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주 주필
 특정 분야의 전문가 앞에서 뭔가 아는 척하는 행태를 비꼴 때 우리는 흔히 ‘공자 앞에서 문자 쓰네’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농담조의 다소 저속한 표현으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이 뭘까요?


 다른 속담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경우에도 전체적인 의미와 취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영한사전에서 ‘공자(Confucius)’, ‘문자(alphabet)’, ‘번데기(pupa)’, ‘주름(wrinkle)’ 등의 단어를 열심히 찾아 나열해봐야 뜻이 통할 리 만무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이 ‘Are you trying to teach a fish how to swim?’입니다. ‘Don´t try to teach~’ 또는 ‘Stop teaching~’라고 해도 되겠지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물고기에게 수영을 가르치려 하는 것 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설픈 지식을 동원해 공자님을 훈계하고, 부처님 앞에서 설법하려 드는 것이나 별 다름이 없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To teach one´s grandmother(granny) to suck eggs’도 ‘공자 앞에서 문자 쓰다’의 의미라고 나와 있습니다. 직역하면 ‘할머니에게 계란 빨아먹는 방법을 가르치다’인데, 워낙 영어적인 표현인지라 ‘음, 그런 것도 있네’ 정도로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아마도 ‘음식물을 다루는 노하우만큼은 할머니를 따라갈 수 없다’는 의미겠지요.


 참고로, ‘빨아들이다’, ‘흡수하다’의 뜻인 ‘suck’은 그 자체가 ‘빨기’의 뜻을 가진 명사이지만 ‘suction’이라는 별도의 명사형도 있습니다. 철자 ‘k’가 없어지고 ‘tion’이 붙은 독특한 형태이지요. 어떻게 보면 별도의 파생어인 것 같기도 합니다. 치과 진료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의사가 간호사에게 ‘석숀!’이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어보셨겠지요. 환자의 입에 고인 침이나 피를 의료기구로 빨아들이는 행위가 ‘suction’입니다. 사족이 좀 길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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