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식 원장, 과잉처방 환수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남준식 연세미소내과의원장
저는 개인 내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평범한 의사입니다.



어제도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진단하면서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처방전을 냈습니다.




매일같이 진료하기도 바쁜데 공단이나 심평원에서 규제하고 있는 수많은 약제에 관한 금지사항과 행정적인 규제 등으로 고민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감기와 같은 단순질병에도 환자들과의 상세한 면담과 위로보다는 어떻게 하면 심사에 깎지 않고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처방을 할까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큰 일입니다.




5년 전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솔직히 그런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병원에서도 의사의 약제처방에 대한 심평원의 지나친 간섭이 있었지만 대부분 환자의 입장에서 소신껏 처방하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약제비가 깎이니까 절대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단이나 심평원이 원하는 처방을 하라는 어느 심사과 직원의 조언이 있었지만 심한 직업적 자존심의 손상을 느끼며 크게 화를 내고 절대 꺾이지 않았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나름대로 이런 소신으로 버틸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의원은 다르더군요.




제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이 총 6명입니다. 이들은 제가 성실하게 환자에게 진단과 진료, 처방을 해 주고 공단에서 받는 보험금으로 월급도 받고 있습니다. 제 월급도 거기서 나옵니다.




하지만 매달 공단에서 받는 보헙지급내역서에 기재되어 있는 삭감내역과 환수내역을 볼 때마다 의사라는 자부심보다는 남의 돈을 훔치는 도둑놈 취급을 받는 것 같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공단의 약제비 환수의 문제는 현재 약제비 환수의 근거가 심평원의 일방적인 약제심사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문제이지 의사의 부도덕하고 정당하지 않은 치료약제의 사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부도덕하고 환자에게 맞지 않는 처방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약제비 환수의 근거가 모든 의사의 심평원에 기준에 맞지 않아 깎일 수밖에 없다고 모두 부당한 이득이라는 취지가 정말 맞는지 현장의 의사들의 의견도 들어줘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뇨환자의 치료에서 진행된 당뇨환자에게 인슐린 치료와 약물치료의 병행은 지극히 당연하며 환자를 위한 정당한 치료입니다. 하지만 심평원의 기준은 다릅니다. 오직 환자에게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슐린이나 약제 중 1가지만 치료제로 인정합니다.




또한 골다공증약도 요즘은 싸고 좋은 약이 많이 나왔지만 예전처럼 진행된 골다공증 수치가 나와야 약을 쓸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심평원의 약제의 인정 기준은 불합리하고 실제 의사들이 쓰고 싶어 하는 기준보다는 더 엄격하여 결국은 조기에 치료하고자 하는 의사나 환자의 욕구에 맞지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약제비 환수의 근거는 인정기준이 의사-환자-심평원의 모두가 어느 정도 만족할 단계에 이른 후에 적용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모두 판사나 검사의 판결이나 기소를 정당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또한 거기에 사적인 감정이나 인간적인 배려가 없다고들 생각하지 않고요. 하지만 그것이 결국 잘못된 판결이나 기소라는 것이 밝혀지든 밝혀지지 않던 간에 결국 일정 수준에서는 문제 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법을 결정하는 최고의 자리이며 최후의 보루이므로 그곳에 비리나 잘못이 있다고 정의한다면 어느 누구도 법의 판단에 따르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의학도 그렇습니다. 의사의 처방은 단순한 약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의료행위에 대한 외부의 지나친 개입과 판단은 대부분의 소신 있는 의사들의 처방과 진료행위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미래의 국민의료에 분명한 악재가 될 것입니다.




뚜렷한 의학적 근거도 없으면서 단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에게 지나치게 저가의 이름도 모르고 검증되지 않은 제약회사의 약을 쓰게끔 만드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가능하면 좋은 약을 적절한 기준으로 조기에 써서 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소신진료를 부도덕하고 국민의료비를 갉아먹는 범죄행위로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의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공단이나 심평원 직원들이 병원에 와서 똑같이 아파서 지금의 환자들이 처방받는 대로 겪어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자기들도 약을 먹거나 입원해 보면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 나가면 하나같이 부당처방이니 허위처방이니 하니 말입니다.




모든 의사의 행위를 잠재적인 범죄취급하고 있는 현실은 장기적으로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모든 처방은 결국 선의의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함으로써 돈을 벌지만 그에 앞서 진심으로 환자가 병에서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항상 의심하고 다른 목적이 개입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처방약제는 잠재적인 치료기능이 없어질 뿐 입니다. 처방에 대한 믿음의 소실은 약 자체의 치유 기능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합니다. 플라시보라고하는 치유믿음의 소실은 사실 돈 억만금을 들이더라도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의료붕괴는 우리가 겉으로만 알고 있는 지나친 의료비의 증가나 의료전달시스템의 왜곡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의료비의 증가와 의료소송의 증가입니다. 결국은 그로 인한 환자와 의사의 상호 신뢰와 믿음이 깨짐으로써 과거 의료가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오히려 환자의 질병이 잘 낫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이며 이를 깨는 어떤 정책도 추진돼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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