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한심한 대북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한심한 대북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왜 유럽연합(EU)이 북한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가?
국제사회에서 고아(孤兒)로 전락하고 있는 북한의 딱한 처지

국제질서가 기독교문명을 축으로 한 유럽의 선진국들과, 그리고 미국에 의해서 오랜 시간 주도되어온 사실을 간과할 수 없는 힘의 논리(power dynamics)를 생각해 본다.

동아시아에서 강국으로 부상했고 또 부상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아직은 명분을 수용한 도덕적인 포장의 부족으로 이 들 기독교문명에 기반한 기존 선진국들의 국제질서 형성 능력을 초과할 순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대서양연대(The Atlantic Alliance)라는 틀을 통하여 전세계의 정치경제질서를 만들어내 내는 큰 축이라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말썽구러기’로 자신들의 논리만 외쳐대는 모습에 제동을 공동으로 거는 것은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정치의 자연스런 흐름인 것이다.

자연법적인 측면의 논리전개는 북한의 주장을 타당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인류사회에선 다소 이상주의적인 견해이고 학설일 수 밖에 없다.

힘이 없고 가난한 나라가 대접 받고 인류역사 창조의 물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우리의 역사는 없었다.

더군다나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정의와 배치되는 폭군의 지배는 오랜 시간 지속되질 못한다는 것이 역사의 준엄한 가르침이다.

국제정치의 힘의 논리란 것이 명분과 특정한 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현실체계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국제문제를 보는 시각도 아주 비슷하다.

둘 다, 외교안보정책의 큰 축을 전 세계의 폭군들을 제거하는 폭정의 종식(end of tyranny)에서부터 대량살상무기 억제를 통한 테러리즘 근절, 그리고 핵무기 비확산(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민주주의 확산(proliferation of democracy)에 같은 뿌리를 내리고 협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협력체제가 지리적 여건 및 매우 제한적인 제도적 장치로 인하여 그리 원활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핵(核) 문제, 인권문제 등에서는 이러한 미약한 연결고리와는 별개로 매우 강하고 적극적인 유럽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올 해에는 UN의 인권위 및 총회에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네번 째로 북한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결의안이 유럽주도로 채택되어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국제적인 주요 사안으로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왜 유럽이 이처럼 머나먼 아시아의 독재국가 북한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가?

민주화가 잘 된 선진국일수록, 보편적인 인류의 공공의 적(適)인 테러리즘, 그리고 인권유린에 대한 관심과, 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크고 강력하다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폭정이 결국은 핵무기의 개발 및 이의 불법적인 유통으로 국제적인 테러리스트 집단에 암매되어서 선진국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명확한 논리에 대한 철저한 대비 차원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예의 주시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전 세계의 기독교 문명의 파고가 선진국 문명의 인식체계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 먼 이국 땅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신앙의 자유마저 강탈당한 상황에서 종교적으로도 박해 받는 것이 그들의 건전한 신앙관(信仰觀) 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적행위 인 것이다.

이미 지구촌은 이렇게 각국의 주권이 관할하는 영토내의 이슈의 관련성과 파고가 국경을 초월하여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바로 이러한 전세계사적 도도한 흐름을 잘 파악하고 손바닥을 가리는 협소한 논리로 ‘우물 안의 개구리 식 외교’를 버리고 온 인류가 동반자가 되는 큰 대도(大道)를 가야만 한다.

다만 이러한 일을 하는 큰 조건이, 소수의 정파가 독차지하고 있는 민족문제를 담보로 한 정권재창출이라는 큰 잇 권을 포기하는 전제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2005.11.25 박태우 時事評論家(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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