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우리와 달리 명함에 기재된 직위로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觀相術로 상대를 판단하기를 좋아한다. 중국인들은 疑心이 많아 잘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반드시 그렇다고 말 할 수 없지만 우리보다 그 程度가 심하다면 아마도 중국은 지역이 넓고 인구가 많아 사람을 사귀는데 좀더 愼重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三思而行" (세번 생각하고 행동한다)과 "貨比3家" (세 군데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 한 후 물건을 산다) 의 신중함이 체질화되어 있다. 중국인들의 이러한 속성은 넓은 지리적 조건과 잦은 전쟁과 변란으로부터 자기의 재산과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서 형성되었다고 짐작된다.

중국인들은 첫 대면에서 胸襟을 털어놓을 수 있는 오랜 친구로서 대하지 않는다. 다만 "認識" (=서로 통성명한 첫 대면 정도) 일 뿐이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하여 好朋友 (좋은친구사이)와 老朋友(오랜 진짜친구) 사이로 발전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번 "老朋友" 나 "自己人" (자기사람: 믿을 수 있는 관계)이 되면 상대방이 背信하기 전에는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이 친구로서 의리를 저버리거나 배신하면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報復을 하여 가슴에 쌓인 "氣 " (분노, 恨)를 쏟아 낸다.

복수는 짧은 시간 내에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시간을 기다리며 때를 기다린다. 복수 방법도 우리와 사뭇 다르다. 직접 보복으로 자기의 존재가 드러남을 피하기 위하여 자기 인맥을 동원하여 간접적으로 행한다. "君子報仇十年不晩"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려도 늦은 것이 아니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인은 서양인과 마찬가지로 첫 대면에서 눈의 시선을 피하는 사람을 자신을 속이고 있거나 자신감이 없는 인물이라고 여긴다. 첫 대면에서는 자기를 소개 해준 사람과의 관계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정확하게 자신감 있는 태도로 보여야 信賴 할 수 있는 인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특징이나 장점 회사 내에서의 위치와 업무의 성격 등에 대하여 사실대로 이야기함으로서 이어지는 만남에서 신뢰 할 수 있는 기반을 쌓아야 한다. 거짓으로 부풀려서 이야기함으로서 나중에 감당하지 못함으로서 수모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그마한 칭찬에 흥분하여 겸손한 태도를 잃어버리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중국인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의 경계심을 허물고 마음 깊숙한 곳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紹介信" (소개장)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소개장을 써 줄 정도이면 소개를 받을 중국인과는 상당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소개장에는 자신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소개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적어 부탁한다. 이런 소개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중국인들은 한두 번 만남에서 중대사를 논하거나 본심을 드러내 놓지 않는다. 우리 한국인들은 짧은 출장 일정 때문에, 혹은 급하게 성사시키고 싶은 심정에서 무슨 일이든지 성급하게 추진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는 상담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계약을 체결하고 음식점에서 한잔하자는 식으로 빨리빨리 조급하게 서두르면 중국인들은 무슨 결점이나 잘못이 있는 것으로 看做한다.

중국인과의 협상에서 이러한 형태의 성향은 대부분 우리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삼국지에서 나오는 "三顧草廬" 같은 느긋함과 끈기가 필요하다. 중국인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세 번 이상의 만남이 이루어진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만큼 식사를 교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먹고 합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는 말은 육체적으로 배를 채운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같은 식탁에서 식사한다는 것은 배를 채운다는 의미보다 한가족이라는 의식과 信賴와 友誼를 敦篤히 한다는 뜻이 더 강하다. 대부분의 중국요리는 둥근 테이블에 코스 방식으로 나온다. 요리가 나오는 동안 사업 이야기 보다 공동의 화제로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제 거리에 대한 지식은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빈은 주인의 왼쪽 좌석에 앉도록 배려한다. 코스 메뉴는 주인의 왼쪽 주빈부터 서브하고 그 다음 주인에게 서브하는 순서로 진행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다.

만약 첫 대면 후 저녁 식사 초대를 청하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정중히 거절한다. 처음 만난 사이에 상호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흉금을 털어 놓고 대화할 수 없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이 청하면 인사 치레로 하는 초대가 아니라면 한두 번 거절하다가 응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중국 사람과 식사 할 때 DUTCH PAY는 금물이다. 인정을 중시하는 그들의 정서로는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통이 작고 야박한 사람으로 평가 받을 소지가 있다. 중국인들도 우리와 같이 식사 후 서로 계산하겠다고 실랑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인들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에는 다음에는 식사 초대하겠다고 말하고 식사는 식사로 갚는 것이 좋다.

중국인들은 여간해서 자기 집에 친구를 招待해서 식사 대접을 하지 않는다. 식사에 초대되어 가족을 소개 받는다면 진짜 친구가 되었음을 확신해도 좋다. 중국인들은 상대방을 자기 집에 초대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가 중국인을 집으로 초대하여 접대하면 상당히 좋아하고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술을 마실 때 우리와 같이 자리를 옮겨 다니며 2차,3차 하는 식으로 술 마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취중 무례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지 않게 본다. 술좌석에서 우리와 같이 잔을 돌리는 문화가 없으니 주의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금 마셔 잔이 조금만 비워도 첨잔 한다. 술을 따를 때 손가락으로 잔 주위 식탁을 두세 번 두드려 고마움을 표시한다. 잔을 부딪칠 때는 연장자나 직위가 높은 사람이나 주빈의 잔 높이 보다 낮추어 부딪친다. 그들의 乾杯는 우리의 원샷과 같은 뜻이므로 반드시 한번에 다 마셔야 한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상담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인들은 술좌석에서 공적인 일을 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술좌석에서 협상을 진행하면 신뢰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나 예외도 있어서 내몽고 지역의 유목민들은 만나자마자 술을 권하고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집안 출입조차 금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리고 술좌석에서 만취하여 쓰러지는 사람을 신용한다.

왜냐하면 유목민들은 다른 유목민들과의 끊임없는 약탈과 피 약탈 관계에 있었기에 타인의 出現에 대한 敵對感이 강하다. 집안에 들어서는 외지인에게 독주를 한숨에 들이키게 하여 취하게 함으로서 상대를 武裝解除 시킴으로서 안심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취하여 쓰러지면 이 사람은 나를 완전히 믿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무실이나 술좌석에서 담배를 잘 돌리는데 권 할 때 받아 피우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담배를 권할 때 자기의 담배를 꺼내면서 자기 것을 피우겠다는 식의 거절은 예의를 무시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소지가 많다.

세계의 어느 국가 어느 민족과의 만남에서라도 딱 들어맞는 코드는 겸손함과 친절 그리고 정직한 마음가짐이다. 중국은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아 우리와 같이 단숨에 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친구가 되면 오래간다.

조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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