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검증되지 않는 설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마라

이젠 검증되지 않는 설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마라
노무현 정권은 백성들에게 정직해라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지름길을 두고 돌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4차 6자회담이 재개된다는 외신과 방송의 보도는 요란하지만 정작 북핵의 본질을 철저히 가려내고 협상으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합의문 도출에는 많은 난제(難題)가 도사리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서도 보듯이 정작 우리 사회 내에서도 월 단 돈 몇 만원이 없어서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신(新) 극빈층이 고통스럽게 암흑의 지하 셋방에서 전기공급이 두절되어 촛불로 지새는 경우를 알고 있는 현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를 명분으로 200만kw의 전력을 공급한다고 떠드는 모습도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다.

한 마디로 검증되지 않은 평화비용보다 대한민국 저 소득층 구성원의 발 밑의 어두움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 6월말까지 전기료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해 단전 위기에 놓인 가정이 48만 4098 곳에 이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만여 가구보다 3만여 가구가 늘어난 수치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어두운 뒷골목의 극빈층 이야기는 항상 존재해 왔지만 아무래도 수치상 1인당 국민소득 1만4천 달러를 이야기하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의 적절한 배분의 실패작인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생활정치의 문제를 뒤로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스럽지 못한 정치적인 목적에 올인 하고 있는 집권세력의 부도덕성과 부정직성을 고발하고 싶다.

검증되지 않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평화비용으로 막대한 양의 전력공급을 통치행위차원에서 시행 한다는 전제조건은 이러한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적절히 쓰여져서 국민들에게 궁극적으로 보이건, 보이지 않건 안보나 기타의 문제에서 더 큰 이득을 갖다 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필자와 같이 한반도 및 북한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사람에게 우리 정부가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나 경제적 현실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앞서서 치고 나가는 대북지원의 정당성은 매우 적다는 판단을 한다.

단 북한의 본질이 바뀌어서 같은 사회주의를 하더라도 등소평 같은 지도자가 북한의 인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면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대북지원을 해도 전혀 아까움이 없는 우리의 안보비용이 될 것이다.

우리정부는 역사적인 실험에서 실패해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계속 얼굴의 화장만 고치고 있는 북한정권의 잘못은 지적하지 않고, 이제 많은 부분이 실패작으로 증명되고 있는 햇볕정책의 무리한 존속을 위해서 북한을 달래고 어우르는 정도가 도를 넘어서, 지나친 낙관론(樂觀論)의 함정에 매몰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부터 평양에서는 남북의 장관급회담을 개최하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정착된다는 홍보효과를 겨냥한 서로가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본질은 한 점의 꺼리낌이 없는 민족적인 축제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독재정권의 위선(僞善)과 우리정부의 국민적 공감대가 검증되지 않은 편견(偏見)의 왜곡성(歪曲性)을 잉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민족 전체의 이득보다는 협소한 정파들의 이득을 겨냥하는 것 같아서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들이 다소 화가 나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지금 한반도의 안보지형에 큰 먹구름으로 다가온 북핵 문제도 차려진 밥상에서 요리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데, 어떻게 정전협정의 당사자도 아닌 한국정부가 당사자들을 제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한다는 것인지 궁금하고 학자로서도 의문점이 생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북한이 보여온 과거의 정치적인 행태나 본질적인 한계성을 반추해 보아도 지금 숨가쁘게 논의중인 북핵의 해결이 없는 남북간의 만남이 본질을 비켜가는 북한의 선전.선동의 장(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기 다가온다.

우리 정부의 의도가 순수하고 화해와 협력의 정신을 고양키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자위하고 국민들에게 홍보할지 모르나, 지금 우리 국민들의 안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북핵 문제도 북한의 고집과 독선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고 있질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문제협상의 초점을 이처럼 분산시키고, 한미간의 공조가 이완되는 결과를 가져올 알맹이 없는 접촉의 궁극적인 효율성을 따져 보아야 할 시점이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평화적 목적의 핵프로그램 용인문제가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거짓과 위증의 산물인지도 모르고 땡강을 놓는 자리로 전락되어서는 안된다.

현 정부도 공식적으로 ‘북핵 문제의 해결과 평화증진’을 첫 번째의 과제로 선정하고 있고 이 바탕 위에서 ‘남북협력의 심화와 평화체제 토대마련’ ‘및 남북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단계적 로드맵을 갖고 있기에, 기초적인 북핵부터 신중하고 단호하게 다루는 전략을 택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수도 없이 주장해온 것처럼, 북한체제의 본질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회담과 접촉은 아무런 실질적인 변화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잘못된 북한관(北韓觀)을 심어주는 선전의 장(場)으로 활용되어 질 것이다.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부정해서도 아니고 남북통합의 정당성을 의심해서가 아닌, 실질적인 목적과 목표가 성취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들을 이야기하고 있음이 아닌가?

만약 현(現) 정부가 북한의 불순한 의도나 문제점에 대한 확실한 자료나 판단이 있는데도 잘못된 정치적인 목표만을 의식해서 벌이는 정치행사라면 이 민족의 운명과 생사를 대가로 정치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이젠 필자도 대한민국의 정치판의 문제점과 우리 사회의 고질병에 대해서 느낄 만큼 느끼고 읽을 만큼 읽고 있는 식견과 안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많은 지식인들이, 애국지사들이 현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이를 무시하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방식을 고수하면서 무리수를 두면서 밀고 가는 저의가 무엇인가?

분명히 북한은 이 번의 남북장관급회담을 또 다시 실체도 없는 민족공조를 강화하고 외세배격이라는 목표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반미(反美)감정을 고취하는 중요한 기회로서 활용할 것이다.

