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론과 현실론을 다 갖고가나?

이상론과 현실론을 다 갖고가나?
베일에 쌓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계획
민족화해론이 모든 것에 우선할 순 없어

최근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월중에 방북할 계획을 밝혔다.

민족화해에 모든 것을 걸고 정치를 해 온 인상을 주고 있는 김 대통령이 고령의 나이에 살아생전에 북한을 꼭 가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민족으로서 인도적인 지원과 민족적 아량의 범주를 뛰어 넘은 그의 대북행보는 분명 국민들이 잘 모르는 남북간의 흐름을 담고 있을 개연성(蓋然性)이 매우크다.

더군다나, 남북연방제(South-North Conferderacy)에 대한 구체적인 소문이 미국소재 한 한인 언론의 보도를 통하여 제시되는 미묘한 시점에 방북한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선 잘 모를 그만의 목적이 있음을 추측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지난 31일 세계일보 창간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구상중에서 “기차를 통한 방북을 바란 것은 경의선 열차 개통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사견은 지금 남북문제의 심각성를 무시한 낭만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이란 생각이 든다.

북한이 저지른 위폐문제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북한 감싸기는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그의 사상도 민족문제안에서 갈지자(之) 행보를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위폐문제에 대해 “지난해 9월 6자회담 성공직후 미국이 위폐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우연인지, 미국의 강경세력이 6자회담에서 양보했다고 반발해서 그런 상황인지 잘모르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6자회담의 성공을 북한의 결단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인 매우 불완전한 현실인식이란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전직 국가원수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시각으로 북한의 엄격한 잘못을 두둔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스런 대북관(對北觀)을 젊은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기에 우리 모두 그의 언행의 공과와 무게를 잘 저울질 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그 어떠한 이유로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국수주의적 세력들에게는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이 들을 용서할 아주 세련된 근거가 쉽게 찾아질 것 같지가 않다.

우리가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라고 아무리 큰 논리적 반박을 가해도 국제질서의 속성상 세계질서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없는 우리의 입장은 더 현실적이고 세련된 외교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더군다나, 잘못된 이념성(理念性)을 고집해서 국가를 고사직전의 단계까지 침몰시킨 반(反)인륜적 북한 독재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혹독할 것을 알아야 할 전직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대북관은 후대들의 평가에서도 그리 후한 점수를 얻진 못할 것이다.
2006.2.1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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