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북극곰은 있지만 남극곰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펭귄은 왜 남극에서만 살고, 북극에서는 살지 않을까? 남극과 북극은 다 추운 곳일텐데 북극곰과 남극펭귄만이 알고 있는 북극과 남극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지상의 남극과 북극은 추위와 눈, 얼음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서로 다르다. 남극의 영어 명칭인 Antarctica는 북극을 뜻하는 Arctic과 반대를 뜻하는 접두어 anti(ant)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서로 반대쪽에 있는 지역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 남극은 대륙이고 북극은 바다다. 따라서 남극과 북극은 지구에서 서로 다른 유일한 환경을 보여준다.

남극은 지구의 최남단에 있는, 남극점 주위에 있는 대륙이다. 남극조약에서 남위 60도 남쪽으로 정의되어 있다. 남극대륙은 지구 육지면적의 9.2%를 차지하는 거대 대륙으로, 남극권 이남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극해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면적은 약 1,440만 km²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대륙이다. 남극대륙의 약 98%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평균두께가 2,160m나 되는 거의 빙산과 같은 두꺼운 얼음이 덮고 있는 거대한 빙원이다. 물론 높이가 무려 4,000m를 넘는 얼음도 있다.

반면, 북극은 지구 북극점 근처의 지역이다. 북극권은 보통 북위 66도 33분보다 북쪽 지역을 가리키며, 총 면적 약 3,000만㎢ 중 북극해가 약 1,400만㎢를 차지한다. 흔히 북극을 의미하는 ‘북극권’에는 캐나다와 러시아, 미국 알래스카의 북쪽 지역, 노르웨이 북쪽 해안,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발바르 같은 북쪽 섬들이 포함되는데, 이곳에서도 빙하를 볼 수 있다. 북극권을 ‘가장 따뜻한 달의 평균 기온이 10℃를 넘지 않는 지역’으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알래스카 남단까지가 북극권이 된다.

북극은 남극보다 조금 따뜻하다. 북극 지방의 평균 기온은 영하 35~40도 정도인 반면, 남극 지방의 평균 기온은 영하 55도에 달한다. 남극에 비해 북극이 따뜻한 이유는 대륙이 아니라 바다이기 때문이다.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지만, 북극의 바다는 열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북극은 유라시아대륙과 북아메리카대륙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얼음 바다다. 지중해보다 약 4배가 큰 바다를 덮은 빙하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북극의 얼음은 눈이 쌓인 것이 아니라,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해빙이다. 따라서 얼음의 두께가 10미터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북극의 얼음은 주변의 대륙에서 날아온 토양과 먼지 때문인지 옅은 황갈색을 띠는 반면, 남극의 얼음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남극의 얼음은 단순한 얼음이 아니다. 땅 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오랫동안 쌓여 얼음이 된 것이라 이처럼 두껍고 높다. 눈이 쌓여 눈덩이가 된 뒤 무게에 눌려 갇혀 있던 기포가 빠져나가면서 맑고 투명한 얼음이 된다.

남극에는 원주민이 없다. 선사 시대에 원주민이 살았던 흔적도 없다. 현재 남극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문명세계에서 들어가 남극의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비상주 방문객들이다. 그곳은 오로지 추위에 적응한 동식물들만이 살아갈 뿐인데, 나무는 전혀 없고 지의류가 남극에 있는 식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록 날씨가 춥고 육지도 없는 곳이지만,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등 북극권에 속하는 여러 지역에는 흔히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이누이트족이라는 원주민이 살아간다. 문명세계의 방문객이 지내고 있는 남극과 달리, 이들은 자신들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있는 북극의 원주민으로 주로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간다. 북극에서는 남극에서 볼 수 없는 털이 하얀 북극곰과 바다를 헤쳐나가는 거대한 순록 같은 포유류를 만날 수 있다.

남극 하면 펭귄이다. 옥색 빙산 위에 서 있는 하얀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펭귄이야말로 남극을 대표하는 새다.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마카로니펭귄 등은 남극 고유의 생물인데, 아델리펭귄은 남극 펭귄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많다. 처음에는 광활한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얼음 덩어리에 가까운 남극에 물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왔는데, 거추장스러운 날개는 잠수하기 좋게 지느러미 모양으로 진화하여 지금의 펭귄이 남극에 살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북극의 제왕, 북극곰은 원래 북극에 살던 동물일까? 북극곰의 족보를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북극곰이 사실은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그린란드에 살던 흑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 흑곰은 얼음환경에 적응하며 털 색깔이 흰색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북극곰의 털 밑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의 피부가 보인다. 남극에 북극곰이 없는 이유는 바로 남극이 남극해라는 거대한 바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얼음 위를 이동하며 사냥을 하고 빙산 사이를 헤엄치기도 하는데 그 거리는 25㎞를 넘지 못한다.

북극에서 해는 춘분 때(3월 21일경) 지평선 상에 있다가 고도가 매일 조금씩 높아져 하지 때(6월 21일경)는 23.5°에 이른다. 하지 이후로는 고도가 매일 조금씩 낮아져 추분(9월 23일경)이 되면 다시 지평선에 걸치게 된다. 따라서 춘분부터 추분까지 해는 지평선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어 6개월간 낮이 계속 이어지고, 마찬가지로 추분부터 이듬해 춘분까지는 6개월간 밤이 계속되는 된다. 따라서 어느 날 정오 해가 지평선 위에 있었으면 6개월 뒤 정오에는 반드시 땅 밑에 있게 된다. 남극점은 이와 반대이다.

대체로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하며 바람 또한 많이 부는 대륙이다. 또한 모든 대륙 가운데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다. 남극도 대륙이기 때문에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똑같이 일어난다. 때때로 화산이 폭발하고 뜨거운 김이 솟는 온천과 지하자원 있으며, 드물지만 지진도 발생한다. 한 마디로 얼음으로 덮여 있을 뿐이지 다른 대륙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남극의 대기운동, 지리, 지형, 지리위치, 그리고 생물이 복합돼 생기는 자연환경은 지구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남극대륙을 감싸는 남빙양 또한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남극의 대기순환은 세계의 기후에 영향을 미쳐 농업과 산림 변화를 일으킨다. 남빙양의 표층과 저층의 해수순환은 바닷물의 온도와 수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남극의 고층대기에 기상 이변이 일어나면 그 여파가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 지방에까지 미치기도 한다. 특히 얼음으로 덮인 남극은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라 날씨가 더워져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65m나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극은 지구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연구기지다. 과학자들은 변덕스러운 태양 활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극을 태양 활동과 우주 날씨 변화를 관측하는 최적지로 꼽는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상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그곳의 생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극과 북극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극지의 풍경과 함께 오랜 세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그들의 몫이다. 인간의 몫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혹독한 얼음의 세계에서 극지의 생물들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에 뜬 얼음 위에서는 북극곰이 안심하고 먹이를 잡아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구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지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물할 것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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