을 걱정하고 정치안정을 위한 국정에 전념하는 것을 더 중요한 덕목으로 들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연정을 통하여 지역구도의 극복과는 정반대의 지역구도의 심화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국민의 진정한 바람과 격리된 청와대의 정치개혁놀음에 국가의 건전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손상되고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는 국민이 정부의 국정능력에 대한 의심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생각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필자는 이런 저런 우리사회의 한국정치발전에 대한 논쟁을 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빗겨가는 정략적인 논쟁에서 국민들이 더 실망하지 않을까 더 걱정이 앞선다.

정작 한국정치의 개혁을 논(論)한다면, 선거제도 개혁 등을 통한 지역구도극복 노력을 폄하한다거나 부정하는 차원의 소인배적인 접근이 아니라 정작 문제의 본질은 급변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유능한 정치지도자 양성이라는 과제 있다고 보여진다. 중책을 맡고 한국정치를 견인해 가는 올바는 정치인물의 양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이 잘못 되어서, 또는 선거제도가 잘못되어서 우리 정치가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고 정치염증을 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선거제도와 정치제도를 갖고 있어도 이 것을 운영하고 채우는 정치인물들의 그릇됨과 됨됨이가 부족하면 항상 제도 탓으로 모든 잘못을 돌리고 정적 중요한 본질을 간과하는 우를 범할 것이다.

필자가 보는 대한민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21세기의 담론을 잘 이해하고 정직과 도덕성으로 무장한 유능하고 참신한 정치인들을 얼마나 많이 양성하고 정치권에 진입시키냐는 인물난(人物難)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정설을 이야기 하고 싶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는 간과하고 제도 탓만 하는 우리나라의 정치개혁 수준을 생각해 보니 국민들의 깨달음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정화운동이 없이는 이 대한민국의 정치병리현상을 극복한다는 것이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 호는 시대상황을 잘 인지하고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본질을 간파하고 소인배적인 정치놀음에 찌들은 부정적 자산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진정한 국민의 공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05-09-02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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