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과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 안보현안

미일과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 안보현안
성급한 대(對)중국 군사안보접근의 양면성
안보문제는 미국과의 조율을 통해 양해를 받는 것이 국익에 도움

APEC이 한창 열리고 있는 와중에 열린 한중(韓中)정상회담은 여러 면에서 변화하고 있는 동북아정세의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외교가에서 정상간 공동성명으로는 이례적으로 매우 긴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서부터 기존의 우방인 미국이나 일본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포괄적 관계정립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우리정부가 줄기차게 주도해 온 ‘북 핵 불용’, ‘평화적 해결’, 그리고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중국의 암묵적인 동의도 얻어내는 외교적 성과가 있었음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역 면에서 양국간의 교역량이 1000억 달러를 초과하고 있고 무역흑자를 200억 달러나 내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역사적으로 가까운 우리의 이웃으로 여겨져 온 ‘중화인민공화국과(PRC)’의 포괄적인 협력관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역사적 발전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관계발전의 회오리 바람 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 것이다.

그 것은 다름아닌 북경정부가 내심 한반도책략으로 세워놓은 소위 ‘남북한 등거리 외교’의 현주소일 것이다.

아직도 외교안보적으로 한국보다는 완충지역으로서의 더 큰 전략적 중요성을 중국에게 주고 있는 북한이 한국보다는 더 가까운 이웃이요, 형제의 나라인 것이다. 환언하면, 한반도에 유사시에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면 종국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편을 들을 것이라는 논리다.

아직도 이념적으로도 가까운 동질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한반도의 통일에 긍정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여유와 철학이 있지만, 중국의 현 입장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통한 한반도의 분단의 고착화가 더 매력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변적인 상황에서 경제통상분야의 급속한 교류확대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타당성과는 별개로, 군사외교 면에서의 성급한 관계정립은 자칫하면 기존의 우방인 미국 및 일본과 전통적으로 맺어온 공고한 안보협력구도를 흔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두 가지 면에서 미일(美日)보다 앞서가는 합의를 하였는데,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더 면밀한 손익분석을 통한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싶다.

양국은 외교장관간 핫라인 설치, 외교차관급 전략회의 정례화에 대한 합의를 통하여 외교안보관련 회의의 정례화를 약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일본, 유럽연합(EU), 미국이 부여하고 있지 않는 ‘시장경제지위(Market Economy Status)’를 우리 정부가 앞서 부여 함으로서 한국정부의 중국과의 관계증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정부는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실용적 현실외교 추구의 극대화를 모색하는 것에서 머물지 말고, 안보적인 차원에서 성급한 대(對)중국접근이 불러올 부정적인 파장에 신경을 쓰고 미국이나 일본이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고 사려 깊은 외교다변화의 장(場)을 열어야 할 것이다.

기왕에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기조로 한(現) 현 상태의 분단구조 유지를 당분간 외교적 전략으로 갖고 간다면, 일단 북 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파격적인 중국의 역할도 주문하는 성과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대해 본다.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이미 북 핵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외교적인 노력으로 해결되기에는 북한에 대한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어려운 순간이기에 더욱더 그러한 중국의 노력을 요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는 일부 정책참모들이 노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균형자론’ 옹호차원에서 거론한 ‘남방삼각동맹’에서 ‘북방삼각동맹’으로의 이동을 전제로 한 외교적 포석은 대단히 위험한 안보적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

‘한반도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중국정부의 외교적 주장을 확대해석하고 정책으로 시행하여 우리의 안보와 경제번영의 핵심 동맹 축인 미일(美日)과의 쓸데없는 갈등구조를 만들어내는 실수도 해서는 안될 것이다.
2005-11-17 박태우 時事評論家(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