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엄한 인식이 있어야

냉엄한 인식이 있어야
왜 감성론(感性論)으로 반(反)국익적 외교노선을 걷나?
북한정권의 범죄성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들어야

지난 25일 실시한 노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신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정권을 향한 미국정부의 제제방침을 견제하는 엄호의지를 확인하고 기사화했다.

한 언론보도도 프랑스의 AFP통신을 예로 들면서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압력을 넣으려는 워싱턴의 움직임과 관련해 갈등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보도를 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한국국민들의 일반적인 신중한 대다수의 여론과는 별개로 일부 친북 및 반미세력들이 주장하는 노선을 등에 업고 계속적으로 ‘김정일 정권 감싸기 분위기’를 유지해 온 것도 사실이다.

AP통신도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게 북한정권의 붕괴를 추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모든 한반도관련 정책 담당자들의 확고한 의지 및 일반 여론을 등에 업고 북한의 위폐제조 및 불법유통, 마약밀매, 계속적인 핵무기의 제조 의혹 등에 대해서 용서할 수 없는 범죄 집단이라는 방향으로 국가의 정책결정이 모아지는 이 시점에, 굳이 대통령이 나서서 ‘한국정부는 북한 체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또 때로는 붕괴를 바라는 듯 한 미국 내의 일부 의견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지 않다. 미국 정부가 그와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마찰이나 이견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다는 것은 일반적인 외교노선을 일탈한 매우 위험한 접근법(dangerous approach)이다.

이러한 직설적 화법은 아무리 완벽하게 연구하고 사전에 준비된 발언이라 주장해도, 식자들이 보기엔 한 국가의 원수가 국제사회의 흐름을 잘 수용하고 있질 못한, 경솔할 정도의 북한 감싸기 라는 인상을, 아무런 명분도 확보하지 못하고 유포시키는 큰 외교적 악수(惡手)인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외교안보분야 자문 및 보좌를 맡고 있는 외교부나 국가안전보장회(NSC)의 간부들의 직무유기(職務遺棄)가 매우 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이를 견제하고 있질 못하니, 필자와 같은 논객이라도 나서서 국가의 이익과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언로를 트고 있는 통치자의 인식의 오류(誤謬)를 지적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입안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도 북한 압박과 관련된 정책이기에 우리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분명한 반미(反美)노선으로 선회하면,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고 있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외교적 악수로 연결될 확률도 농후하다.

필자는 우리 외교부의 통치자에 대한 충성심을 폄하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최근에 급속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한미동맹의 갈등요인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동맹의 축(軸)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간의 전열정비가 가시화되고 있는 이러한 미묘한 시점에, 민족문제를 감성적인 시각에서 진단해야 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대통령에게 직접 고하고 토론하면서 전문적인 지식과 문제점을 동원하여 설득하고 자세시켜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와싱턴은 우리 정부를 향해서 계속적으로 대북금융제제 방침에 동참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과 외교부의 성급하고 직설적인 부정적 반응은 공개적인 반박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에 걱정이 앞선다.

지난 해 12월 7일에 바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북한정권을 ‘범죄정권(criminal regime)’이라고 규정한 이후 올해 1월 5일의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이 수위를 높여서 ‘위험스런 정권(dangerous regime)’까지 설파한 맥락을 잘 살펴보면, 대북(對北)제제노선의 수정이 불가능한 미국의 r강력한 대북제제 의지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는 시기적으로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세계의 질서를 큰 축에서 이끌고 있는 명분을 담은 미국의 외교노선을 ‘협소한 민족주의논리 및 감성적 민족공조론’으로 덮을 수 있다는 통치자의 고집과 인식은 건국이후 줄 곧 민주국가로서 축적해 온 대한민국의 보편타당한 외교노선을 훼손하는 바람직스럽지 않는 자세인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탓하고, 북한이 우리 민족이라는 민족적 시각을 내세우기에 앞선, 명백한 범죄사실을 처단하겠다는 엄연한 실정법의 논리이고, 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힘과 명분을 갖춘 우리 우방의 의도이기에 우리정부의 고집스런 반미(反美)적 접근은 우리의 국익(國益)을 폄하하는 악수(惡手)로 전락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06.1.26 박태우 Democratic Pacific Union, Korea 사무총장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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