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개헌논의인가?

누구를 위한 개헌논의인가?
남북연방제 구축으로 향하고 있는 개헌논의
순수한 권력구조논의 이상의 개헌공방은 이념논쟁으로 번질 것

지난 몇 달간 여권의 정파의 이득을 추구하는 정치행위들이 일단은 어제 실시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민들이 여당에 완패를 주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4:0의 참담한 패배는 분명 백성들의 생각을 이 정권의 심장부에 충분히 던져주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민생경제를 외면한 보안법 폐지 주장,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 어용 시민단체 및 학자들을 동원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논란, 강정구 류의 3류 학자들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건국정신 및 헌법정신 부정논란, 민족문제를 이용한 차기 대선 정권창출의 음모로써 추진되고 있는 순수권력구조 논의 이상의 개헌 논의 등.. , 백성들은 민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정치놀음에 과감한 경고장(警告狀)을 보낸 것이다.

그렇다고 이 정권이 국회의원 재선거의 국민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민족문제를 이용한 남북합작의 위험한 노선을 포기하고 민생경제에의 올인 및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노선으로 회귀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권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역사적 망각(historical amnesia)’으로 비유할 정도로 와싱턴과 서울의 우호감정은 심각한 훼손상태에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번영과 민주주의 발전’의 큰 골격이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일구어진 냉전 구조 속의 꽃이라는 것을 국제정치학자들이 인식하고 있듯이, 현 정권도 민족감정에 편향된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객관적인 윈-윈(win-win) 게임으로 갈 수 있는 국제공조전략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역으로 보면 불안정하기 그지 없는 한반도의 분단구조를 안정적으로 풀 수 있는 현실적인 열쇠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이 권력세습의 사슬을 과감히 끊고 독재정권의 변혁을 위한 첫 단추인 개혁.개방으로 올인하는 현실적인 대외노선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방과의 신뢰고리를 훼손할 정도로 민족의 자주노선에 매달리는 현(現) 정부의 외교노선은 정확한 지식의 부재에서 비롯된 낭만적인 관념론과 편협한 정권의 인식에 기반한 권력재창출의 음모차원에서 이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지정학(地政學)적 특성상 강력한 우방의 지원이 결핍된 국제공조의 토대 위에서 우리 스스로 민족문제를 풀려는 의도가 많은 장애물에 부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객관적 시각을 온 국민들이 하루빨리 공유해야 한다.

필자와 같은 애국논객들이 이 정권을 향하여 진정으로 이 나라와 민족이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갈 수 있는 길에 대한 가슴 아픈 충고를 꾸준히 해 왔어도, 국민들의 참 여론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남북문제를 비롯한 국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다가 어제와 같은 참담한 정치적 패배를 맞게 된 것이다.

나라와 민족이 북 핵과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중심으로 대 위기에 있다는 북 핵 논의 및 현장경제의 체험지수가 도처에 널려있는 것을 보고도, 애써 말로만 정치를 잘 한다고 관념론 속에서 국민들에게 행해온 편파적인 정책집행들이 얼마나 역설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질 못한지 가슴에 손을 언고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널려 있는 국가적 현안(懸案)들이 있음에도 북한정권과의 보이지 않는 물밑교감을 바탕으로 현(現) 정권이 조용히 밀어붙이고 있는 남북연합 및 연방제를 향해서 필요한 개헌논의는 또 다시 실상을 잘 모르는 이 땅의 국민들에게는 혼돈과 가치관의 혼란을, 제대로 된 지식인들에게는 이 정권의 허구성과 낭만성을 충분하게 심어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통일논의의 물고를 트고 대통합의 청사진을 준비해야 하는 이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란 사람은 한반도가 유일한 합법정통국가라는 헌법조항 제3조를 개정하여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의 존립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김일성/김정일 정권이 수 십 년 동안 오매불망(寤寐不忘) 원해오던 작업이 아니었던가?

아직은 김정일 독재정권의 독선과 독재성이 인류가 바라는 방향으로 검증적으로 변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헌법의 영토조항까지 손질하여 북한정권의 존립기반을 확고히 하고 남북연방제로 가겠다는 발상자체가 얼마나 허구에 찬 현 정권의 권력재창출 욕구라는 것을 후대의 역사는 호되게 평가 할 것이다.

왜 산적한 국가현안이 있는데도, 선거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수한 권력구조 논의이상의 남북 연방제-연합제를 겨냥한 현 정권의 포석이 공공연히 국민들의 의사와는 반(反)하는 방향으로 나와야 하는지 온 국민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볼 일이다.


바뀌어진 시대상황을 반영한 부분적인 국가보안법 수정.보완은 있을 수 있어도 김정일 독재정권의 사기성과 기만성에 기인한 독재정권의 본질이 전혀 변혁의 길로 가고 있질 않은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국가이념 문제를 다룬 헌법전문을 개정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현 정권의 불순한 남북문제에 관한한 독점적, 위선적 추진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커 다란 짐으로 돌아 올 확률이 농후하다.

이 제 현(現) 정권은 민심의 향방을 어제의 완패를 통해서 정확하게 읽었으니 더 이상 친북반미좌익세력들과 형성한 폐쇄적인 민족주의 노선에 기대지 말고 과감히 나와서 이 정권의 살림을 위해서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속에 있는 민심(民心)의 소리를 듣기 바란다.

최고 통치자의 역사관(歷史觀)이 대한민국을 분열정권으로 격하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추종자들이 연일 쏟아 내고 있는 과거사 재조명을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건국정신 및 헌법정신 훼손행위는 종국에 이 땅의 경제적 번영과 안보우산의 토대가 되어온 한미동맹의 현실적 구조를 시대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수위를 넘어서 와해로 연결되어 국민들의 목을 조이는 커다란 짐으로 다가올 것이다.

민족지상주의에 매몰된 강정구 류의 편협한 사관은 사태의 정확한 현실을 도외시한 선전.선동으로 작용하여 일반국민들의 건전한 판단력을 흐리고 있으며, 정권에 빌 붙어서 기생하는 어용언론과 친북세력들은 관념적이고 위선적인 평화와 번영을 무기로 현실의 번영과 자유를 구속하는 엄청난 반(反)국가 활동을 전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행위들은 이 민족의 융성과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반한 통일을 멀리하고 결국 인류역사에서 있어서는 안되었을 전체주의 가부장권국가인 김정일 정권의 독재악정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남북문제의 초점을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현(現) 정권이 불순한 의도로 김정일 정권과의 공조를 통한 남북연방제를 공공연히 선언하고 외세배격의 논리로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선전.선동이 도를 더 해 간다면, 지금 군사주권을 명목으로 현 정권이 미국으로부터 요구하고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제의는 순수한 군사주권의 영역을 초월한 저급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역사적 악수(惡手)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분단국가로 살면서 받아온 국제사회에서의 대접이 비통스러운데, 그나마 피 땀 흘려 일구어온 남한의 경제적 성장의 틀마저 버리고 가부장적 독재정권의 존재를 인정하는 방향에서 남북연합을 추진하는 현 정권의 속내가 무엇인지 온 국민의 이름으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의 마음을 읽었으면 개헌이니, 전시 작전권 환수니 하는 정치적 놀음에서 나와 아파하는 국민들의 가슴속을 들여다 보고 같이 아파하고 바른 방향으로 정권의 노선을 수정하는 용기(勇氣)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2005-10-27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