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푸른 물결(4)

희망의 푸른 물결(4)
며칠 일부 개각이 있었다. 언론을 통해 몇 몇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격렬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였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여론에는 귀를 막았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고 할까. 그리고는 그들 입맛대로 이들을 국무위원에 임명해버렸다.

내가 속한 위원회에서는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이 있었다. 나는 그 후보자를 잘 안다. 나와 생각이 똑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장점이 많고 역량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되어 실형을 살고 사면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불법대선자금이란 무엇인가. 대권을 잡기 위해 함부로 돈을 거두어 뿌렸다는 이야기다. 대권을 잡기 위해! 이것은 먹고 살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거나 공직을 얻으려고 부패하는 것보다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더 위험하고 추악한 범죄이다. 이 보다 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노 정권이나 후보자는 불법대선자금을 그리 중한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권력을 잡는 것이 무슨 신성한 일이라도 되고, 돈은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자기들이 역대 대선보다 적은 돈을 썼고, 야당 후보보다 적게 돈을 썼으니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정치부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노 정권 들어 역대 정권들이 눈 감았던 대선자금 문제를 밝히겠다고 나섰다. 물론 노 정권이 그들의 궁지를 탈출하기 위해 준비도 되지 않은 검찰을 시켜 수사를 하게 하였지만 그 배경에는 정치부패를 혐오하는 국민적 여론이 있었던 것이다.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일 때 청와대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도덕성이 우리 정부의 유일한 밑천이다.’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장 부도덕한 정권으로 확인시킨 것이 이번 개각이다.

일반 공부원은 단 돈 몇 백 만원만 적발돼도 영원히 공직에서 추방된다. 그런데 수 십 억원의 정치부패에 연루된 사람이 최고의 공직인 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면 이런 모순, 자기 부정이 어디 있을까?

장관 후보자에게 물으니 뜻밖에도 솔직하게 답변을 한다. 그 수 십 억원의 돈은 자기가 받은 돈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자가 받은 돈인데 형사책임은 자기가 지게 되어 억울하다고 말이다.

그렇다. 그것이 진실이다. 대선 당시 오고 간 불법자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후보에게 주어진 돈이다. 후보가 모를 리도 없고, 설사 보고를 하지 않아 몰랐다면 돈 심부름을 한 사람은 정치자금법이 아니라 횡령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법리이다.

그런데 이 정권의 사주를 받은 검찰이 심부름 한 사람들을 모두 정범(正犯)으로 처벌하고 후보자들은 조사도 하지 않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연유로 노 정권은 자기 대신 징역을 살고 나온 사람을 온 천하가 다 보는 가운데 장관 자리에 앉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정권이 있는 한 대한민국에 법의 지배니, 법치주의니 하는 말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국무위원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하자가 있고 국민이 반대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고 하던 그들의 말은 여지없이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처럼 인사보다 더 큰 정책이 어디 있는가. 노 정권의 이번 개각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이 입버릇처럼 내세운 원칙과 개혁이 얼마나 추악한 허구인지를 똑바로 알게 되었다.

선거는 과거에 대한 심판이자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국민의 위대한 주권이 행하는 심판과 선택을 아무도 가로 막지 못한다. 이번 지방 총선거에서 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불같은 심판과 예지에 찬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국민중심당 당원들과 함께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믿고 전진하려 한다.

2006. 2. 14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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