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사태를 본다

황 교수 사태를 본다
폭풍의 바다와 싸우다(36)

황 교수 사태를 본다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MBC ‘PD 수첩’ 보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나라 안 뿐만 아니라 나라 밖까지 이 사태 발전의 귀추에 주목하고 있다.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 분야에서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생명과학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선두에 나서는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쾌거였다. 우리 국민은 머리를 들어 미래를 응시하고, 답답하던 가슴을 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난 데 없이 MBC가 황 교수 연구의 윤리 문제에서 나아가 연구가 허구(虛構)일 가능성까지 제기함으로써 연구팀과 과학계는 물론이고 온 국민에게 핵폭발과 같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나는 이 같은 MBC의 보도를 언론의 자유나 영역을 완전히 일탈한 폭력으로 규정한다.

그러면 왜 MBC는 세계 과학계가 그토록 칭찬하고 온 국민이 그토록 열광하는 황 교수 연구팀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을까. 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사태의 본질에 접근할 수는 없다.

해답은 당파성(黨派性)이다. 거대한 영상매체 권력을 쥐고 있는 그들은 마땅히 진실과 공정(公正)이라는 가치에 충실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언론 본연의 이 의무를 저버린 지는 이미 오래이다. 대신 그들은 편향된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무장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회의 공기(公器)로 믿어 온 매체권력을 타락시켜 버렸다.

나는 그들로부터 적의(敵意)에 가득 찬 공격을 수 없이 당한 사람이다. 진실과 균형 잡힌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면 그 어떤 비판인들 무엇이 문제일까. 그러나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동원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노 정권도 그들의 당파성에 기초한 투쟁으로 세웠고, 또 탄핵으로부터 노 정권을 지켰다고 자부한다. 이런 자부심이 그들을 교만에 빠뜨렸다. 이제 거칠 것이 없는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온 국민이 열광하는 황 교수 연구팀도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충돌하고, 그들의 목적에 장애가 된다면 언제든지 공격할 수가 있다!

이것이 그들 정신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번에 밝혀진 그들의 행태를 보라. “황 교수를 죽이러 왔다”, “황 교수는 곧 구속 된다”는 말이 취재를 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오직 공정한 자세로 진실을 밝혀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그들의 입에서 나온 섬뜩한 이 거짓말이 어디엔가 그들의 목적을 숨겨 놓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 목적이 무엇일까.

그들과 그들이 세운 노 정권이 함께 추구하는 세계는 평등의 가치가 중심을 이루고, 미국을 몰아낸 가운데 평양과 손을 잡고 세우는 통일된 나라이다.

그러나 황 교수 연구는 본질적으로 다른 세계를 추구한다. 황 교수 연구는 개인의 창의와 창조, 개척,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그 목표는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BT)이 융합하는 새로운 문명의 개척이다. 거기에다 황 교수는 미국 연구팀과 공동의 보조를 이룬다.

그들은 노 정권과 함께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려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권력과 매체의 영향력을 앞세운 그들의 주도권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여기에 덮친 파도가 황 교수 연구에 대한 국민들의 거대한 희망이다. 그들은 처음 이를 노 정권을 구해줄 원군(援軍)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안일하게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꿈꾸는 세계는 우리 국민들이 서로 불신하고 갈등하며 절망할 때에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이 과거를 들추며 현실을 규정할 때에만 이룰 수 있는 세계이다.

그러나 황 교수 연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같게 하고, 마음속에 희망을 키우며, 과거로부터 미래로 국민들의 시선을 바꾸어 놓았다. 날이 갈수록 이러한 국민정서의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 된다.

이대로 방치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세계가 언제 국민의 마음속에서 날라 가 버릴지 모르는 위기의식을 느꼈으리라. 그래서 그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황 교수 연구를 흠집 내고, 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껴 얹기 위하여, 카메라를 멘 특공대로 나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숨은 목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도발은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좌절되었다. 상대가 과학(科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에게는 국경이 있지만,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그들이 닫힌 우리 사회에서, 또 대립하는 상대가 있는 상황에서, 당파성을 가지고 도발할 때에는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가 함께하는 과학을 상대로 벌인 그들의 도발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나는 과학도가 아니라 황 교수 연구의 윤리나 진실 문제는 논평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그들 또한 같다. 그 연구는 과학의 세계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결코 당파성을 앞세워 훼손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될 대상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보자. 그렇다면 그들의 도발은 결국 국민을 향한 것이고, 국민의 희망을 지우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그토록 분노하고 있다.

나는 노 정권이 이 도발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개입되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왜 대통령이 나서서 MBC에 대한 광고 중단 항의를 가로막고 나서는가. 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여기서 그만 정리하자고 하는가. 대통령이 하는 광고 이야기는 광고주에게, 그만하자는 이야기는 사법당국에, 얼마나 큰 압력이 되는지를 모르고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국민의 이름으로 말한다. 이번 사태는 그냥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소중한 국민의 희망을 짓밟고,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다니!

사법당국은 그들의 폭력을 엄중하게 응징해야 한다.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 이번 사태의 배후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에게는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타락한 자들을 물리치고 우리 사회의 매체가 당파성을 벗어나 사회의 공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어둠의 세력들은 새벽이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어떤 몸부림으로 새벽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차오르는 희망을 누구도 더 이상 막지 못할 것이다.

2005. 12. 7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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