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푸른 물결(7)

희망의 푸른 물결(7)
온 대지에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4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봄은 곧 희망의 상징이다. 땅 속의 생명들이 꿈틀대며 성장을 시작한다. 세상은 이제 신록으로 뒤덮이며 하늘과 땅은 생명으로 충만할 것이다.

하지만 봄은 그냥 불쑥 다가오지 않는다. 밀물도 진퇴를 거듭하며 몰려오듯이 따뜻함과 싸늘함이 교차하며 봄은 다가온다. 꽃이 핀 후에 닥치는 추위를 꽃샘추위라 하던가. 기온이 줄곧 상승하기만 하면 생명을 품은 대지의 해동(解凍)이 제대로 될 수 없으리라.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봄이 오면 겨울 내내 우리 시선을 끌던 것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생명을 잃은 것들이 새로운 생명의 힘에 의해 밀려나기 때문이다. 겨울의 논리도 힘을 잃게 된다. 그 자리에 봄의 논리, 희망의 노래가 자리 잡게 된다.

오늘 총리가 물러나는 모양이다. 그의 퇴장을 보며 나는 계절의 순환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이 내세웠던 가치, 논리, 주장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함성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이다. 마치 계곡을 지배하던 얼음이 봄의 햇살에 녹아내리듯이.

그가 내뱉었던 독설, 험악한 표정, 괴팍한 논리, 무모한 주장들은 그 한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노 정권 핵심 실세들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퇴장하는 모습에서 우리들은 정치의 순환을 읽는다. 내가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단 한마디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민 앞에 무한히 겸손 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골프파문의 핵심은 정경유착과 부패에 있다. 교원공제조합의 돈을 가지고 주가를 조작하여 부당이득을 취한 장본인들과 어울려 놀아나다니! 그 연결고리를 한 게 분명해 보이는 무슨 차관이라는 자가 뻔뻔스럽게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힌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경유착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노 정권에 말한다. 그저 총리 한 사람 교체하는 것으로 사태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이 번에 꼬리를 드러낸 정경유착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불을 땐 곳이 있는 법이다.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라. 동시에 이 정권이 어지럽힌 모든 곳을 찾아 깨끗이 청소하기 바란다.

나는 정치보복을 제일 혐오하는 사람이다. 나 자신이 그 더러움을 직접 체험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정권도 반(反)정치보복의 방패로 막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부패와 반역이다. 부패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요, 반역은 조국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이 정권 들어 부패가 현저히 줄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그러니 권력을 가지고 있는 동안 스스로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 좋다.

또 이 정권 들어 무슨 연유인지 국가기밀이 새나갔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이제 누구도 그런 보도에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새나간 국가기밀이 어떤 형태로든 이롭게 할 곳은 적(敵) 밖에 어디가 있을까. 그렇다. 부패와 반역은 용서받을 수 없다. 어떤 정권이든 이 두 가지 문제에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골프파문은 하늘이 노 정권에 대하여 내린 경고에 해당한다. 이 경고를 그냥 지나치지 말라. 겸손한 자세로 더 깨끗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정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일이다.

이번 총리 퇴장은 국민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다. 결코 정권이 치열한 자기 성찰 위에서 취한 조치가 아니다. 국민의 승리인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집권당의 건의를 대통령이 수용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열린우리당에 정치적 과실(果實)을 안겨주려 한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마치 불을 내 놓고 자기가 진화(鎭火)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이다.

다시 말하지만 끝을 향하는 권력일수록 역사와 국민 앞에 한없이 겸손해야 할 것이다.

2006. 3. 15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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