김정일 체제의 모순과 한계가 점점 더 알려지면서 북한 사회 내에서 매우 빠르게 번지고 있는 반체제세력들을 제압하고 주민들을 통제하는 학습의 장(場)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지킬 의지도 부재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남북합의문을 만들어서 임시방편적으로 현 정권에게 대북사업의 성과를 알리는 약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북한에게 당장 이득이 되는 것은 당장 실행 토록하고, 자기들의 체제유지에 걸림돌이 되는 남북합의사업은 시간끌기로 버틸 것이다. 이미 1992년에 합의한 ‘남북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있어도 김정일 정권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북핵 수수께끼’에 있어서 남북간의 합의는 벌써 휴지통에 버려진 지가 오래 되었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남북간의 평화문제를 다루는 것이 미국의 협조와 주변 강대국의 적절한 개입이 없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핵 문제를 평화체제문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아직은 가시권에 있질 않고 북핵 해결 후의 먼 여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로 북핵을 풀어 낸 이후 동아시아에서 군사적인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의 적절한 협조와 양해를 전제로 한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한 논의가 현실적 추진력을 갖을 것이고 선전성 구호가 철저히 배제된 상호신뢰의 조건에서만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풀어가는 조그마한 시작이 되는 것이다.

지금 남북의 당국자가 만나서 ‘우리민족끼리’ 하자고 투지를 다지고 의기가 투합되어도 북한정권의 본질에 대한 변혁(變革)과 개선이 전제가 없는 상황에선 긴 역사적인 시각으로 보아도 북한의 고통 받는 주민들에게도 역사적인 정당성을 많이 줄 수가 없는 술책이기에, 이러한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정부의 위정자들이 직시하길 바란다.

이제는 만남 그 자체와 실체가 부족한 합의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조그만 것도 거짓이 없이 다가서고 이뤄야 한다는 변화된 자세가 필요한 것이고, 그러한 변화된 자세는 북한정권의 본질이 변혁(transformation)되는 시점 에야만 확보가 가능하다는 슬픈 현실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이다.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이 다분히 정치적인 포석으로 진행하고 있는 현대의 대북(對北)사업이 차질이 있어도 북한의 부적절한 개인회사의 경영권까지 침해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은 향후 북한당국의 올바른 현실인식을 위해서도 아주 잘한 일이고 정부가 오히려 북한의 당국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로서 배워야 마땅하다.

어짜피 북한의 당국이 현대아산과 추진중인 백두산.개성 관광 및 기존의 금강산관광사업이 남한으로부터 현금을 얻어내는 아주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한 것이기에 원리원칙적인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좋다. 내정간섭까지 불사하는 북한의 오만불손함에 대해 분명한 시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지나치게 비굴한 조건에서는 개인적인 사업이나 협상에 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도 바로 이러한 우리정부의 당당하고 합리적인 주장과 협조 위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지, 비굴할 정도의 저자세로 대북사업의 알맹이없는 성과에만 급급해서 유한한 정권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역사적 실책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정권은 미국을 원수로 여기고 통치의 주요한 근거로서 미국의 제국주의를 활용하고 정권을 유지해온 폐쇄적 독재체제이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의 협조와 도움이 없이 오늘날의 경제적 풍요가 보장될 수 없는 냉전의 시대를 걸어오면서 동반자적 관계를 더 강화해온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미국이 하는 일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일부 친북(親北)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부정적인 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도크게 경계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의 수구반동적인 정치적 선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우리정부의 방관자적인 태도는 더 큰 안보문제를 야기할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문제로 대남(對南)심리전을 끈질기게 전개하고 있는 북한과 한 목소리를 내는 우리사회의 일부 집단들이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해서 얻어낼 것이 무엇인지까지 우리정부나 국민들이 알고 있으면서 방치하는 죄악(罪惡)이 얼마나 큰 것인지 역사는 거짓이 없이 우리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응과 견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북한과의 허울좋은 민족공조에 기대어 다가올 각종 선거에서 정치적인 이득을 계산하고 있는, 역사를 모욕하는 일부 세력에게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정치세력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역사관(歷史觀)을 묻고 우리 국민들이 올바른 세력으로 추인하는 힘든 작업을 해야만 한다.

국제정세를 균형감각으로 잘 인지하고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은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왜 한 평범한 실업가가 사비를 투자하여 주요 일간지에 커다란 광로를 내어서 불안정한 한미관계를 걱정하고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이다.

경륜이 적고 혈기가 넘치는 젊은이들도 일정한 정부의 권력이 아닌 한 민간인이 낸 광고 “ 친구는 어려울 때 돕는 관계라고 합니다. 우리는 감사할 줄 아는 국민입니다.” 제목이 나왔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오늘아침 한 조간지에 실린 한 시민의 광고를 보면서 양심적이고 보편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그마한 노력이 어려운 처지에서 방황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구제하는 조그마한 씨앗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데도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정부는 적당히 방관하고 오히려 양심적인 시민이 사비(私費)를 들여서 대한민국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이 사태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암담한 심정이다.

몇 일 전 필리핀 방문 중에 필리핀의 중진 정치인인 필자의 친구가 전해 준 두 가지 이야기가 귓전에 메아리처럼 맴돈다.

“ 필피린에서 극단적인 민족주의(Ultra-Nationalism)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미군을 완전히 수빅 만에서 몰아낸 다음 필리핀의 경제는 악화되었으며 공산화된 베트남의 현 사회주의 정권이 경제발전을 답보하고 인접한 공산국가인,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미국을 동경하고 경제.외교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위정자들은 전기세도 없이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극빈층에게 다가가서 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경청하기 바란다.
2005-09-13 박태우(대만국립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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