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바다와 싸우다(37)
상태바
폭풍의 바다와 싸우다(37)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05.12.28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짓을 떨치고 진실을 세우자
거짓을 떨치고 진실을 세우자
황우석 사태는 충격을 넘어서 공황(恐慌)을 몰고 왔다. 정치나 경제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면 충격은 있어도 공황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들의 심리상태는 중심을 상실한 배와 같이 불안정하다.

나는 지난번 글에서 황우석의 논문은 생명공학이라는 과학의 문제이니 오직 과학의 차원에서 검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널리즘이 당파성을 가지고 선정적으로, 또는 폭력적 방법으로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MBC의 부도덕한 접근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문제제기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검증이 시작되었고 아직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발표된 중간보고에 따르더라도 황 교수의 연구 논문은 치명적인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점에서 MBC의 문제제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 비판의 일정부분을 수정하고자 한다.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과학의 영역에서까지 이토록 가공할 거짓말이 온 국민과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는가. 노 정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황우석 연구팀과 하나가 되어 연구비를 대주고 그 영광을 함께 누려왔다. 보도에 따르면 황 교수는 지난 1월 배아줄기세포 6개가 오염사고로 죽은 사실을 과기부가 아닌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것이고,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황 교수의 문제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황우석은 지난 5월 이 거짓 논문을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하고 우리 언론은 마치 구세주가 나타난 것처럼 전 지면을 할애하며 보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노 정권은 앞장서서 우리가 생명공학의 패권을 잡은 것처럼 떠들며 세계줄기세포허브 프로젝트를 내놓고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러므로 황우석 사태에서 노 정권은 공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사태로 우리 국민이 입은 정신적 상처는 언제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명예는 얼마나 실추되었고, 우리 과학계가 감당해야 할 피해는 또 얼마일까. 기대를 걸었던 난치병 환자의 절망은 어떻게 해야 하나. 황우석 바람을 타고 솟아올랐던 생명공학 관련 기업주가가 폭락하여 그 총액이 1조 5,000억원에 이른다는데,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중간에서 그 이득을 본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황우석의 거짓말을 알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력 주변의 자들임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썩은 권력이 과학을 거짓의 수렁에 밀어 넣은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말한다. 우직하고 정직함으로써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그렇다. 달리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검증을 맡은 조사위원회도 후회가 없도록 진실을 말해야 하고, 당사자들도 숨김없이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 권력도 공범자로서 참회해야 하며, 언론도 권력의 부추김에 놀아난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진실 이외에 우리를 구원할 아무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한다. 오늘 심리적 공황에 빠진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이 절실하다. 거짓을 저지른 잘못도 우리 안에서 나왔지만, 그 거짓이 오래 가지 못하도록 한 힘도 우리에게서 나왔다. 이제 거짓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 오직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온갖 거짓을 누르면서, 비록 과학의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용기 있게 다시 시작하면 오늘의 고통은 위대한 승리의 약이 될 것이다.

‘폭풍의 바다와 싸우다’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쓴 것이 37번째이다. 그리고 2005년 한 해가 저문다. 나의 큰 걱정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거스르려는 노 정권의 독성(毒性)은 현저히 약화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제는 희망을 이야기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희망을 키워 노 정권의 도발에 대응하면 된다. 그래서 2006년 새해부터는 ‘희망의 푸른 물결’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려 한다.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2005. 12. 27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