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캔/과학향기】대낮부터 주막에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한 젊은이가 목에는 깁스를 하고 술타령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연거푸 한숨을 내쉬는 통에 옆자리에서 점심 요기를 하고 있던 목수는 꽤 거슬리기도 하고 또한 내심 호기심이 발동한다. 목수는 슬그머니 옆자리로 가서 술을 권하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젊은이가 무슨 근심이 그리도 많누?”


불쾌한 얼굴을 한 젊은이의 신세타령이 기막히다.


“저는 청나라와 왜 나라에서 유학을 하고 얼마 전에 일 때문에 귀국했거든요.”


“오호라! 그렇다면 부귀영화는 떼놓은 당상일터, 한데 무슨 한숨이 그리도 길어? 젊은이.”




“그게 말씀입죠. 제가 이 분야에서는 일류란 말씀입니다. 스카우트를 받은 몸이에요. 그런데… 어제저녁 일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이제 앞날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러니 일은 쉬엄쉬엄 해야지, 야근을 하다가 실수를 했나 보군 그래. 도대체 무슨 문제기에 그리도 절망한단 말인가?”




“모두가 바로 지붕과 온돌 때문입니다.”


“자네 직업도 목수(건축가)인가 보군 그려. 그렇지 한국의 지붕 곡선은 청나라와 왜의 지붕 선과는 사뭇 다르지. 암, 다르고말고. 게다가 온돌문화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이니 생소 했구먼. 그거야 자연스레 익숙해질 텐데 무엇에 그리 낙심하는가.”




젊은이는 목수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신세 한탄을 한다.


“얼마 전 저녁에 전 거사를 치르기 위해 지붕에 올라갔지요. 지붕에 귀를 대고 방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려 해도 말소리가 안 들리는 거예요. 정말 낭패가 아닐 수 없었죠. 그래서 나의 솜씨만 믿고 지붕을 뚫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아뿔싸! 청나라와 왜 나라에서는 통했는데 우리나라 지붕 속에는 흙과 나무토막이 잔뜩 들어가 있어 발목만 부러졌지요. 절치부심! 어제저녁 다시 그 집을 찾아가서 이번엔 방바닥을 뚫고 들어갈 작정이었지만….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온돌바닥에 그만 머리를 부딪쳐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답니다.”




“아… 혹시…. 그… 마을에 붙어있던 자객을 찾는다는 방이….”




어느 유학파 자객의 한탄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아마도 한국 전통건축을 좀 더 이해하고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중국, 일본 동양 3국의 전통건축은 목구조라는 측면에서는 같다. 그러나 한국 전통건축은 중국과 일본과 달리 못을 사용치 않고, 맞춤이나 이음 방식으로 건축하며, 이러한 목가구가 주춧돌 위에 얹힌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물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외력은 지붕의 하중으로 견딘다. 또한 우리의 지붕 속은 중국과 일본의 지붕처럼 가볍지 않다. 지붕 속에는 적심이라는 나무토막들과 보토라는 흙으로 채워져 있다. 이는 물론 지붕의 하중을 더해 구조적 안정을 괴할 뿐 아니라 지붕의 아름다운 선을 연출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중국 전통건축은 넓은 땅과 다양한 기후에 따라 양식이 몇 가지로 나뉜다. 북부지역은 차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 남부지역은 비가 많이 오는 해안성 기후이기 때문에 북쪽보다 남쪽지역에서 많은 수목을 조달할 수 있었다. 북부지역에서는 부족한 목재 대신 벽돌이나 흙을 벽체에 쌓는 구조가 발달하였다. 반면 남부지역에서는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해 높은 벽체를 만들고, 비가 많이 와서 나무 위에 집을 짓는 형식이 발달하였다.




일본의 전통건축은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건축의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구별되기 시작하여 중국의 건물은 의자를 사용하는 생활방식이, 일본의 건물은 바닥에 앉는 생활방식이 건축양식에 반영되었다. 일본의 전통적인 가옥은 낮고 넓게 짓는 것이 특징이고 지진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유연성이 있는 목재나 흙, 종이를 주로 사용하였다. 일본가옥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지붕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 이것은 지역 또는 거주자의 직업에 따라 갈대, 대나무, 기와, 돌, 알루미늄 등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이러한 우리의 목구조 방식은 위에서 아래로 작용하는 힘에는 강하지만, 아래로부터 위로 작용하는 힘에는 속수무책이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붕을 주춧돌 위에 얹는 방식을 써서 지붕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남대문 방화사건 때 화재진압의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구조적 문제이기도 했다. 즉, 소방수의 수압과 같은 강력한 힘이 아래에서 지붕을 향해 발사되면 고정되지 않은 지붕으로 인해 건물의 구조가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온돌문화 또한 동양 3국 중 우리만의 특색으로 방바닥 밑에 넓적한 돌을 깐 뒤 아궁이에서 불을 때워 돌을 달구는 우리의 전통적인 난방형태다. 가끔 중국 무협영화 등에서 자객이 마루를 뚫고 나오는 장면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불가능한 장면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자객이나 귀신 등이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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