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애써 알뜰히 모은 재산을 조금씩 헐어 쓰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에너지와 우리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고, 이제 인류는 대체에너지 개발이 절실하다. 마지막 곶감이 없어지기 전에 얼른 다른 감을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체에너지 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에너지 자급을 위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주택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에서는 1,000채의 친환경주택을 건설하고 있고, 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감축하기 위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태양에너지에 대해 하나의 발전 방법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기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분류하자면 태양의 열을 모아서 열기관에 의하여 전력으로 변환하는 태양열 발전과, 태양의 광이 태양전지에 비춰질 때 발생하는 반응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으로 나눌 수 있다.

태양열 발전은 태양의 빛을 집열판에 모으고, 모아진 높은 온도를 이용해 그 밑을 지나가는 물을 데우는 방식이다. 이 온도는 수백도를 넘을 정도이기 때문에 물을 수증기로 만든다.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일종의 모터인 터빈을 돌려 전기를 발생시킨다. 태양열 발전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 외에 물을 데우는 데 쓰기도 한다. 데워진 물을 온수 탱크에 보관하였다가 그 물을 가정 온수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주택에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에 핵심이 되는 태양전지의 주된 재료는 실리콘이다. 실리콘이 빛을 받으면 p-n 접합층이 반응하고, 여기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되는 전기는 대부분 출력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 태양전지를 여러장 붙이는 방법을 쓴다.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은 일조량이 적은 경우 발전이 거의 되지 않으므로 일반 전력과 병행해서 쓰기도 한다.

태양전지에서 나오는 전압과 전류가 일정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을 통해 발생되는 전기는 DC(직류전원)이기 때문에 변환장치를 이용하여 가정에서 사용하는 AC(교류전원)로 변환시킨다. DC/DC 컨버터를 써서 DC 출력을 일정전압으로 유지하게 한 후 DC/AC 인버터를 사용하여 교류 전원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태양전지는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실리콘, 화합물반도체와 같은 무기소재로 이루어진 무기물 태양전지와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유기물태양전지(유기물태양전지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dye-sensitized solar cell) 와 유기폴리머(organic polymer) 태양전지를 포함)로 나눌 수 있다.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른 분류 외에 태양전지 구조에 따른 분류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태양전지는 크게 웨이퍼구조(벌크 실리콘 태양전지), 박막구조(화합물, 실리콘 박막 및 유기 폴리머 태양전지 등) 그리고 광전기 화학구조(염료감응 태양전지)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연구계 및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나노소재를 이용하여 극대화된 표면적을 갖는 필름의 표면에 광흡수층인 유기염료를 흡착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연료감응 태양전지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갈 정도로 높고 제조단가가 매우 저렴하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표면에 염료 분자가 화학적으로 흡착된 n-형 나노입자 반도체 산화물 전극에 태양빛(가시광선)이 흡수되면 염료분자는 전자-홀 쌍을 생성하며, 전자는 반도체 산화물의 전도띠로 주입된다. 반도체 산화물 전극으로 주입된 전자는 나노입자 간 계면을 통하여 투명 전도성 막으로 전달되어 전류를 발생시키게 된다. 염료 분자에 생성된 홀은 산화-환원 전해질에 의해 전자를 받아 다시 환원되어 염료감응 태양전지 작동 과정이 완성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가시광선 일부를 투과할 수 있는 나노크기의 산화물과 서로 다른 색을 나타낼 수 있는 염료를 사용하기에 투명컬러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 최근 KIST에서 제작한 투명 컬러 태양전지는 유리창호 등에 응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신기능 창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셀 변환 효율이 10~11%로서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2008년 4월 염료감응 태양전지 원천특허 시효가 만료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대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의 모듈기술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셀을 구성하는 물질의 장기안정성은 단위 셀에서 검정 된 바 있지만, 모듈 관련한 내구성 연구가 좀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온도뿐만 아니라, 비와 습도와 같은 환경 테스트도 진행되어야 한다.

단위 전지에 대한 장기안정성은 표준조건(조명받을 때 60℃, 어둠일 때 80℃)에서 내구성 테스트를 한 결과 북유럽 조건에서는 약 32년, 남유럽 또는 호주 시드니와 같은 지역의 조건에서는 18년 정도의 장기 안정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모듈에서도 장기안정성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의 태양전지가 불투명해서 옥상 등에 쓰였던 반면,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투명 컬러 특성이 있기 때문에 유리창호, 선루프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식으로 우리 생활에서 에너지 자급 기술을 하나씩 확보해 가다 보면 언젠가 모든 대체에너지를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연료감응 태양전지 선루프로 지붕 전체를 덮는 차와 연료감응 태양전지 유리창호만으로 만들어진 유리집처럼 말이다.

글 : 박남규 박사(KIST 태양전지연구센터장)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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