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이직 고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거대 공룡으로 탄생한 금융위원회, 출범 초 금융위에 대해 주변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쥘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출범 반년이 지난 현재 외부의 시각과 달리 내부에서는 ‘철밥통속 찬밥신세’라며 신세타령을 하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금융위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타 부처 공무원들과 달리 ‘박봉’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없다. 실제로 정부에서 내년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고 예산도 동결한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임금 동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는 없다.

이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예산과 적은 인원이다. 한 금융위 사무관은 “우리 상황에서는 박봉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며 “월급 동결이 문제가 아니라 작은 예산에 넘쳐나는 일들로 사비 들여가며 일하지 않도록 예산이나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례로 ‘9월 위기설’이 퍼지던 7월경 금융위 내부에서는 ‘10월 A4위기설’이 퍼졌다. 일 년 예상 사용량에 맞춰 구매한 A4용지가 10월쯤 가면 다 떨어지고 예산이 없어 추가로 못 살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오갔다.

‘10월 A4위기설’에 대해 관련 기관장이 금융위에 갈일 있을 때 A4용지를 선물로 사 가야겠다는 농담을 하자 금융위 직원이 “우릴 두 번 죽이는 이야기”라며 엄살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 출범 이후 각종 규제를 풀고 금융선진화 방안 등 각종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9월 위기설´에 미국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직원 한명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 업무가 5~6건에 달하고 있다.

한 주무관은 “한 건 끝내서 일 줄어드나 싶으면 또 한 건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평일에는 집에서 9시 뉴스 보고 주말에는 낮에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 좀 보고 싶다”며 이러다 올해 못 넘기고 과로사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나올 거 같다며 과중한 업무에 대해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 예산을 쥐고 막강한 힘을 쓰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치이고 독립한 금융감독원 마저 사사건건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업무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자 내부에서는 수장에 대한 불만도 쌓이고 있다.
한 사무관은 “전광우위원장이나 이창용부위원장 모두 관 출신이 아니다보니 밑에 직원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조직의 사기 저하와 미래가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아지면서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금융위 과장은“기재부 출신들은 기재부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금감위 출신들은 예전 재경부에서 금감위로 옮긴지 오래돼 돌아갈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아예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며“실제로 몇 명은 사표를 쓰거나 이직 신청을 했으나 위에서 끝까지 만류해 일단 앉혀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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