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푸른 물결(2)

희망의 푸른 물결(2)
국민중심당이 창당되었다. 언론은 무시(無視)로 일관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마치 찬바람 부는 동토(凍土) 속에 뿌려진 씨앗과 같다. 그러나 봄이 오면 상황은 새로워진다. 국민중심당은 제 3정치세력의 모태(母胎)이다.

제 1의 정치세력은 노 정권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다. 지역 기반은 호남이고, 이념은 친북과 좌파라 할 수 있다. 당으로는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여기에 속한다. 지금 민주당은 중도노선을 표방하며 열린우리당과 갈등관계에 빠져 있다. 앞으로 민주당이 어떤 노선의 길을 걸을지, 노 정권과 어떤 결말을 지을지, 그것은 그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제 2의 정치세력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 우파로서 한나라당이다. 냉전시대를 주도했던 세력으로서 1991년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세력을 흡수했으나 그 주도권은 여전히 권위주의 세력 수중에 있다. 냉전, 수구, 부패, 특권의 낡고 병든 껍질을 벗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정치세력 싸움의 본질은 영,호남 지역패권의 충돌이다. 노 정권의 낡은 이념 때문에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어 문제가 복잡해졌을 뿐, 그 본질이 달라진 것은 없다.

생각해 보자. 아직도 두 지역 패권 싸움에 나라를 맡겨도 좋은가.

과거 3김이 쟁패(爭覇)하던 시절, 지역패권은 경제발전이나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정당성이 포장될 수 있었다. 이제 그런 포장도 찢겨져 나갔다. 그런데 21세기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통합된 힘으로 이를 추구해 나가야 할 우리 정치가 아직도 알몸의 지역패권 싸움에 머물러 있으니 이것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다. 참으로 지역패권을 국민의 힘으로 무너뜨릴 때가 되었다. 그러나 말로써 지역패권을 무너뜨릴 수 없다. 지역패권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제 3정치세력을 세워야 한다.

충청은 과거 영, 호남의 불타는 지역패권 싸움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소극적 지역패권을 추구한 일이 있다. 자민련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충청인들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패권을 스스로 거부해버렸다. 그러므로 이 지역에서 반지역패권을 기치로 하는 신당 건설의 깃발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경기, 인천, 서울, 강원 그리고 제주에서부터 우리 정치를 지역패권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뜨거운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할 것이다.

영, 호남은 어떤가. 사실 그 지역 주민들이야말로 지역패권정치의 가장 큰 희생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거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는 기회이다. 그러나 지역패권이 기승을 부리는 한 이 지역 주민들이 진정한 의미의 주권행사를 할 수가 없다. 특정 정당, 특정 인물을 위한 맹목적 투표는 민주주의 적이며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나는 영, 호남 주민들도 더 이상 나라의 장래를 망치는 지역패권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역패권을 거부하는 제 3의 정치세력이 강화되면서, 영, 호남 지역패권도 놀라운 속도로 해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도 더 이상 지역패권을 추구하거나 여기에 안주하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제 3정치세력은 낡은 이념과 병든 기득권 의식을 동시에 거부한다.

노 정권은 우리 사회를 이념의 혼란이 극에 달했던 1945년으로 끌고 가려 한다. 틈만 나면 대한민국의 존엄과 정통성을 짓밟는다. 연방제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 오직 하나의 선택이 있다면 북한이 개방, 개혁을 통해 스스로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돌아오고 민족의 평화적 통일에 순응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이러한 결단을 요구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노 정권은 분단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고, 통일의 장애가 우리 사회에 있는 양, 우리 내부를 향해 칼을 겨눈다.

한나라당도 극복의 대상이다. 그들 스스로 지역패권을 벗어던질 힘도 의지도 없는 정당이다. 오히려 계속 그 틀에 안주하려 한다. 병든 기득권 의식도 여전하다. 자신들이 여당인지 야당인지도 분간하지 못한다. 노 정권의 실정을 날을 세워 비판하지도, 나라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들은 노 정권의 잘못된 노선을 바로잡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대안이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제 3세력이 일어서야 한다.

제 3세력은 국민을 분열과 대립으로 가른 지역패권구도를 해체하고 참다운 국민통합을 이끌게 될 것이다. 동시에 낡은 이념과 병든 기득권의식을 털어버리고 우리나라가 지식강국, 문화대국, 통일조국의 비전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국민중심의 이념과 정책으로 무장할 것이다.

제 3정치 세력은 세워질 수 있을까.

이번 5월 31일 지방총선거에서 신당이 승리해야만 한다. 충청권 전역을 석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기, 인천, 서울, 강원, 제주에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영남과 호남에서도 일정한 호응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신당 성공의 열쇠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성공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전두환 정권 시절 민정당과 그 2중대인 민한당의 2당체제가 그대로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탄생된 신민당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가히 돌풍이었다.

결국 선택은 위대한 주권자들의 몫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지금 지역패권정치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언제까지 영, 호남 패권세력들이 국가의 장래나 민생을 내팽개치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계속하도록 버려둘 것인가. 언제까지 노 정권의 낡은 이념이 대한민국을 능멸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나는 국민들의 위대한 결단의 시기가 임박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번 지방총선거가 그 출발이 될 것이다.

다만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선결(先決)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는 선명한 깃발을 높이 들고 담장이 없어야 한다. 이념, 노선, 비전, 정책을 아주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시에 문호가 활짝 열려야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 누구도 패거리에 막혀 진입이 자유롭지 못하면 혁명의 에너지가 결집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단호하게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일이다. 낡은 노 정권의 이념을 소멸시키고,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역패권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 현 정세의 본질이다. 여기에 신당 세력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만 국민들이 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혁명하고자 하는 열망에 불이 붙을 것이다.

가자, 승리를 향하여! 이제 다른 선택은 없다. 이번 지방 총선거가 지나면 내년 대통령 선거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혁명의 불꽃이 일어나지 않으면 내년 선거 역시 낙관할 수 없다.

신당의 승리는 단지 신당하는 사람들만의 승리일 수 없다. 그것은 동시에 위대한 국민의 승리요, 대한민국의 승리일 것이다.

2006. 1. 22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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