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요즘 지방의 중소병원에는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중견 간호


사들이 대도시의 대형병원의 대거 옮겨가면서 입원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의료 사고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중소 도시에 위치한 200


병상 규모의 A병원. 신임 간호사가 구토나 위장장애에 쓰이는 젤 타입의 먹는 약


물 ´맥페란´을 주사기에 담아 환자의 혈관에 투여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마 뒤 환자는 토하고 열이 났다. 다행히 환자는 며칠 만에 회복이 됐지만 잘못


주사한 약물 용량이 많았다면 대형 의료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병원은 근래 들어


크고 작은 약물 투여 실수가 잇따르자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병원 일에 익숙하


지 않은 신규 간호사들을 병동 일선에서 관리 감독하는 중견 간호사가 턱 없이 부


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올해 초 이 병원의 중견 간호사 10명 중 3~4명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옮긴 바 있다. 현재 이 병원은 경력 간호사 모집 공고를 냈


지만 지원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 병원의 간호사 부족 사태는 심각하다. 인구 54만 명인 경상남도 C시에 위치


한 200 병상 규모 B병원은 간호사들이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원


래 정상 근무는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지만 작년부터 간호사를 구할 수 없기 때문


이다. 이 병원의 이모 원장은 “최근 대도시의 지방대학 출신 간호사들이 수도권 대


형병원으로 옮겨가고, 그 빈 자리로 지방의 중소병원 간호사가 연쇄 이동했다”며


“남아 있는 간호사는 격무에 시달리고 환자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올해 3~4년제 간호대학 출신 간호사 초임 연봉을 지난해 1600~1800


만원에서 2400~2600만원으로 50% 이상 올려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간호사를 도저히 뽑을 수 없다는 것이 경영진의 말이다. 이 지역에서는 간호사 부


족으로 병상 가동을 줄이거나 새 병상을 만들어 놓고도 운영을 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간호사 부족 사태가 병원 경영 압박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다.


인구 45만 명인 충남 C시의 250병상 규모 C병원은 최근 간호사 50명 모집 공고


를 냈으나, 겨우 5~6명만이 지원했다. 이 병원의 원장은 “이 지역 간호사들이 대


거 대전과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지방에는 간호사를 구할래야 구할 수 없다”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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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서 간호사를 수입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전국적으로 약 3


만70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간호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다.


최근 2~3년 간 서울과 수도권에 대형병원들이 병상을 대폭 늘리면서 간호사를


대거 뽑아가면서 지방에 의료 인력 공백이 왔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652병상 규모의 암센터 여는 과정에서 지난해 경력 간호사 322명, 신임 간호사 230


명 등 552명을 채용했다. 올해도 239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았다. 서울아산병원은


772병상을 증축하면서 지난해 700여 명, 올해 400여 명 총 1100여명의 경력․신임


간호사를 채용했다. 고려대구로병원도 430병상을 증설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900여


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았다. 서울성모병원은 내년에 1200병상 규모 새 병원을 열면


서 올해 470명의 간호사를 새로 충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보라매병원도 올해 말


400병상 증축이 완성되면 간호사를 대거 채용할 예정이다. 최근 2년간 서울에서만


최소 약 5000명의 신규 간호사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 경력 간


호사와 지방대학 출신 간호사들이 주거 환경과 대우가 좋은 수도권 대형병원은 대


거 이동했다.


<최근 10년간 연도별 간호사 배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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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를 맞아 최근 3년간 간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양병원이 급


속히 늘어난 탓도 크다. 요양병원은 2005년 말 전국에 203개였으나 2008년 4월 시


점으로 619개로 늘었다. 3년 사이 3배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병원 수는 6.2% 증


가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가 지난해부터 ‘간호등급제’를 본격 시행한 것이 간호 인력


수급 차질에 불을 지폈다. ‘간호 등급제’는 병상 당 간호사를 많이 고용한 병원에


입원료를 올려주고 그렇지 않은 병원은 입원료를 최대 5% 깎는 제도로, 간호 서비


스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경영여건이 좋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이 간호사 채용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중소병원은 간호사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중소병원의 85%가 입원료가 깎이는 최하 등급인 7등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위해 전국 178개 관리


운영센터 등에서 1028명의 간호사를 새로 채용했다. 낮 근무만 하는 정부 기관이라


는 조건 탓에 기존 간호사들이 이곳으로 대거 몰렸다. 교육과학부도 현재 각 학교


의 보건 교사 충원율이 85%인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1~2년 내 1000여명의 간호


사 출신 보건교사 채용할 예정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간호사 수요는 급증하는데 정부가 간호사 인력 수급에 적절


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


자는 25만여 명.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는 그 중 13만50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11만5000여 명은 결혼․육아 등의 문제로 간호사를 퇴직한


상태다. 즉 전체 간호 인력의 약 46%가 이른바 ‘장롱 면허’로 있는 것이다.


간호협회는 “이들을 현업으로 끌어내기 위해 정부에 유휴 인력 활용 지원책을


건의했으나 아직 현실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간호사 신규 면허 인력도 늘지 않았다. 그 동안 간호대학 정원을


수요에 맞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도 간호사 면허 배출은 1만232명 이었


으나 올해도 1만1333명에 그쳤다. 즉 매년 간호사는 1만 명 정도만 매출되고 그들


이 30대가 되면 절반 가까이가 퇴직하는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우리나라 활동 간


호사 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인구 1000명 당 1.9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다.


병원협회는 간호사 부족 해결을 위해 일정기간 경력을 쌓은 간호조무사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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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로 승격 시키는 방안 일정기간 등에서 간호사 수입  ‘장롱 면허’ 간호사를


병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파트 타임 간호사’ 인정과 응급구조사를 간호 인력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자원과 배경택 과


장은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는 간호사와 면허 체계가 달라 대체 인력으로 쓰기


곤란하다”며 “외국 간호사 수입도 국가간 면허 상호 인정의 문제로 단 기일 내에


실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중소병원에 간호사가 부족한 근본 원인은 저(低)임금과 출산 및 보


육을 겸할 수 없는 근무 환경, 그리고 3교대에 따른 야간근무제로 보고 있다. 중소


병원 간호사의 임금은 대형병원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중소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최소한 결혼 후 대리 육아 부담을 지고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동기 부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결혼, 출산, 육아는 여성이 대다수인 간호사에게는 가장 큰 난관이다. 병원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 중 30대가 가장 많다는 점과 쉬고 있는 간호사 7만5000여 명


가운데 60%인 4만5000여 명이 20~30대라는 점이 그것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설명해준다. 그러기에 보육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고 임금 수준 역시 높은 서울의


대형병원에 간호사들이 몰리는 현상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간호대학 정원을 500명 증원했고, 올해도 1000명 가량 증원할 계


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매년 입학생을 증원하더라도 앞서 말한 근무환경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간호사 부족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간호협회는 보고 있


다. 무엇보다 간호사가 처한 현실을 바로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를 위해 현재 병원에 있는 간호사들이 퇴직하지 않도록 처우와 보육시설 등 간호


사 복지에 대한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쉬고 있는 간호사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파트타임 제도를 도입하고, 유휴 간호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재교육 시스템을 갖춰 재취업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일정 기간 이상 경력의 간호조무사를 병원이 채용할 경우 간


호 등급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간호조무사협회의 의견이다.



뉴스캔 헬시엠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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