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우 역사시 탐험

박태우 역사시 탐험
가을에 젖은 경복궁(景福宮)의 마음

올 가을은 다른 가을과 다른가 보다
단풍도 잘 보이지 않는
저 인왕산(仁王山)의 바위산도 멋을 잃고 있다
가을 비라도 젖는 날에는
모두들 그렇게
경복궁(경복궁)을 바라보며
그대들의 숨소리를 확인하지만
이 가을엔
확인하고픈 사연도 없어 보인다
무엇인지 모르고 마구 달려가는 인생들
저것인지 알고 그 쪽으로만 가는 삶들
이런 저런 말들도 많지만
아무튼 나는 자유인(自由人)이다
애국충정(愛國忠情)에 살아가는 자유인이다
하늘의 성인(聖人)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나도 타인(他人)을 사랑하고
이 나라를 사랑하련다
이 민족(民族)을 사랑하련다
물질(物質)만 알고 살아가는 노예(奴隸)가 되기 보다는
정신(正信)을 알고 살아가는 주인(主人)이 되련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가을 빛에 타고 있는 경복궁(景福宮)의 마음이
더 포근하게 다가온다
다시 저 인왕의 단풍도 눈에 들어온다
웬 지 허전한 마음은
아무래도
경복궁의 구국의 원혼(寃魂)들에게 달래 달라고
떼를 쓰고 울어야 할 모양이다
더욱더 좋은 것은
현세에서
이러한 나의 마음을 아는
그 누군가와 밀담을 나누며
사람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고
지구를 생각할 줄 아는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뜻 깊은 가을의 대화를 나누며
이 크고 깊은 가슴을 달래는 일이 아닌지

2005-10-20
박태우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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