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동의를 전제로 퍼주어도 주어야

국민과의 동의를 전제로 퍼주어도 주어야
국민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퍼주는 대북지원
우리사회내의 극빈층도 더 살피는 마음을 갖추어야

정부가 내년부터 5년간 북한의 전기.농업.경공업.수산.광업 분야 지원에 5조 25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서를 내어 놓고 있는데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북한정권의 광폭정치(狂暴政治)에 대한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이 평화비용의 명목으로 흘러들러가는 돈의 용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내의 정체성에 손상을 가하고 있는 친북좌익(親北左翼)의 세력화는 더욱 더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의 통일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적절한 동의절차가 없이 그 동안에 북(北)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쌀.비료 등의 지원비용이 연간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한 앞으로 들어갈 도로.통신 인프라구축 지원비용까지 합치면 5년간 2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한 시점에서, 무지(無知)와 맹목(盲目)이 지배하는 북한사회에 어떠한 명목으로 어떻게 쓰이는가에 대한 검증장치 없이 계속적으로 퍼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민족(民族)이라는 환상에 지나치게 몰입되어서 국제사회의 북한의 억압체제 및 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우려와 아픔을 무시하는 현(現) 정권의 무사안일(無事安逸)적인 대북관(對北觀)에 대한 전폭적인 수정이 없이 우리사회내의 어두운 처지에 있는 극빈자들에 대한 지원도 세수부족으로 잘 하고 있질 못한 상황에서 계속적인 대폭지원을 한다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처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살펴보면 “정부 재정만으로는 대북지원을 감당하지 못한다. 남북협력 기금이 고갈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내년에는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빌려 메울 수밖에 없다.”는 국민의 정서와는 격리된 안이한 인식의 일면을 그의 발언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중 대북경수로 건설비용을 제외한 남북협력분야의 내년도 기금 운영규모를 올해보다 78.8% 늘어난 1조 2632억원으로 잡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발행으로 조성된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4500억원을 끌어 오겠다고 하니, 야당과 국민들은 상술(上述)한 허 점 투성이인 현 정부의 무조건적 지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사용처에 대해 실증적으로 정확한 규명을 하고, 국민들이 동의하는 조건하에서만 국채발행도 할 수 있다는 중요한 선례(先例)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방문으로 동북아에서의 신(新) 패권질서 구축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중관계의 복원 및 공고화가 보여주고 있는 냉철한 국제정세 분석으로 북한정권의 향배에 대한 재분석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우리에게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안이한 인식의 전제조건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한다는 것은 국가경영의 의무를 너무나 태만하게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북쪽은 이제 아예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는 아랑곳없이 지금의 친북정권을 상대로 되도록 더 많은 양의 지원을 얻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신발 6000만켤레와 양복 2000만벌의 원자재를 요구하고 이에 정부는 아무런 요구조건도 없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뉴앙스를 풍기고 있으니 우리사회내의 극빈자(極貧者)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더 클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인도적인 지원은 그렇다 치고, 경협사업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확증된 안보 및 경제보장이 없는 무조건적 대북지원이 낳고 있는 민족에 대한 지나친 환상(環象)도, 이 시점에서 독일의 통일과정과 교류실태를 잘 분석하여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할 것이다.

동독은 공산주의를 했어도 투명한 당의 운영을 통해 합리적인 사회주의노선의 가치를 명확하게 들고 서독과의 합리적인 교류를 했던, 지도자의 교체 메커니즘이 확립된 체제였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더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재정권의 본질에 대한 논의자체를 금기시 하는 현 정권의 대북지원은 자칫 잘못하면 평화비용이 아니라 북한의 폭정(暴政)을 더 연장시키는 도구로 전락하여 주민들의 고통만 더 키우는 악성자금화 할 확률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세금체납행위가 민생고(民生苦)의 확산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무시하면서까지 특수한 상황운운하면서 밀고 가는 민족공조의 동력으로 우리 정부가 퍼붓고 있는, 빚을 내면서도 퍼 주고 있는 과도한 대북지원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점검 되어야 할, 국민들의 동의와 야당의 검증을 요하는 주요한 사안(事案)이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2005.11.3 박태우 時事評論家(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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