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조의 함정을 키우는 현 정권

민족공조의 함정을 키우는 현 정권
국익(國益)보다 코드정치가 더 중요한 현(現) 정권
국민정서를 무시한 개각의 위험성을 보라

노 대통령이 행한 개각을 보니, 새 해 병술년(丙戌年)에 거는 국민들의 혹시나 하는 기대는 또 다시 허망하게 물 건너 갔다. 역시 이 정권의 본심은 국민들의 바람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검증이 안된 정치철학을 계속 민족문제에도 적용하겠다는 만용(蠻勇) 아닌 만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건강성을 해치는 일등공신으로 여겨진 이종석 전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안보부처의 수장인 통일부장관으로 승격시키고 부도덕성으로 얼룩진 이 상수 전 의원을 보은차원의 인사로 노동부장관에 임명한 처사는 내사람 챙기기의 오만성(傲慢性)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세간의 평을 합리화 할 아무런 명분이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민족공조의 선(red line)도 이미 넘어선 상황에서 이종석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노 대통령의 의중은 이제 다가오는 2007년도의 대선에서도 민족문제를 이용하여 무리하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고,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허울좋은 민족공조의 파고가 어느 단계까지 높아질 것인지 우려 스러운 눈 빛으로 바라만 보아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답답하다.

하기야 북한정권도 노골적으로 신년사설을 통해서 남한내의 ‘반보수대연합’을 주장할 정도의 내정간섭을 노골화하는 선까지 민족공조의 뿌리가 착근되었다는 생각을 해 보면, 이 번에 단행한 개각에서 이종석 씨의 중용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의 의중도 어느 정도 반영한 매우 위험한 동시에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주도에서 북측 수석대표에게 ‘동지’라고 불렀던 기억을 새삼스럽게 거론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사회내의 반미자주세력의 팽창을 정신적으로 지지 할 국내 자주파(自主波) 인사의 외교안보부처 수장으로의 중용은 새롭게 확대될 남북공조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제 우리 나라의 안보 및 경제이익의 근간이 되어온 한미동맹의 자산이 하나 둘씩 허물어 져가는 동안에, 우리의 국익이 온전히 보전될 수 있는 안전장치의 마련이 어디에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북 핵(核)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파국(破國)의 수순으로 가고 있는 동안에 이미 북한은 공공연히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방관은 미국이 북한을 대해온 핵 저지의 일관된 자세를 일정부분 부정하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으며, 향후 한국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미국의 불신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부정적 판단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핵 문제 및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남북포용론’은 오히려 김정일의 입지를 더욱더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한미공조의 토대를 강화하라는 주문이 현(現) 정권의 수뇌부에 쉽게 전달이 될지도 의문이다.

지금은 한반도의 운명이 대전환(大轉換)을 맏이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한 중간에 서 있는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의 시기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관념적인 ‘민족 이상론’에 자꾸 무게를 실어서 검증 없이 굴러가는 대북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질 못한 부정적 여파를 걱정해도 모자랄 판인데, 오히려 국익을 저버리는 민족공조와 자주의 논리를 지나치게 주장하는 청와대내의 핵심인사가 외교.안보라인의 중책을 맡는 개각을 단행 한 것을 보니, 전통의 우방들과의 국제공조의 틀을 과감히 축소하고서라도 김정일 독재정권의 연장을 전제로 한 남북연방제로의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강한 추측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의사의 목적이 이와 같은 논리를 충분히 세상에 알려 주지 않았던가?

만약 필자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과 국체는 2006년에 매우 위험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한미동맹의 와해를 앞 당길 수도 있는, 북한내의 급변사태를 대치하기 위한 한미합동의 군사작전을 담은 ‘한미연합 작전계획 5029’가 더 빨리 와해 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란 추측을 하고 있는 필자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무리 보아도 이 번 개각을 통해서 또 다시 느낀 점은, 외교안보라인의 코드인사가 빚어 낼 국익의 심각한 훼손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다 시 한 번 고려하는 신중함을 보여 달라는 국민들의 외침도 ‘쇠귀에 경읽기’가 될 것이라는 스스로의 결론(結論)으로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
2005.1.3 박태우 한국민주태평양연맹 사무총장(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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