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에게 맞는 맘 편한 투자법

이광구_포도에셋 이사
 


 


【행복나래=뉴스캔】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펀드매니저를 흉내내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후지사와씨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늘 자신이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갖고 산다.




"요즘 주식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럴 때 펀드에 많이 넣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지난 봄, 상담 후 실천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만난 박아무개(47)씨가 전화를 걸어 왔다. 사무실에 있는 후배들 중에는 날마다 주식 시황을 보며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투자경험이 거의 없는 박씨에게 후배들은 좋은 뜻으로 투자를 적극 권하는 것 같았다. 그날 박씨가 내게 건넨 메모에는 얼마 전 처음으로 가입한 펀드이름이 적혀 있었다.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와 슈로더 브릭스, 거기에 ´피델리티 EMEA´가 덧붙여 있었다.




"앞에 있는 두 개만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요?"




세 종목을 한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 한 종목을 더 추가했는지 물어보았다. 대답은 간단했다. 창구 직원이 권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그 펀드를 검색해 보니, 설정된 지 한달쯤 된 펀드였다.




물론 그 펀드가 앞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지만, 내가 박씨에게 권한 것은 투자 상품 경험을 해보되 되도록 안정된 수익률을 기대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뜻에서 설정기간도 길고 설정금액도 크면서 그동안 안정된 수익률을 보여준 펀드를 경험해 보자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박씨는 보통예금이나 ´MMF´에 여유자금을 넣어두는 정도였지 투자경험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돈은 저축은행에 넣고 적립식으로 30만 원씩만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추가로 목돈을 펀드에 넣고 싶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6%대 수익률도 나쁘지 않습니다. 투자금액을 늘리는 건 1년쯤 경험을 해보고 하면 어떨까요?"




나의 설득에 박씨는 결국 추가로 저축은행 예금을 늘리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늘 펀드수익률을 확인하면서 임의식 펀드투자를 즐기는(?) 고객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앞에서 후지사와씨가 말한 것처럼 더 나은 투자법인지도 의문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굳이 그렇게 신경이 많이 쓰이는 방법을 택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10년 넘게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한 최아무개(35)씨는 늘 펀드 수익률을 확인하면서 펀드마다 투입금액을 조정하곤 했다. 그러다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모두 환매해 버렸다. 그런데 그 고객의 저축여력은 월 150만 원이 넘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단기와 장기 저축에 배분하고, 소득공제를 겸해 장마 저축을 최고 한도(62.5만 원)까지 하더라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금융상품이 다 고정금리 상품인 셈인데, 차라리 이럴 때 적립식 펀드를 조금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의 질문에 최씨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실 최씨는 최근 몸도 조금 아팠다. 펀드 수익률이 최씨 건강에 조금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가 권하는 펀드 투자는 이른 바 ´신경 꺼´ 투자다. 재무설계 원칙에 맞게, 기간과 위험률에 따른 안배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신경을 쓰지 말자는 뜻이다. ´원숭이 투자법´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재무상담사들은 투자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듯하지만, 그렇다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말라고만 하는 건 아니다. 그럴 만한 여건이 되는 사람에게는 주식이나 부동산 직접투자도 권한다.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은 그런 투자과정이 그 개인에게 편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 이전에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한때 펀드매니저였던 포도재무설계의 투자자문역은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도 시장수익률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뜻에서 그는 시장수익률을 지향하는 인덱스펀드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시장의 불투명성을 근거로 허무주의를 조장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때그때의 시장변화를 예측하고 수익을 쫓기보다는 자신의 투자여력과 성향을 진단한 다음, 그에 맞는 투자틀을 정해 놓고 일정기간은 맘 편히 기다려보자는 방식이다.




투자신탁사 사장을 역임했던 한 투자연구소 소장은 실제로 그렇게 자신이 하는 투자를 교육 때 소개하곤 한다. 그가 말하는 일정기간은 6개월이다. 그는 자신이 정한 투자상품 유형별 비율에 맞게 투자금액을 배분한 다음 6개월 동안은 특별히 큰 이상 징후가 없는 한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6개월 후 분석해서 자산비중이 높은 쪽을 팔아서 낮아진 쪽을 매입함으로써 전체 비중을 처음과 같아지게 조정한다는 것이다.




지금 많이 오른 쪽을 그냥 놔두거나 오히려 더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그런 기대감을 갖곤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이 올랐다는 것은 거꾸로 떨어질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오를 것이란 욕심을 참는 지혜를 구조적으로 장치하자는 뜻이다.




수익률 만능주의를 극복하고 안정된 목표수익률을 실현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현명한 투자법이다. 이렇게 맘 편한 투자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 나의 일에 집중하고 자기개발을 하고 가족과 함께 인생을 즐기는 게 바람직한 일이다. <칼럼니스트 이광구 포도에셋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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