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먹을적에

잔치국수 먹을적에
잔치국수 먹을 적에

시골 마을 안골에서
시집.장가가고 환갑.회갑 잔치하면
큰 무쇠 가마솥을 걸고
오래된 참나무 장작을 불태워
끓이고 도 끓인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에 말은
하아얀 우리 밀 잔치국수를 먹었다
날씨가 추워서
겨울 하늘이 청량해서
뜨거운 정(情)이 담긴
잔치국수는 더욱 맞이 있었다
그 어느 날
우리 집안 형님이 장가가던 날
하아얀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사모관대(紗帽冠帶)쓰고
쪽두리 쓴 형수를 맞이하던 날
짚 앞 마당에서 끓여 퍼 나르는
잔치국수는 더욱 맞이 있었다
어머니의 거칠은 손마디에
거침없이 묻어 있는 고향의 맛
어머니는 나의 잔치국수 그릇에
노오란 당면을 한 손 집어주시며
‘저기 가서 아무도 몰래 먹어라’
그렇게 말씀하신 추억이
새삼 사람 사는 인심(人心)으로 다가온다
내 자식 챙기는 인정(人情)이
이 정도의 소박성과
사람의 마음을 담은 인정이라면
괜찮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직 익지도 않은
국물에 말아서
국민들에게 내어 놓은
설익은 잔치국수는
역겨워서 먹지 못하는 음식이 되고
백성들의 평가도 못 받고
도둑놈 심보처럼
자기 것만 챙기는
자기 사람만 챙기는
못된 습성에서 벗어나고
있질 못하니
고향에서 느낀
조그만 잔치국수의 감성(感性)과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보다
천분의 일도
만분지의 일도 안 되는
감동과 느낌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어지럽고
어지럽게 하고 있음이라

2006.1.8일 일요일 새벽에
박태우 詩人(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정회원)
*소박하고 담백한 아름다움과 추한 정치를 생각하니(대비되는 미추(美醜)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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