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급하기는 조급한 모양이다.



왜 이리 급하게 평양에 가고 또 북한의 목소리에 그리 급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인가?



북한의 잘못을 스스로 자책하게 하는 것이 지금은 맞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게 잘못한 것이라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분명히 합의된 사항을 지키지 않은 쪽은 북한이고 6자회담국들 마저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회의감이 이토록 큰 시점에,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전술마련 자작극에 이 시점에서 굳이 춤을 출 필요가 있는가?



필자가 보기엔 최소한 대한민국의 정부는 북한의 변화된 전술을 탐색하고 우리의 새로운 전술을 다시 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은 또 다시 믿지 못할 홍보전술로 그 동안의 건강이상설로 김정일 위원장의 실각을 예측하는 서방세계를 상대로 그가 아직은 건재하다는 영상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유사한 인물을 고용한 연출인지 과거의 행태로 보아서 그 진의(眞意)가 의심스럽다.



이젠 미 국무부의 관리가 북한과의 만남에서 ‘진전이니 발전’이니 하는 말을 외교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필자와 같은 사람에겐 매우 진부하게 들린다. (예: U.S. envoy hints at progress on Korea, IHT 3면기사, Octo. 4~5, 2008)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건재과시 홍보전은 미국과의 중요한 협상을 앞 둔 시점에 전개되는 심리전이 분명한 것이다.



대한민국정부는 이러한 북미(北美)간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정보파악을 지금도 장담하고 미국의 국무부관리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국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북한이 영변에만 국한하는 핵 사찰을 대가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약속받고 그 외의 지역에서의 사찰은 남북한 전체의 국토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북한의 끈질긴 전술에 우리정부가 미국의 입장에서 그리 급하게 끌려갈 이유가 있는 것인가?



우리정부의 목소리가 궁금한 것이다.



외교부와 통일부가 청와대와 무슨 시나리오와 무슨 전략으로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조정하고 있으며, 전혀 협조하지 않은 북한당국을 상대한 다는 것인가?



우리정부의 입장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공개석상에 나오던, 안 나오던,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노선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우리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미국의 동정만 보도되는 우리정부 부처의 태도와 함께 책임진 인사들의 안이한 업무능력과 무능력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필자의 입장에선 참으로 답답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북한의 군부는 한반도에서 미군의 철수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peace treaty)까지 염두 해 둔 ‘북 핵 지연전술’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전술에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의 최대 안보자산인 ‘한미동맹’에 매우 미세한 구멍을 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는 북미협상에 이렇게 끌려만 갈 것인가?



국정감사기간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라도 이 문제에 대한 집요한 추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의 인지와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한 사람들이라면 국민들 입장에선 이들을 대단히 잘못 뽑은 것이 될 것이다.



도대체 사람은 많아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큰 틀을 위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으로 국가의 정책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적은 것이 큰 문제인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합의하고도 절대로 쉽게 행동으로 가지 않는 ‘이중지연전술’의 반복으로 우리 국민들을 매우 피곤하게 하고 있다.



이 번에 미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평양에 머물면서 북미직접대화과정에서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와의 대화는 일절 거부하고 국제사회가 북한 지역에서 북 핵을 검증하는 대가로 북한도 남한지역에서 이에 상응하는 핵 검증을 명문화 할 것을 주장하였고, 이러한 실무차원의 준비와 행동을 위한 대한민국을 배제한 북미군사회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은, 아직도 우리정부를 경시하는 북한당국의 못된 버르장머리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큰 증거인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북한과 협상한 결과물인 대북경제지원만 하는 아주 잘못된 관행이 지금 진행 중인 과정에서 그 누구하나 큰 목소리로 이러한 북한의 잘못과 미국이 혹시나 자국의 이익만 보는 행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정치인을 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이렇게 허용하면서 우리가 우리의 주권(主權)을 지키는 국가의 주권행위에 충실한 국가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인가?



정치권이나 정부나, 우리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인 것이다.



2008.10.6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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