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화나 연방제통일의 위험성을 경계한다

중립화나 연방제통일의 위험성을 경계한다
대등한 입장에서의 체제양보방식에 의한 통일?
연방제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중립화 통일을 의미하나?

목요일은 필자가 젊은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의미 있는 날이다. 지금 서울의 모 대학에서 박사과정 및 교양과정을 지도하면서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젊은 이 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지식인으로서 가감 없는 의견을 전하고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곤 한다.

오늘도 필자가 북한사회의 열악한 인권을 논하는 와중에 한 학생이 질문으로 “ 북한이 나쁜 것은 다 알지만, 왜 우리 국내 정치의 X-파일이나 재벌기업들의 부도덕성을 더 이야기 해야지 북한만 나쁘다고 이야기 하느냐?”는 다소 균형이 잡히지 않은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는 한 젊은 학도의 의견을 접하였다. 북한보다는 대한민국 체제 부정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을 접할 수가 있었다.

필자는 그 질문은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을 이야기하는 필자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질 못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적 정통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의 우리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하는 질문과는 다소 어감이 다르게 들릴 뿐만 아니라 학생이 북한을 조명하고 있는 시각을 잘 살피길 권했다. 왜 북한이 문제인지를 더 공부하고 나하고 토론하자는 답을 주었다.

정치학자로서 요즈음처럼 북한의 독재체제, 인권, 그리고 핵 문제를 많이 이야기 한 적도 없지만, 이러한 사안들이 잘 조율되지 않으면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고 갈 젊은이 들의 어깨에 고스란히 부과될 짐들을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한반도의 문제를 조명하고 바람직한 치유책을 찾는 다는 바람으로 후학들에게 담론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오늘 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7~8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들의 한반도 통합에 대한 견해를 보고 조금은 걱정을 해 보게 된다.

물론 자본주의의 급속한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혜택을 누려온 우리 사회에서 진보보다는 보수의 물결이 아직은 여론 주도층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분배 및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한 진보진영의 목소리도 매우 소중한 것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 아닌가?

특히나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성장중심정책이 57.5%, 그리고 양극화 해소 중심정책을 선호하는 그룹이 40.9%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서 아직은 한국의 경제가 성장우선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도적이다.

필자가 약간 우려의 시각으로 보는 여론조사 결과는 다름아닌 통일문제를 묻는 것에 대해서 ‘우리 체제의 정통성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통일 해야 한다’는 그룹이 33.4%로 나타났고, ‘남북이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체제를 양보하면서 통일해야 된다’는 주장에 동조한 그룹이 64.3%로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왔다.

북한정부를 인정하는 문제도 ‘평화체제를 위한 현실적 방안이므로 인정해야 한다’ 는 층이 64.3%로 나왔고, 헌법에 위배되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그룹은 31.3%로 나왔다 한다.

더욱더 필자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한을 불인정하는 응답 층에서 조차 통일방식에서는 58.0%가 대등한 입장에서 진행하는 체제양보방식을 선호했다.

문제의 핵심이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 북한을 감싸 안겠다는 동포애적인 관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독재체제의 변혁에 대한 기본적인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재체제가 더 연장되면 될수록 더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의 일반 기층민중들의 배고픔과 고통을 우리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체제양보방식의 통일을 선호하는 것인지 더 구체적으로 물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민족끼리’가 갖고 있는 논리적 허구성 및 감성적 선동성에 기댄 함정도 특정정파의 정치적인 이득과는 별개의 객관적인 노력으로 더 국민들에게 홍보가 되어야 한다.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한 본질적 변혁이 수반되지 않는 통일방식은 우리가 헌법에서 주장하고 일반국민들이 선호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통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땜질 식으로 문제를 봉합하는 임시 조치의 통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의 토대요, 국제정치무대에서 협력과 상호의존의 기본 패러다임인 지구촌시대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기조로 찾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향상된 위치와 위상을 제고해서라도,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우리의 체제를 바꾸어 중립화 통일이라도 받아 들이겠다는 것인가?

말이 중립화 통일 이지, 이 것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것이고, 북의 김정일 독재체제를 인정하는 크나큰 역사적 죄를 저지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남(南)과 북(北)의 체제를 각각 인정하는 토대 위해서 1민족 2국가 2체제를 전제로 한 느슨한 연방제(confederation)를 하겠다는 것인가?

말이 앞서는 논리성의 비약이요, 현실적으로 통합을 위한 추상적 담론에서 앞으로 낳아가지 못할 무수한 함정들을 파놓고 있는 허울좋은 담론이다.

그래도 통일에 대한 궁극적인 지향점인, 온 한반도의 국민이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를 누리는 자유로운 체제로의 통일이 전제되지 않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일지라도, 김정일 독재정권을 인정하는 반(反)민족적, 반(反)역사적 시각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필자 같은 현실주의(現實主義) 국제정치학자에겐 서로의 체제를 양보하면서 통일을 원하는 64.3%의 응답자들이 진지하게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기 보다는 다분히 관념적이고 논리적인 마음으로 민족의 문제를 쉽게 진단한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본다.

오늘 이 한반도의 모순과 분단의 아픔은, 소위 우리사회내의 일부 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고민해 볼 때에 한반도 주변의 열강들로 대표되는 외세의 간섭과 통제가 낳은 결과로서의 아픔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의 독재정권의 본질이 전혀 변하지 않고 개방과 자율성을 토대로 진행중인 지구촌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逆行)하면서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주민들의 통치자로 군림하겠다는 무모성과 반(反)시대적인 인식에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2005-09-29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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