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능력은?

정부의 정보능력은?
판도라의 상자: 김정일의 정상외교
북(北)의 외교적 고립은 남한을 향한 강공으로 이어질 것

많은 지인(知人)들과 만나는 공식.비공식의 모임에 가면, 올 해에 한반도주변에 일어날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문제를 놓고 걱정을 담은 토론에 몰두한다. 물론, 이러한 담론형성은 우리사회내의 정보의 흐름을 읽어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지식인들이 주축이긴 말이다.

그 동안 길게는 10여년의 세월을 두고 북한의 핵(核)을 정점으로 한 무리한 독재정권유지게임의 전모가 추측의 단계를 넘어선 확증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6자회담의 유용성도 땅에 떨어져서 우리 정부만 ‘죽은 자식 불알만지는 뒤 북’만 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 번에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하면서 우리 정부가 국민들을 향해서 내놓고 있는 반응이나 대책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기에 더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 번 사태를 모르고 지켜보고 있는 정부라면 더 큰 문제이고, 만약 이를 알고 국민들과 북한의 모순과 심각한 위기상황을 말하는 사실들을 알릴 수 있는 선까지 알리고 국민들과 공유하지 못할 정부라면, 앞으로 급속한 사태의 악화로 더 큰 문제점에 직면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떳떳하지 못하면 국가의 정상이 외국을 방문하면서 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경호를 이유로 잠행(潛行) 아닌 잠행를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지탄받는 잠행으로 국가정상의 체면을 구기고 있는 북한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빠른 시간 안에 개혁.개방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자주(自主)와 외세배격’을 정권존립의 큰 기반으로 삼고 있는 북한이 오히려 유일한 혈맹인 중국에만 모든 것을 의존하며 국가의 생존을 구걸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모습에서 이 들이야 말로 자주를 일상용어로 쓰면서 가장 비자주적인 국가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보통국가로 인정되기가 어려울 만큼 범죄정권(criminal state)으로 낙인찍혀가고 있는 북한 정권이 진정한 자주의 기반인 국제사회의 신임을 다 잃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사실을 우리들이 더 자세히 살펴 볼 일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심각한 대.내외적 위기에 봉착해서 위폐문제, 북 핵 회담 진로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인 시점에 이르게 된 시점에서 잠행으로 기록된 중국방문의 목적은 누가 보아도 간절한 협조부탁을 위한 상황설명의 성격이 매우 농후해 보인다.

지금은 잘 알려지기기 쉽지 않지만, 지금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의 북경에서 중국의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우리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안건(案件)들이 놓여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안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더 알려지지 전에는 추측으로라도 우리의 안보자세를 더 가다듬고 안정적으로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정권이 국가의 운명을 걸고 정권연장을 위한 술수로서 확실한 검증의 장치가 결여된 이 시기에 김정일 위원장을 이용한 위험한 ‘연방제게임’이나, ‘평화군축선언’ 같은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코너에 몰린 김정일 정권을 두둔하고 살리는 비(非)상식과 비(非)정도의 게임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유일한 혈맹국가란 중국의 입장에서도 미국이 명분이 명확한 증거로 북한의 잘못을 질책하는 분위기속에서 북한을 계속 무조건적으로 두둔하기가 어려운 순간에, 북(北)의 입장에선 우리 정부를 이용한 돌파카드 마련이 유일한 해결 책 일 진데, 이러한 북한의 대남(對南)전술을 협소한 정파의 대권창출이란 이득을 위해서 용인하는 민족의 반역(反逆)정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5.1.11 박태우 한국민주태평양연맹 사무총장(대만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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