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6자회담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

마지막 남은 6자회담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
미국에 공동으로 대항하는 이란과 북한
6자회담에서 미국의 태도를 강공으로 몰고 가는 악재

이란과 북한정부가 핵(核) 문제로 미국과 힘겨운 싸움을 전개하면서 서로 각각 핵미사일 기술과 석유 및 천연가스를 교환하여 미국의 봉쇄노력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보도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에 ‘북한과 이란의 제휴가 미국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것이다(Iran-North Korea talks may harden U.S. stance).’는 제목의 기사로 11월 28일자에 실렸다.

이러한 반미를 표방하는 두 국가의 전략적 협력은 아마도 향후 6자회담에서 미국의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어서 북한의 요구나 협상자세에 대한 진실성(眞實性)을 문제 삼으면서 유엔의 안보리로 북핵 문제를 가져갈 확률을 더 키우고 있다는 판단이다.

해마다 북한에게 약 100만톤의 석유를 공급해주고 있는 중국이 없다면 북한의 모든 기계들이 멈추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아랍에서 반미(反美)의 선봉장이 되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대가로 필요한 기름이나 천연가스를 받는 다는 것은 새로운 동지 하나를 더 규합하고 가중되는 에너지 난을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반(反)테러 및 핵 비확산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북한과 이란이 서로 동맹국으로서의 입장을 정리하고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더 부각시킬것이다.

10월 둘째 주에 이란의 한 관리가 이 문제로 평양을 방문하여 협상을 벌였다는 한 독일 주간지(Der Spiegel)의 보도는 미국의 강경파들에게 6자회담 무용론(無用論)을 강조할 좋은 구실거리를 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이기적인 트집으로 합의 이후에도 해석상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미국과 “경수로가 먼저냐 핵 제거나 먼저냐”로 입씨름을 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이 수상하다 여기고 있는 마당에, 이란과 바터무역을 통한 핵 미사일기술의 수출은 미국 정부의 비위를 결정적으로 거스르는 계기가 되어서 6자회담을 계속하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많은 현금과 인도적 지원물자를 제공하면서도 국제규범의 당위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주장도 변변하게 한 번도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못한 현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지 매우 궁금하기 그지 없다.

바짝 정신을 차리고 북한정권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들이 우리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무슨 요구를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2005.11.28 박태우 時事評論家(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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