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야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야
우리 정부의 장담대로 풀리지 않을 북핵 수수께끼
북한정권은 시간 벌기로 협상의 초점을 흐리고 있음을 알아야

북한 협상대표가 제5차 6자회담에서 미국의 마카오 은행 을 활용한 북한의 불법 돈세탁 의혹 제기 및 미국 내 북한 기업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의 철회를 요구한 미국의 태도를 트집잡아 협상초점을 흐리고 회담이 정지되고 있다.

6자회담 공동성명 이행방안에 대한 각국의 구상이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북한의 광범위한 의제제기로 시간만 끄는 회담으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회담의 진행과정의 근본적인 이유와 분석을 모르는 미국 등 회담참가국들도 아니지만, 대화의 장(場)에서 각국의 의중을 탐색하고 북한의 무절제한 행동을 어떻게 든 막아보겠다는 각국의 공동의도가 있기에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자의적인 회담합의문에 대한 해석도 지켜보면서 달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왜 새로운 회담이 열릴 때마다 북한의 핵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의제를 벗어난 경제제재 같은 6자회담의 주제와 상관없는 주장을 하는지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북한의 김정일에겐 외부세계에 치명적 위협이 될 만한 핵 무기를 개발할 시간과 지연전술이 필요하다.

그 것만이 다 쓰러져 가는 체제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카드로 남아있는 것이다.

김정일이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바 대로 순진하게, 투명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전제조건인 외부세계의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것은 김정일에게 두 번째의 관심사 일 뿐이다.

지금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든 다 쓸어져 가는 김일성/김정일 왕국의 부활과 유지를 위한 카드를 무슨 수단으로 만들어 놓느냐 이다.

그들에겐 강력한 군사적인 힘을 기반으로 한 미국 및 한반도주변의 강국들과 대등하게 협상하는 힘을 갖다가 줄 위협적인 핵 무기의 완전한 개발 및 보유가 첫 번 째 관심사인 것이다.

필자는 상술(上述)한 필자의 판단이 옳다고 이미 1년 전부터 수십 여 차례 필자의 북핵 관련 칼럼을 통해서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일본과의 공조를 등한시 하고 민족공조의 깃발만 높이 드는 검증 는 대북포용정책의 결과는 국민들의 엄청난 세부담을 전제로 전개되고 있는 과도한 유.무형의 대북지원으로 귀결되어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달리고 있고, 이에 편승한 김정일 정권의 요구는 갈수록 무모하고 커지게 되어있다.

북한정권은 이 문제를 역(逆)으로 풀려고 ‘시간벌기’를 병행하는 무리한 작전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지난 9.19합의의 정신대로 핵(核)이 조기에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해체되는 구도에 진입하면 그 동안 국제사회가 행하고 있는 각종 경제제재도 완화되고 북한이 느끼는 외부위협에 의한 체제의 불안정성도 많이 제거되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아주 평범한 진리인 것이다.

이 사실을 명확하게 알 고 있을 북한의 내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판단이다.

김정일이가 바라보는 체제의 안정성은 개혁.개방으로 북한의 주민들이 배부르게 먹고 주민위주의 민주국가로 가는 것이 아닌, 왕조체제의 골격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지금의 독재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에 있기에 문제해결의 기본 구조가 항상 닫혀 있다는 생각이다.

이쯤 되면 미국을 비롯한 회담참가국들도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협상자세를 보고 북한의 신뢰성에 대한 확인을 다시 부정적으로 하는 계기가 되어서 유엔의 안보리를 통한 압박정책으로 가겠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쉽게 잠재우지 못할 것이다.

우리정부가 북한의 핵 제거를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이 주장하는 신빙성(信憑性)있는 검증절차를 인정하고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 김정일 정권의 과도한 장난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전제 건위에서만, 대북 에너지 및 경제지원을 과감하게 시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지, 지금처럼 ‘약속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 시시각각(時時刻刻) 다른 이야기로 회담의 협상절차를 지연시키는 북한의 태도에 대한 변화가 없이 국민들이 동의하지도 않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북지원을 한다는 것은 현 정권의 대단한 실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 단계로 북미(北美)수교 및 북일(北日)수교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이 필요할 것이지, 지금의 상태에선 지역안전보장도 전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북한의 ‘시간끌기’ 작전이 가장 큰 악재(惡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실현이 공동성명 이행의 단단한 점검을 전제로 하기에 앞으로 갈 길이 험난하고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김정일 정권의 불안한 측면을 보여주는 소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만약 북한의 군부마저 무리한 게임을 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김정일이 스스로 가장 믿을 수 있는 망명지로 러시아를 생각하고 있다는 첩보수준의 이야기들도 돌아다니고 있다.

북한의 정권이 스스로의 통제력과 자생력을 잃어버리고 내부의 혼란을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오면, 이러한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나라의 이득을 지키는 가장 큰 협력구도가 한.미동맹의 활성화를 통한 중국견제 및 대(對)중국설득노력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지나칠 정도의 대북지원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적 검토를 다시 시행하고 김정일 정권이 왜 회담의 초점을 계속 흐리고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2005.11.12 박태우 時事評論家(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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